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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어디로 가려는가

하림산책 - (박하림 / 수필가, 전 (주) 휴비츠 고문)
지금 나는 몹시 우울하다. 또한 두렵다. 대체 우리나라의 장래가 어떤 혼돈 속으로 떠밀려 갈려는 건지 모르기 때문이다.

현직 대통령을 높임말로 호칭하지도 않고 대놓고 xxx라고 지칭, 욕설에 가까운 비판을 하는 판국에 이르러서는 이 나라 국민 된 처지가 비애스럽게까지 느껴진다.

민주주의국가의 비이성적 자유의 남용인가. 현직대통령을 우리가 주적으로 단죄하는 ‘xxx’라 공공연하게 지칭해 온라인에 올려 여론재판 하듯 조리돌리질 않나, 이미 저질러 성공한 대통령탄핵에 맛 들였기라도 한 듯이 국민을 동원해 문 대통령을 탄핵하겠다는 것이다.

필자는 문 대통령 지지자가 아니며 현 정부에 문제가 많다는 데 동의하는 터다. 그렇다고 대통령직을 사임하라거나 사상범으로 단정해 매장시키는 여론몰이에 동조하지 않는다.

그런 식의 정권탄핵이 통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정치선동이 통한다는 의미로 안정된 민주정치의 토양을 오염시키는 것이다.

순선환적 정치를 이상하면 상생정치가 자연스럽게 이뤄져야한다. 그 최고 가치는 ‘자유로운 토론과 이성적 합의’로 그게 바로 의회민주정치의 이상이다.

한데 우리네 국회는 상생정치에 매우 서툴다. 다수당이 개원도 하기 전에 치졸한 속떠보기인지 아니면 진정 독차지하고 말겠다는 탐욕의 발로였는지 상임위원장 18석을 여당이 전부 차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의정운영이란 그 미덕이 정당성에 있는 게 아니고 ‘합당함’에 있는 것이다. 정당함과 합당함의 차이를 혼동하면 궤변이 통하게 된다. 정당함은 옳다는 것이고 합법적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정의의 개념은 애매모호한 경우가 많고 그 가치가 가변적이어서 일테면 소크라테스의 사상이 정당하지 못하다는 오판을 피할 수 없어 그가 독배를 마셔야 정의가 실현된다했다.

그러나 후세에 누구도 그  죽음을 정당하다 평가하진 않았다. 권력자나 집권자가 자신의 불의 부당함을 적법하게 감추고 정당함을 내세우면 되는 것은 일종의 고등 사기다. 여당이 상임위원장을 독식해도 합법적이니 정당하다. 한데 그게 일종의 의회독재‘를 하겠다는 의미라고 함은 무슨 까닭인가?!

그렇다면 합당함이란 저것과 어떻게 다른가.
합당하다는 것은 정당하되 합리적임을 의미한다.

합리성이란 과학적, 경제적, 인간적 가치를 가지고 있는데 무엇보다도 소통을 통한 협의와 합의로 합당함을 찾는 것이다. 합리적 가치란 정당한 가치보다 우월하다. 그리고 훨씬 더 평화롭고 호혜적이다.

그러므로 다수당이라는 정당성만으로 상임위원장 자리를 독식하겠다함은 비민주적 천한 발상이다. 그런 식으로라면 국회는 싸움난장을 치게 될 것이다.

정치의 합리성을 높이는 기술에 ‘역지사지 易地思之’라는 명약이 있다. 쉽게 말해 집권 여당은 교만을 버리고 늘 처지가 바뀌어 야당이 될 경우를 생각해 야당을 대하라는 것이다.     

한데 우리 국회는 비이성적 토론과 감정적 싸움이 잦아 반대자를 마치 역적처럼 여기기 때문에 토론문화가 질적 향상을 기할 수가 없다. 현명한 역지사지는 진지한 경청이라는 미덕을 소유한다.

그러므로 경청할 줄 모르고 반대당 발언자를 향해 삿대질을 햐며 야지에 가까운 언사를 하는 것은 의회정치의 기초조차 구비하지 못한 탓이다. 

만일 새로 구성된 21대 국회에서도 구태의연하게 여당은 다수라는 표결권을 휘둘러 그 정당성만 내세우고 야당은 지는 싸움만 거는 모양새로 대립만 일삼는다면 의정의 합당성을 고사시키게 될 것이다.

다수결 과신자란 의회법상 정당성에 있어서는 하자가 없을지 모르나 합당성에서는 문제가 많은 것이다. 법이 만능이지 않거니와 의정이 합리적이고도 경제적으로 운영돼야함으로 다수결 권한에만 매달리는 여당은 민주정치를 하는 게 아니다.

곤이불학(困而不學), 모르면서 배우려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그런 자세는 게을러 가난한 타빈(惰貧)과 같아 부끄러운 일이다. 국회의원들이여 21대부터라도 공부 좀 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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