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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단설립 협상과정의 비판

남북경협 첫 실험사업 개성공단의 허(虛)와 실(實)➎ - 최중탁(본지 부사장기업인/칼럼니스트)

남북경제협력의 첫 단추로 설립한 개성공단사업의 태동, 시행운영, 폐쇄조치에까지 이르는 전과정을 한 번 되살펴 볼 필요가 있다.

각 단계마다 졸속, 시행착오, 운영의 비효율성, 기업 외적인 영향 등 남북공동 사업장으로서의 지속적 존립을 위태롭게하는 요인들이 너무나 많았음을 알 수가 있다. 사업의 중단은 예견된 일이요 필연적인 결과였다고도 할 수 있다.

특히 2000년 대는 남북이 상호 절실하게 경제협력이 필요했던 시기였다. 그 결과 2000년 8월 22일 남측 현대아산그룹과 북측의 아태평화위원회 간의 개성공단사업 합의서가 서명 교환되었다.

이후 남북간 본격적인 실무협상 과정을 보면 지극히 성급하고 단견적(短見的)이었음을 알 수가 있다.
한 가지도 제대로 된 협상이 없었고 북측의 제안데로 그대로 끌려 들어간거나 다름 없었다.

남북공동사업의 성공에 필수적인 조건을 얻어내지 못했거나 간과한 몇 가지 주요 사항들을 살펴보면,

1. 입지선정의 과오
개성공단은 정치적 군사적으로 북한주권에 의해 통치되는 북한영토 내 군사분계선 북쪽 2.6 km지점에 위치해 있다.

남북경협사업은 남북이 대등한 입장과 공정한 조건하에 추진되어야 하는 호혜적 공동사업이다. 따라서 입지선정에서도 개성대신 남북간의 가장 안전한 완충지대 지리적 중간위치 비무장지대가 우선적으로 고려 됐어야 했다.

총 1조원 이상 규모의 국민혈세와 민간자본을 신뢰도가 없는 우리의 주적(主敵) 북한 내 위치한 개성공단 고정자산에 투자했다.  돌려 받을 수도 갖고 올 수도 없는 북한내 고정자산인데 이 자산은 결국 누구의 것이 되겠는가.

개성시는 우리의 제안인가 북측과의 협상에서 밀린 것이었는가 묻고 싶다. 1조원을 이미 퍼다 준 셈이라 하겠다.

이처럼 개성공단은 위치상 항상 북측의 군사력에 의해 장악되어 군인들이 담장 안쪽을 감시하고 있는 볼모나 다름없는 시설로 남측인원은 준인질상태나 다를 바 없었다. 이름만 남측자산이지 실질적으로 그들의 손아귀에 넣어 준 그들의 자산이나 다를 게 없었다.

북측의 남측인원 추방조치로 모든 자산을 그대로 두고 맨손으로 빠져 나올 수 밖에 없었던 사태는 입지가 결정될 때부터 예견된 시나리오였다.
사업의 입안단계에서부터 입지선정 과정에 이런 원천적인 오류를 범한 당국은 우매하다고 밖에 할 말이 없다.

2. 노동력 공급능력 오판
개성공단 사업의 핵심은 처음도 끝도 ‘풍부하고 저렴한 노동력’ 활용이었다.
배후도시 개성시의 인구와 노동력 공급능력을 사전에 제대로 조사했었는지 의심스럽다.착각했거나 이 문제를 간과했다면 더 크게 책임져야 할 부분이다.

배후도시 20만 개성인구는 1단계 개발단계에서부터 이미 25%의 노동력 부족사태를 야기시켰으며 공급부족에 의한 북측의 갑질과 지나친 임금인상의 폐해로 이어졌다.

공단을 3단계까지 개발시 70만 노동자들의 거대한 생산기지가 된다는데도 상응한 노동력공급 대책은 없었다. 입지선정 협상과 더불어 노동력 공급능력에 대한 중대한 오판이라고 비판한다.

3. 국제화의 필요성
남북한 간의 공동사업은 남북간 갈등 발생시 직접적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사업관련 이슈이든 정치적인 문제이든 마찬가지다.

