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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으로 읽는 한국의 기원 -선사시대 고조선 7

최현수 교수(KAIST 공학박사/전 건양대학교 Prime 창의융합대학 학장)
우리 역사학계, 홍산 문화와 고조선의 연결을 부정

이런 주장과는 달리, 홍산 문화와 韓民族의 문화는 다르다는 연구가 수행되었고 그 결과로 부정론도 나타났다.

1)세계문명사에서는 대체로 청동기 시대에 들어 와서야 원시국가가 출현하였다고 인정하는데, 홍산 문화의 대부분의 기간이 신석기시대로서 이 시대에 韓民族 국가의 성립을 운위하는 것 자체가 무리한 논지라는 것이다.

2)실증사학에서는 BCE 2333년의 고조선의 건국과 건국 후 1000여년의 전반기 행적을 증명하는 고고학적 유적이나 유물 및 고대의 문헌기록 등이 없어 고조선의 성립을 부정하는데, 홍산 문화는 이 보다도 2천년이나 더 빠른 시대에 나타난 문화로, 문화사로는 인정이 되더라도 한 국가의 역사로 파악하려는 시도는 무리한 것이고, 홍산 문화의 존재는 증명이 되었더라도 이를 한민족의 국가 구체적으로는 고조선과 연결 짓는 것은 무리이다.

3)유물에 새겨진 동물의 형상이 곰뿐만 아니고 여러 동물이 있는데, 이 중에서 곰의 형상만을 골라내어 4천여 년 후에 편찬된 단군조선의 건국신화의 내용에 맞추는 것은 후대의 또 다른 작술에 불과하다.

우리 역사학계의 이러한 논쟁은 홍산 문화의 실체를 밝혀나가는 과정에 필요한 노력들이지만, 현재까지 우리 역사학계는 홍산 문화와 고조선의 연결을 부정하고 있다.

 한편, 중국 역사학계는 홍산 문화의 분포지역이 동북아 요서지방이므로 속지주의 역사관에 따라 홍산 문화는 중국의 역사라고 주장하며, 나아가 이 문화를 형성한 중심 종족을 동이족으로 인정하고, 동이족도 중국 변방의 한 종족이므로 동이족이 이룩한 모든 동북아의 역사는 중국의 역사라는 논리체계를 주장하고 있다.

고대 사서에 중국인이 사용하던 동이족의 의미는 중원 동쪽에 분포한 오랑캐 종족들에 대한 통칭이었다.

홍산 문화의 실체가 밝혀짐에 따라 동아시아 여러 국가들 특히 한국과 중국은 선사시대의 역사를 재정립해야 할 필요가 생겼다.

한국의 상고대 문화는 세계 4대 문명의 발상지인 중국 황하유역에서 전파된 황화 문명으로 교육되어 왔고, 재야사학계에서는 (중앙아시아) 시베리아에서 전래된 북방문화를 승계한 것으로 인식되어 왔으나, 이제는 홍산 문화의 분포지인 발해연안유역에서 자생적으로 발달한 문화일 가능성을 깊게 연구해야 한다.

한편, 중국 문명은 중원지방의 앙소 문화를 기반으로 이 문화의 영향을 받아 발달한 산동지방의 대문구 문화와 용산 문화를 외포(外包)하는 것으로 역사를 정리하여 왔는데, 홍산 문화가 이들 문화보다도 앞서고 이미 동이족 문화로 알려졌던 대문구 문화와 용산 문화가 같은 동이족이 발달시킨 홍산 문화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판명됨에 따라, 중국의 문명사와 역사는 전체적인 틀을 재정립할 필요가 생겼다.

이를 위해 중국은 동북공정을 통해 중국의 문명사와 역사를 전체적으로 재정립하고 있는데, 이 공정에 필요한 것이 동북아 지역에 분포한 동이족의 문화사와 역사이다.

한국에 대한 중국의 동북공정은 단순히 한국의 역사를 축소하려는 시도이기 보다는, 동이족의 역사가 없으면 중국 전체 역사의 논리체계가 무너지므로 중국의 역사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보아야 하며, 우리도 이제는 우리의 역사를 제대로 정립하려는 노력이야 말로 우리의 자랑스러운 역사 찾기이자, 중국의 역사 동북공정에 제대로 대응하는 길로 보인다.

