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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중독,골프 지름신이 강림하사

최중탁 미국 골프 티칭프로(USGTF)의 재미있는 골프이야기 96

어느 골광(狂)여사는 새벽골프를 나갈 때마다 식탁 위에 ‘까불지 마라’라는 메모를 남겨 놓고 나간다.

까 : 가스불 잠그고 나가고
불 : 불조심하고
지 : 지퍼 잘 올리고 외출하고,
마 : 마누라 한테 자꾸 전화하지 말고
라 : 라면은 식탁 위에 있으니 식사하라.
수시로 ‘골프 지름신’(Golfing Spree)이 강림하시는 그녀의 골프장 출동광경이다.

‘지름’이란 하면 곤란해지거나 뒷 수습이 어려운 일이 발생 하더라도 눈 딱 감고 과감하게 일을 저지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지름에는 결행의 속도 즉행(卽行)이 필요하다. 이 무모한 용기의 뒤에는 주로 신용카드라는 무기가 있으며 그 화력(火力)의 원천은 바로 ‘할부’라는 실탄에 있다.

신용카드로부터 강림하시는 지름신은 항상 일단 긁고 생각하라는 전형적인 계시에 의해 충동적 인간의 마음을 지배하여 일단 내지르고 보는 배짱이 생기게 된다.

이 신조어는 주로 충동적으로 마음이 흔들려서 앞 일은 생각 않고 물건이나 서비스를 대상으로 충동적 구매행위 (Impulse Shopping)를 저지를 때를 일컫는 말로 쓰이고 있다. 물론 골프장 입장권이라는 상품, 라운드라는 서비스도 지름의 대상이다.

이것은 구매할 수 있는 능력에 비해 갖고 싶은 욕망의 크기가 너무 커서 비극이 수반되는 무리수다. 그런데도 내지를 수 있는 용기는 평범한 인간의 힘 그 이상의 초능력적인 신의 도움 신력(神力)이 작용했다고 보아서 ‘지름신’‘지름신이 강림했다’(Advent)라고 부르게 되었다.

자기의 오류를 변명하고 다른 탓으로 돌리기를 좋아하는 인간의 속성이 바로 신을 끌어들여 자기의 행위를 합리화시키기 위해 새로운 신 지름신을 창조했다고 본다. 그들은 거부할 수 없는 신의 뜻이라는 구실을 담아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면서 구매의 그 짜릿한 쾌감에 빠져든다.

지름신의 노예들은 내지를 때의 쾌감을 오르가즘(Orgasms)에 빗대어 ‘지르가즘’으로 표현하는데 짜릿한 쾌감의 극치 뒤엔 야릇한 후회와 허탈감도 뒤따르기 때문이다.

‘뒷일이야 어떻게 되든 일단 저질러서 잠깐의 황홀감에 빠져 보자’ 바로 여기가 문제의 핵심이요 번민의 진원지가 된다.

골프에 지름신이 자주 내리면 골프중독의 길에 이르게 되는데, 신내림을 받으면 어쩔수 없이 무당의 길을 걷는 것과 비슷한 과정이다.

골프 지름신은 주로 라운드를 대상으로 내리지만 여성들에게는 서로 경쟁적으로 골프패션 용품 장비에까지 대상이 확대되어 현대는 여성 골프시대, 신 골프시대를 맞이했다.

골프 지름신의 신내림 증상을 살펴보면,

1. 매일 늦잠으로 허둥대며 출근하지만 골프약속이 있는 날이면 알람 없이도 새벽 4 시에 벌떡 깬다.
2. 소풍을 앞둔 초등생 마냥 연신 날씨예보 앱을 뒤적이며 비 걱정이 태산 같다.

3. 때와 장소 구분없이 우산이나 막대기만 잡으면 스윙연습, 소공원 잔디밭에 채 하나 들고 나와 스윙연습하다 다른 사람들의 제지를 받기도 하고.

4. 골초들의 주머니 속엔 담뱃가루가, 골광들에겐 잔디 지푸라기나 마크 티가 발견 된다.
5. 어떤 거리를 측정할 때 9번 거리, 7번 거리라고 천연덕스레 말한다.

6. 아이들 성적보다 본인 골프 스코아에만 관심, 100점 맞았다면 좀 더 열심히 하면 90점도 가능하다고 위로한다.

7. 어느 홀의 모양 거리까지 기억하면서 가족들의 생일을 잊고 지나친다.
8. 당구공 뒤에 무의식적으로 동전 마크를 하기도 하며 식탁에 앉으면 젓가락은 아이언 숟가락은 우드로 보인다.

9. 평소 애주가가 라운드 전날에는 술자리를 피하거나 술잔을 사양하여 ‘어디 아프냐’소리를 듣는다.
10. 연습장이나 골프숍은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지름신에게 잡힌다.

호사다마는 어쩔 수 없는 만사의 이치다. 골프 지름신에 의한 가계의 주름 가족관계와 자녀교육 소홀 사업장의 악영향 등 부정적인 면도 없지 않다.

그러나 신내림 받은 골광들의 장단점을 종합평가해 보면 그래도 긍정적이고 플러스 되는 면이 더 많아서 유익한 중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에겐 건강증진 근면성 향상 도박이나 주색잡기가 줄고 건전한 사교폭과 수준이 넓어지고 높아진다.
이런 점에서 빚을 좀 내서라도 차라리 골프에 빠지길 원하는 가족도 없지 않다.

따라서 골프와 일상생활의 균형 소위 ‘골라벨’(Golf and Life Balance)을 어떻게 조화롭게 유지해 나가느냐가 그 사람의 능력이고 인격이다.
이 점을 골프광들은 명심해야 진정한 신사숙녀 존경받는 골퍼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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