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라운드에 있어서 컨시드(=OK)는 물건을 사고 파는 거래에서 덤과 같다.
거래상대에게 자신의 배려와 애정의 표시 그리고 감사와 넓은 아량을 베풀어 주는 아름다운 행위다.
서로 닮은 인생과 골프에 있어서 이런 덤과 애정이 없으면 얼마나 살벌하고 무미건조한 인생과 라운드가 될까. 이런 맛에 삶이 즐겁고 콘시드라는 양념이 있기에 오늘도 골프백을 매고 나선다.
PGA 규정상 홀매치에서(18홀 스트록 경기에서는 불인정) 짧은 거리의 퍼팅이 남았을 때 실제 퍼팅을 해서 넣은 것(홀인 Hole in)으로 인정하는 것을 공식적으로 ‘컨시드’(Concede)라고 하며, 한국에서는 통상 ‘OK’ , 미국 유럽에서는 ‘Gimme’ 또는 ‘Give’라는 애칭으로 불려지기도 한다.
그런데 아마츄어(Recreational golfer)들이 친선골프를 칠 때는 18홀 스트록 게임 임에도 불구하고 관행적으로 컨시드를 주고 받는다. 화기애애한 라운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 이제는 꼭 필요한 배려이자 라운드 매너가 되었다.
골프는 룰(Rule)의 게임이다.
헌법처럼 가장 큰 틀의 최상위법이 PGA Rule이며 그 하위법을 로컬룰(Local Rule)이라고 한다. 최상위법 헌법은 모든 하위법에 절대 우선시 되지만 골프에서는 정반대로 로컬룰이 상위법 PGA 룰에 우선한다.
스코어 카드 뒷면에 명기되어 있는 로칼룰은 주로 라운드 중 안전사고 예방, 진행원활, 시설과 자연환경 보호가 주 목적이므로 가장 우선적으로 준수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 컨시드에 관한 규정은 로컬룰 북에 기술되어 있지는 않다. 토너먼트와 같은 경우처럼 경기 진행상 콘시드 서클이 그린에 표시 되어 있지 않으면 경기자들끼리 합의하에 소위 ‘Sub-local 룰’ 로 정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도 가장 빈번한 컨시드 논쟁이 발생하는데 논쟁의 대상은 주로 OK선언의 불명확, 당연히 OK거리로 간주하여 공을 집는 행위 등이다.
이와 관련 흥미로운 PGA 판정사례들을 보면,
● 홀아웃 하지 않고 다음 홀로 이동하여 티잉에리아에서 샷 하는 순간 그 선수는 실격 된다(규칙 3조 2항).
● 또 홀아웃 하지 않고 볼을 집어 다음 홀로 이동했다가도 앗차 실수를 깨닫고 다음 홀 티샷 전에 전 홀로 돌아가서 공이 있던 자리에 다시 놓고 치면 1벌타만 인정된다 (규칙18조 2항).
● 마지막 홀에서 패배가 확실하다고 마지막 퍼팅을 않고 홀을 떠나 버리면 패자가 아니라 실격자로 처리된다.
컨시드를 주고 받을 때도 반드시 지켜야 할 매너가 있다. 우리나라 골프문화에서는 상식적으로 90% 이상의 퍼팅성공 가능성이 있는 거리인 1m 이내 또는 퍼터길이 이내는 컨시드가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그렇지만 눈감고도 넣을 수 있는 거리라도 오케이 선언 소리가 안 들리고 끝까지 퍼팅을 요구하면 그때부터는 라운드 분위기가 싸늘해 지기도 한다.
컨시드는 주지 않으면 다음 기회에는 자기도 받지 못하기 쉽다.
그렇다고 페어웨이이든 그린이든 샷만 하면 굿샷 나이스샷 OK를 남발하여 애인에게나 베풀던 과잉친절을 친구들간 내기골프 때도 쏟아내면 몰상식하고 분위기 파악 못하는 푼수같은 동반자로 취급 당할 수 밖에 없다.
컨시드를 줄 때 외국에서는 Concede! Give! Pick it up! 으로 명확히 선언한다.
가장 멋진 콘시드 매너는 “OK !” 라고 선언후 직접 공을 집어서 전해 주며 ‘축하’ 인사를 건내고 받는 사람도 ‘감사’의 인사로 답하는 것이다.
퍼터로 공을 그린 밖으로 쳐내 버리며, 집어 들어! 라고 소리치면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불쾌해지고 최악예절의 골퍼로 낙인찍힐 수가 있다.
컨시드는 거절이 가능한가?
어떤 경우라도 받고 안 받고는 본인의 권리이며 본인 의사에 달려있다.
그러나 골프에서는 PGA 규정상 ‘컨시드를 주고 나면 그것을 철회하거나 번복할 수 없다’ 고 명기되어 있다. 이미 홀아웃 선언으로 보기 때문이다. 끝까지 마무리 하겠다며 퍼팅을 해서 넣든 실패하든 상관이 없어진다.
따라서 컨시드가 선언되면 공을 집어 드는 것이 원칙이고 경기진행에 대한 매너다.
그렇지만 이 또한 아마추어 경기자들간에 Sub-local rule로 합의하기 나름이라고 본다.
굳이 OK를 사양하고 피니쉬 퍼팅을 하겠다면 OK선언은 자동 취소되고 피니시 퍼팅결과를 스코어로 인정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본다. 아니면 ‘감사히 받고 연습퍼팅 좀 하겠습니다’라며 양해를 구하는 것도 괜찮은 매너다.
아마추어 골퍼들은 즐기기 위해 또는 건강을 위해 라운드를 한다.
컨시드가 있기에 골프장에 간다고 할 정도로 컨시드는 골프의 양념과도 같다.
양념은 적당량을 적시적소에서 활용해야만 최고의 맛, 즐거운 라운드를 만들 수 있다.
컨시드에 대한 매너와 활용방법도 상급골퍼라면 꼭 갖추어야 할 중요한 기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