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발병 8개월… 내년까지 9조 달러 경제 손실 전망
생산·소비 급감… 실물경제 이어 금융시장도 불확실성 확대
美 전 연준의장 “코로나19 완전 종식까지 경제 회복 불능”
장기화 추세 ‘코로나 뉴노멀’ 가속… 세계질서 재편 움직임
보호무역주의 득세, GVC→자국 가치사슬 구축 강화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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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서 첫 미취학 아동 2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가운데 6일 오전 동구청사 주차장에서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직·간접접촉자 검사를 하고 있다. |
지난해 1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사례가 최초 보고된 뒤 8개월이 지났다. 코로나19(COVID-19)로 명명된 이 신종, 변종 바이러스는 현재 전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막대한 인명 피해 뿐 아니라 세계 경제에는 짙은 먹구름이 드리웠다. 지난 8개월 동안 세계 경제는 큰 충격에 휩싸였고, 헤어날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전 세계 경제적 손실이 내년까지 9조 달러(약 1경966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타 고니파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대봉쇄 : 대공황 이래 최악의 경제 침체’라는 제목의 IMF 기고에서 이 같은 밝혔다.
이번 팬데믹의 경제적 충격파가 올해를 넘어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이 바탕이 깔린 가운데 이는 세계 3, 4위 경제 대국인 일본(5조1544억 달러)과 독일(3조8633억 달러)의 GDP를 합친 것보다 크다는 분석이다.
IMF는 지난 4월 14일 세계 경제의 올해 성장률이 –3.0%가 될 것이란 예측을 내놓는 동시에 세계 경제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비관론도 공식화했다.
그러나 세계은행(WB)은 6월 초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을 –5.2%로 전망했다.이것이 현실화된다면 과거 세계 경제를 뒤흔들었던 1970~80년대 1·2차 오일쇼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는 다른 차원의 불황이 엄습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각국의 봉쇄 정책에 생산과 소비가 급감하고 유가마저 급락하면서 저금리 추세에도 시장에 돈이 돌지 않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시장 경제가 무너지고 자금 흐름이 뚝 끊기는 등 유동성 위기가 길어지면서 실물 경제는 물론 금융시장의 불확실성까지 확대되고 있다.
더욱 끔직한 것은 이 같은 경제적 충격이 얼마나 더 확대되고, 길어질지 가늠조차 힘든 지경이라는 사실이다.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 System·연준) 의장은 브루킹스연구소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위기가 다시 시작되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생기기 전까지는 경제가 정상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코로나19의 조기 종식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면서 세계는 지금 팬데믹 장기전에 돌입하고 있다.
이러한 대응의 변화는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일상의 많은 부분을 바꿔 놓고 있다. 경제, 사회, 문화, 정치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이른바 ‘코로나 뉴노멀(New Normal)’을 향해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관련기사 3면>
특히 코로나 뉴노멀은 세계화의 쇠퇴를 불러올 수 있을 것이란 관측까지 나온다.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은 월스트리트저널 기고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세계 질서를 영원히 바꿔놓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각국은 국경을 강화하고 시민들의 이동을 제한했다. 세계화의 기반이라 할 수 있는 무역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세계 경제가 악화되고 각국이 교류보다는 각자도생을 택한다면 보호무역주의가 득세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를 극복하더라도 국제사회는 ‘코로나21’, ‘코로나22’ 사태에 대한 트라우마로 글로벌 가치사슬(GVC) 보다는 자국 가치사슬 구축을 강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세계화에 역행하고 탈세계화를 부추기는 모양새까지는 아니더라도 지금까지 봐왔던 세계화와는 다른 형태의 국제경제 질서와 국제관계를 형성하게 될 것이란 관측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잔뜩 위축된 세계 경제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또 다른 무역 전쟁이 펼쳐질 가능성도 높다.
