퍼팅만 하면 짧거나 길고 좌우로 흐르거나 홀 1cm 앞에 멈춘다. 들어 갔다가도 홀엣지를 돌고 나오고(rim up) 심지어 만원권 배춧잎을 홀에 넣고 유혹을 해도 여전히 안 받아 준다.
그래서 그 골퍼가 홀컵에게 낯 뜨거운 항의를 했다.
“도대체 왜 내 공은 안 받아 줘? 아침에 샤워도 했고 배춧잎도 넣어 줬는데…”
이에 홀컵은,
“힘이 좋아도 돈을 찔러 줘도 싫어요. 즉흥적이 아니라 평소 최선을 다해 준비하세요. 술도 줄여 콘디션 관리를 하며 넣기연습도 해야지요. 이런 정성으로 사랑해 주는 골퍼님들의 공은 언제든지 받아 준답니다. 그런 분은 변강쇠처럼 힘을 쓸 때 쓰고 뺄 때 빼는 퍼팅 테크닉도 당연히 좋지 않습니까?”라며 한 수 더 떴다.
술을 좋아하는 골퍼들의 가장 흔한 변명은 어제 밤새도록 술을 퍼마셨다는 자랑 겸 변명이다.
밤늦도록 술에 취해 자다가 뻐근한 몸 무거운 머리로 허겁지겁 골프장으로 달려와 해장국 한 그릇 입에 드러붓자마자 황급히 티업 홀로 머리를 드리민다. 소위 ‘헤드 슬라이딩’ 형으로 습관적 지각골퍼들의 행태다.
천근만근 굳은 몸으로 스윙이 잘 될 리가 없고, 공은 그런 골퍼를 좋아하지 않아서 결코 잘 맞아 주지 않는 까다로움이 있다.
동반자들도 그런 술변명은 허튼소리로만 취급하여 다른 한쪽 귀로 흘려 버린다. 카풀 운전핸디는 받아 주지만 알콜핸디(과음핸디)는 인정하지 않는다.
1시간 전에는 골프장에 도착해서 스윙과 퍼팅감각을 몸에 각인시키는 예쁜 골퍼들에게 공은 잘 맞아 준다. 코스도 넓게 활짝 열고 행운의 기회까지도 주며 홀컵은 공을 잘 빨아 들여 준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 즉 스스로 노력하는 자를 돕는다’는 말은 이 때 쓰는 금언이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작은 일이나 일의 과정에는 소홀히 하고 큰 일이나 그 결과에만 관심을 갖는 속성이 있다. 영화 ‘역린’(逆鱗)에는 ‘중용’(中庸) 23장 이야기가 등장한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러움이 우러나고 그것이 겉으로도 드러나서 남들을 감동시키게 된다’는 내용이다. 온 정성과 노력 즉 최선을 다하면 그 결과에 상관없이 아름다워서 다른 사람들의 마음속을 울리고 감동시킨다는 뜻이다.
결과에 불만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 과정에 최선과 정성을 다하지 않은 것이 드러난다. 미스샷이 나오면 대부분 공략방법에 조금 더 신경을 쓸걸, 채선택을 잘 할 걸 하며 후회를 한다.
단 2초 동안의 스윙을 위해 몇 달씩 준비하는 과정이 곧 스윙연습이 아니던가. 오만과 과욕이 앞서서 준비도 없이 무모하게 덤비면 결코 원하는 타수를 적어 낼 수가 없는 것이 골프다.
‘헬스클럽에서 근력운동을 했더니 오늘 공이 너무 안 맞네’라는 말을 가끔 듣는다.
헬스장의 근력강화 운동은 스윙과는 대립 되는 근육을 쓰는 편향된 운동일 뿐이다.신체운동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각 부분의 ‘균형’(balance)이다.
그런데 골프스윙은 우리 몸속 근육들의 쓰임에서 180도 회전으로만 이루어지는 반회전 운동이지 대칭운동은 아니다.
따라서 골퍼들에게는 과도한 근육운동 보다 내몸을 스윙에 적당한 상태로 만드는 골프휘트니스 즉 골프컨디셔닝 운동이 꼭 필요하다.
불필요한 근육의 사용은 줄이고 주로 사용하는 근육들을 발달 시켜서 스윙수행 능력을 최상으로 항상시키려는 장기적 준비과정이다.
큰 시합을 앞두고 그 코스에 와서 코스적응 겸 실습 라운드 소위 숨어서 ‘칼갈기’를 한다. 골프콘디셔닝 겸 지형정찰을 하며 사전에 공격전략을 짜는 기술적 준비과정이다.
라운드를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샷 자체에서 즐거움과 쾌감을 찾는 것이다.
장애물도 피해서 원하는 방향에 공을 안착시켰을 때 즉 전략적 요충지를 점령 했을 때, 장쾌한 우드샷, 정교한 어프로치, 원펏 OK 거리에 붙였을 때 쾌감을 느낀다면 즐거운 골프 후회없는 라운드가 될 수 있다.
샷 과정에 최선을 다해 만족스러우면 그 홀의 스코어는 따라오게 된다. 골프교습은 소질의 칭찬보다 ‘동기부여와 사전준비’에 대한 노력을 유도해 내는 것이 목적이다.
라운드의 시작은 티업이 아니라 전날부터 라고도 한다. 전날부터 몸을 관리하고 멘탈을 강화하라는 뜻이다.
골프는 자기와의 싸움 스스로의 준비과정을 거쳐서 실제의 샷으로 만들어지는 결과일 뿐이다. 그 누구의 탓도 아닌 자신의 인과(因果)에 의한 응보(應報)일 뿐이다. 옆에서 떠들어서 미스 샷이 나온 것도 그런 환경에서도 샷에 집중할 수 있는 심리적 연단이 안된 자기탓이다.
장맛보다 콩맛이다. 콩이 좋으면 장은 저절로 맛있어 진다. 골프도 샷과 샷의 과정이 최선이면 스코아는 따라오게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