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한, 발해연안 유역은 우리 민족이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역사 활동을 계속하였던 지역으로서, 우리의 누적된 역사 발자취가 남겨진 곳이다.
20세기에 들어 발해연안 지역에서 발달하였던 여러 문화들에 대한 발국과 연구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져 다양한 역사적 진실이 밝혀졌는데, 그 중에서 ‘선사시대 고조선’의 역사와 관련이 있으리라고 추정되는 문화들이, 아래 표에 요약한 홍산문화·소하연문화·하가점하층문화·하가점상층문화이다.
그런데, 이 지역은 선사시대에서 근대까지 여러 종족들과 국가들이 교차했던 시공간으로서 어느 종족이 점유한 시공간을 특정하기 어렵다.
더우기 중국의 사서에 기록된 이 지역과 관련된 기사에는 韓民族 선조의 존재보다는 산융, 동호, 선비, 거란 등의 활동이 더 많이 나타나고 있어, 이 지역을 韓民族의 역사와 연결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조상 종족이 이 시공간에 존재했었다는 사실부터 밝혀야 한다.
그런데, 이 지역에서 한민족이 활동했던 시대는 주로 선사시대와 상고대로서 근본적으로 문자기록이 부실하고, 그나마도 기록이 남아있는 후대의 중국의 사서는 왕조의 정치적 목적을 위하여 중국의 사서를 편찬하며 변방 異種族 역사를 기술한 것으로, 중국 왕조의 역사관으로 선택된 부분적 행적들의 기록이기 쉽고, 심지어는 의도된 왜곡 기술(記述)인 내용도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
그렇다면, 역사 연구에 활용 가능한 다른 과학적 연구의 결과를 부실한 문헌을 보완하는데 이용하면 어떨까 ?
중국 고고학계에서 체질인류학이나 분자유전학으로 古人骨을 분석하는 학자들은 고대 묘지에 매장된 인골들의 유전학적인 특성을 문화별로 분류하는 연구를 진행하여 발표하였다.
인간의 유전자에는 개인을 식별하는 많은 유전체들을 지니고 있지만 반대로 종족에 공통적 특이 유전체도 존재하는데, 종족 유전체는 혼혈로 인종자체가 달라지지 않는 한 수천 년이 흘러도 그 특성이 변하지 않는다는 유전학적 원리를 이용하여, 과거 어떤 문화를 영위했던 종족의 고인골을 분석한 자료를 이용하여 그 문화를 영위한 종족을 밝혀내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문헌사적으로 뚜렷이 분류와 식별이 가능한 종족들을 정의하고, 정의된 종족 구성원들이나 후예들의 샘플 유전자를 분석하여 그 종족의 특성 유전체를 찾아내어 어떤 종족의 표준 유전체를 정하고, 하나의 문화를 영위한 종족으로 인식되는 고인골 집합에서 그 종족의 공통 특성 유전체를 찾아내어, 앞에 정의한 종족의 표준 유전체와 비교하여 일치하는 종족을 찾으면, 그 문화를 이룩한 종족을 알아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시도는 한 문화 지역에서 발굴된 인골의 숫자가 수십 구 정도에 불과하여, 적은 숫자의 인골 분석 자료로 같은 공간에 일부 시간에만 존재했던 종족을 정확히 구분해 낼 수 없을 것이라는 비판도 받았다.
그러나 생물체의 유전자 분석은 시료의 양보다는 정확성이 중요한데, 정확한 인골만 확보하면 극소량의 시료로도 종족 속성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추출할 수 있으므로, 유전자 정보를 이용하여 여러 대안에서 특정한 史實을 선택하는 유전자 분석방법은 대단히 유효하다고 판단한다.
2009년 길림대학의 박사학위 논문집에 ‘요서지구 선진시기 거주민의 체질인류학과 분자고고학연구’라는 논문이 등재되었다.
이 논문은 내몽고 자치구, 하북성 동북부, 요서지방 등의 유적에서 발굴된 고인골을 유전학적으로 분석한 자료를 토대로, 이 지역에서 하나의 문화를 발달시키고 영위했던 종족을 문화별로 밝히고 있다.
다음 표에서 사용하는 종족 유형은 넓은 지역에 분포했던 여러 종족들을 대체적으로 식별할 수 있는 정도로만 대분류한 종족의 집합 형태의 유형으로 표현하고 있어, 어떤 문화를 이룩한 종족을 특정하여 지정할 수 없지만,
그 문화를 이룩한 종족의 대체적인 집합종족은 정확히 알 수 있는 분류체계를 사용하였는데, 우리는 문헌기록과 연계하면 이런 분류체계로도 훌륭한 역사적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아래 표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저자들은 해당 지역에 형성된 여러 문화에서 나온 인골들을 형질인류학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정리하였다.
이 표에서 홍산 문화와 소하연문화의 주인공은 고동북유형 종족이었으나, 하가점하층문화는 고화북유형 종족과 고동북유형 종족이 지역별로 편재하였고, 하가점상층문화 시대부터 고동북유형이 이 지역에서 물러나고 전국시대 초기까지 고화북유형 종족이 점유하였고, 전국시대에 들어 고몽고고원유형 종족이 이 지역을 차지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 표에서 얻는 또 하나의 중요한 통찰은, 요서지방과 내몽골지역에 고중원유형이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보아 화북지방과 요서지방에서 발달했던 여러 문화는 중원지방의 종족들과는 관련이 없었음을 알려준다.
또한, 난하 서쪽 지방에서 요하 유역까지 동북아 지역은 고동북계 종족이 선사시대부터 고유의 문화를 발달시켜왔었으나, 하가점하층문화 시대인 BCE 2000년경부터 화북지방에 고화북계의 종족이 유입되고 요서지방은 고동북계 종족이 남아있어 두 종족이 병존하는 체제가 되었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