홍산 문화의 분포지역에 대한 주장은 여럿이 있지만, 홍산 문화를 이어받은 후대의 다른 문화가 발흥된 것을 보면 홍산 문화의 중심지는 요서지방이라고 판단한다.

이 글 제1절에서 살펴보았던 ‘5000년 전의 동북아 지역에 분포한 종족들’의 연구결과처럼 맥족이 요서지방에 분포해 있었고, 또 고인골의 유전학적인 연구결과에서 홍산 문화의 주인공은 고동북유형 종족이라고 결론 내린 것을 종합하면, 홍산 문화는 ‘맥족’ 또는 ‘동이족’의 부족들이 형성하여 발전시킨 문화이었던 것으로 판단한다.

그러나, 홍산 문화가 소멸된 시점이 선사시대 고조선의 성립과 1000여년이나 차이가 있어, 설령 중심 종족이 맥족으로 한민족의 조상과 같더라도 두 문화를 지탱한 정치와 사회 체제가 직결되었음을 증명하기 어렵다.

또한, 문화적 승계를 입증하는 자료로서 제시된 것이 일부 유적과 유물의 유사성인데, 동일한 지역에서 시간적 차이를 두고 발달한 두 문화이므로 후대인 고조선의 문화가 영향을 받았을 수는 있었겠지만, 이것으로 국가체제인 고조선이 문화체제인 홍산 문화의 정치집단을 승계하였다고 말하기 어렵다.

(2) 하가점(夏家店, 샤자덴) 하층문화

하가점 하층문화(夏家店下層文化)는 BCE 2000년경~BCE 1500년경 내몽골 자치구 적봉시 일대·하북성 북경과 연산 일대·요녕성 요서지방에 분포한 청동기 문화로서, 내몽골 자치구의 적봉시 하가점촌 유적의 하층을 표식 유적으로 한다.

이 지역에는 이정에 홍산 문화가 발달했었고 이후 천년동안 소하연문화(小河沿文化)가 나타났고, 이어서 하가점하층문화가 발달하였다. 여기서, 소하연문화는 앞뒤 중요 문화 시대의 연계문화 정도로 간주된다.

앞에서 살펴본 동북아 지역의 문화별 형질인류학적 연구결과에서, 홍산 문화를 영위한 종족이 고동북유형인데  반하여, 분포지역이 확장된 하가점 하층문화는 고화북유형과 고동북유형 종족들이 영역을 나누어 분포하였었고, 요서지방의 서북부가 중심지인 하가점 상층문화는 고화북유형 종족이 요서지방을 차지하여 문화의 중심 세력이 되었으며, 전국시대에 들어서는 고몽고고원유형 종족이 이 지역을 대체하여 차지하였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관심의 대상인 하가점하층문화를 ‘중심 종족과 분포지역’을 기준으로 세분하면, 고화북유형 종족이 중심인 하북성 문화와 고동북유형 종족이 중심인 요서지방의 문화로 나눌 수 있는데, 하가점하층문화는 시대적으로는 하나의 문화이지만 지리적으로는 화북성 문화와 요서지방의 문화가 각각 발달하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중에서 우리가 요서지방의 하가점하층문화에 특히 관심을 두어 연구하는 이유는, 이곳이 고조선의 점유한 시공간이 정확히 일치하기 때문에 국가 체제인 고조선의 문화가 이 문화와 동일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요서지방의 하가점하층문화 시대는, BCE 2333년 단군조선의 개국 가설을 인정하면 고조선 초기 500년의 기간으로, 《삼국유사》에 나타나는 도읍지 아사달 이전 등 고조선의 역사 기록과 시공간이 일치한다. 또, 중국 사서에 나타나는 고동북유형 종족을 지구과학에서 밝혀낸 대로 이 시공간에 존재했던 맥족으로 특정하면 이들은 고조선의 중심 종족과 일치한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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