국가주의나 지역주의가 만연해지면 세계시장을 제패하기 위한 미국과 중국 간 대립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그 동안 이들의 싸움이 극한으로 치닫지 않도록 힘을 모았던 국제사회의 공조는 코로나19 후유증에서 벗어나기 위한 각국의 몸부림에 뒷전이 될 수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산업계에서 일어날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글로벌 밸류 체인(GVC·세계 공급망) 재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집권 이후 본격적으로 불기 시작한 보호 무역주의의 바람이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위기를 타고 그 세를 키우고 있다.
특히 글로벌 기업을 보유한 국가들을 중심으로 GVC를 재편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세계의 굴뚝’으로 불릴 만큼 각국의 생산 공장들이 대거 진출했던 중국에서 코로나19가 최초 발생한 여파다. 코로나19 이전에는 무역 분쟁 우려 등으로 GVC 재편을 주저하던 국가들이 공급망 전환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선두에는 미국이 있다. “미국 제조업을 재건하겠다”며 생산 기지를 해외로 옮겼던 기업들을 자국으로 불러들이다가, 이제는 의료 산업까지 자립하겠다며 팔을 걷어붙였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특별 국채를 찍고 재정 적자율을 높이는 등 자금을 투입하고, 기업 지원 방안을 포함한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준비하고 있다.
전쟁의 폐허를 딛고 산업화를 일궈 지난 60여 년 간 수출로 생존해 온 한국 경제에도 코로나19는 전례 없는 도전이자 미래가 걸린 생존 문제로 다가온 것이다.
사회적 방역은 전세계가 극찬할 만큼 성공적이지만, 경제분야의 ‘방역’도 그 만큼의 성과를 낼지는 아직 예단하기 힘든 상황이다.
특히 미국과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서는 녹록치 않은 상황임은 분명해 보인다. 한국 경제는 올해 외환위기 당시였던 1998년(-5.1%) 이후 20여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경험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IMF(-1.2%) 뿐 아니라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0.2%)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0.6%), 모건스탠리(-1.0%) 등도 줄줄이 역성장을 전망했다.
고사 위기에 놓인 항공 등 기간산업과 수출 제조업체들의 영업수지가 악화되고 일반 가계와 자영업자들도 실직과 폐업의 기로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고실업과 초저성장이 뉴노멀로 굳어질 수도 있다는 비관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다행인 것은 그동안 한국 경제는 위기에 대한 도전과 극복의 과정 속에서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다는 점이다. 코로나19에 이끌려 죽음의 계곡이라는 뜻하지 길을 가고 있지만 그 혼란 속에 새로운 균형과 질서가 자리 잡을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을 힘겹게 통과한 뒤 우리나라가 어느 위치에서 세계 경제를 대하고, 각국이 우리를 어떻게 바라보게 될지는 작금의 상황을 어떻게 극복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발 빠르게 대응하느냐에 전적으로 달렸다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앞당긴 뉴노멀의 신세계에 적극적이고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면 대한민국이라는 브랜드 가치는 지금보다 몇 순위 위에 있을 수 있다.
전문가들도 재정 정책 등을 통해 우선 급한 불을 끄되 포스트 코로나를 겨냥한 대응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은 경기가 쉽게 회복되지 않을 상황에 대비해 정책을 준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사람이 모자란 제조업과 4차 산업 등 신산업을 지원하는 전격적인 산업 구조조정 정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정부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신산업과 신기술 육성에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 붙였다는 점이다.
기획재정부는 코로나19로 달라진 국내외 경제 여건, 보호무역주의 강화, GVC 약화 등을 반영해 5~10년 후 대외경제를 전망하고 이에 대응한 정책방향을 수립하기 위한 ‘포스트 코로나 대외경제정책방향 수립’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연구용역을 거쳐 ▲분야별(양자·다자 경제협력, 통상, 국제금융, 투자 등) ▲지역별(북미, 유럽, 신북방, 신남방, 아프리카 등) 접근 전략과 세부 정책수립 방향을 도출한다. 오는 10월 연구용역이 마무리되면 정책 방향을 수립하는 토대로 삼을 방침이다.
강현주
기자oldage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