복수의 파트너 즉 다국적 기업이 참여하는 국제간의 공동사업일 경우 일방의 문제가  사업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그 만큼 분산된다. 또 국제교역도 다변화 되고 해외시장도 확대되는 큰 장점이 있다. 기둥이 여럿이면 하나가 부러져도 무너지지 않는다.

개성공단 사업에 제 3국 기업들의 참여가 있었다면 사업의 독립성, 마케팅 여력과 생존력이 더 강해졌을 것으로 생각 된다.  그 중에서도 공단운영의 공정성 즉 북측이 독단적으로 좌지우지 하기가 쉽지 않게 된다는 강점이 있다.
미국 중국 일본기업들의 유치 없이 약한 체질의 공단으로 출발했던 것이다.

4. 비무장지대 활용성 간과
개성공단 위치는 치외법권적 기업활동 권리를 보장받는 국제 자유무역지대가 아닌 완전한 북한 지역내의 생산공장이라는 점은 북측 관리자들로 하여금 그들의 통제를 당연시하는 의식을 갖게 한다.

정치적 군사적 중립지대인 비무장지대가 남북간에는 가장 공정하고 대등한 입지조건 이다. 투자한 고정자산의 보호가 보장되고 방치된 토지활용도가 높아져서 토지이용료도 줄일 수 있다. 양측의 평화적 생산기지로 육성하면 실질적 군사완충지대로도 중요한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이다.

개성공단과 비무장지대는 2.6 km거리에 불과하다. 근로자의 출퇴근에도 현재의 위치와 큰 불편함이 없는데 이러한 장점이 무시된 것은 협상에서 북측의 의도에 끌려갔다고 볼 수 밖에 없다.

미국ㆍ 멕시코 국경공업단지(마킬라도라 Maquiladora)처럼 완전 중립지대, 우리의 비무장지대가 가장 이상적 위치라고 보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5. 정경(政經)분리원칙의 무시
개성공단 현지법인의 투자성패는 남북간의 협력정도와 정치상황의 안정도에 따라 직간접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 사업은 정치 군사적으로 갈등과 충돌이 빈번한 한반도에서 민간기업에 의해 선도되는 남북공동사업이다.

사업의 안정성과 연속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순수기업활동 이외 그 어떤 정치 군사적 영향을 받지않도록 상호보장하는 협약이 별도로 이루어 졌어야 했다. 이런 원칙이 존중되지 않음으로서 정치적 문제로 인한 남북이 교대로 이 사업을 뒤흔들며 대규모 손실을 유발시켰다.

6. 군사적 통큰 양보의 허구
공단설립을 위해 북한은 주요 군사적 요충지를 내주어 통큰양보를 했다고 강력 주장했다.
그러나 군사전문가에 의하면 군전략상으로나 북한 전략자산 성능으로 봐도 10km 후퇴는 군사적 양보가 전혀 아니라고 한다.

선군(先軍)정치를 통치이념으로 삼는 북한이 그 지역이 군사전략적 요충지였다면 아무리 경제적 이득이 큰 경협사업이라 해도 더 좋은 보상과 대안없이 그 자리를 양보 했을리는 절대 없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통큰양보와 완충지대 확보로 우리가 군사적 득을 봤다고 주장 하는데 그들은 군 작전에 대한 일편의 상식도 없는 문외한들로 볼 수 밖에 없다.

7. 불공정한 공단관리 운영조직
남북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경협사업인데도 운영상 상위조직은 북측인원으로 구성 되었고 하위조직은 남측인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상명하복 조직 즉 북측에서 운영 주도권을 잡고 그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만 사업을 이끌고 갈 수 있는 조직으로 되어 버렸다.

개발과 재정부담 기업유치권만 남측에 위임했고 가동율이 올라 갈 수록 운영은 그들이 좌지우지하고 있는 실정으로 변해갔다. 조직구성 협상에서 범한 남측의 큰 오류였다.

이상과 같이 공단설립과 운영조건의 협상결과를 보면 중요한 핵심사안들은 전부 북측에 유리한 조건으로 양보해 버린 셈이다. 당국이 협상과정에서 얻은 것이 무엇인가 라고 되묻고 싶을 뿐이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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