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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재개의 전제조건

남북경협 첫 실험사업 개성공단의 허(虛)와 실(實)➏ - 최중탁(본지 부사장/기업인/칼럼니스트)
6월 19일 오전 경기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개성공단 지역에 6월 16일 폭파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가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5회에 걸쳐 남북경협 시범사업 개성공단의 설립을 위한 협상과정과 운영실태, 남북 각각의 득실을 분석하며, 특히 사업 전과정에 걸쳐 드러난 제반 문제점들을 중심으로 살펴 보았다.

친북성향의 문재인 정부는 현재도 계속중인 서방국가들의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틈만나면 남북경협 시범사업인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을 재개해 보려고 애쓰고 있다.제재의 빈틈과 명분을 찾기에 머리를 짜내고 있음을 알 수가 있다.

남북경협사업을 그들의 정권 유지의 한 수단으로 보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많다.

그러나 북측에 의해 현재 폐쇄상태인 개성공단의 재가동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또 다시 가동중단이나 폐쇄사태가 답습되지 않도록 보장하는 재개 전제조건들에 대한 새로운 합의와 정치군사적 이슈로부터의 안전장치가 먼저 갖춰져야 한다.  

지금까지 드러난 경협사업 협상과 운영과정에서의 과오와 시행착오 등 모든 문제점들의 완전한 해결과 함께 새로운 시스템을 세운 후 재접근해야만 공단운영이 성공할 수 있다.
따라서 그동안 개선됐어야 했던 문제점들을 살펴보면 역으로 그것이 바로 대책이요 공단재개의 전제조건이라 할 수 있다.

1. 순수한 경제논리로만 접근
정치적 목적의 달성수단으로 개성공단을 이용하거나 기업들을 희생양으로 삼지 말아야 한다. 그 어떤 정치적 군사적 사안과도 연계시키지 말고 순수한 경제적 목적으로만 경협사업을 존속시켜야 한다.
양측에게 큰 경제적 성과를 안겨 준다면 정치적인 분야로까지 긍정적 파급효과가 확대 된다.  

2. 정치적 군사적 긴장완화
남북한의 정치적 갈등이나 군사적 긴장을 최소화하고 충돌이 발생하더라도 공단에 영향을 주거나 볼모로 또는 지렛대로 삼는 일이 없어야 한다. 남북이 절대적 정경분리 원칙을 선언하고 강력한 불간섭 합의서를 채택해야 한다.

3. 임금인상의 안정화
개성공단사업에 있어서 성공의 관건은 질좋은 근로자와 저렴한 인건비다.
가장 중요한 생산요소인 노동력이 안정적으로 유지 공급 되도록 임금인상에 관한 남북간 인상 상한선 합의가 이루어지고 실천방안도 수립되어 있어야한다.

4. 개성공단의 국제화
입주대상을 남한 기업에만 한정하지 말고 국제협약에 따른 다국적 민간주도 사업으로 확대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국제법적으로 보장받는 홍콩과 같은 치외법권적 공업특구 자유무역지대 수준으로 지위를 격상시켜야 된다.

투자선도 다변화하여 북한은 중국이나 친북국가들과 공동출자하고 남측은 미ㆍ일 등과의 자본이 혼합된 다국적 사업으로 개방하는 것이다. 남과 북에 한정된 경협사업이 아닌 여러 국가가 참여한 국제적 공동사업이라면 남북의 정치상황변화에 따른 영향을 줄일 수 있다.

5. 자율적 공단운영과 간섭 최소화
비합리 비생산적인 관리 편의주의식 간섭은 간접비를 상승시킬 뿐 아니라 노동생산성과 제품의 품질저하를 유발할 수 있다. 법제도적으로 완전한 자본주의식 경제구역으로서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하여 기업활동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극대화 시켜야 한다.

6. 3통 문제(통신, 통관, 통행)
이러한 전 근대적 통제를 없애고 통행과 통관절차를 단순하게 만들어야 한다. 업무용  첨단 통신장비를 활용할 수 있게 허락해야 하며 기업편에서 편리하고 신속한 전산관리 시스템으로 개선해야 한다.

7. 입주기업 대상 개방
다국적 기업은 물론 국내의 대기업 재벌 등에게도 문호를 개방하여 공단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현대화를 기해야한다. 재무구조의 건전성과 자기자본비율도 입주기업의 선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8. 공단의 위치확대 및 원산지 문제
개성공단 제품은 국내 내수용에서 해외시장에까지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공단의 2단계 개발부터는 공단구역을 종으로 확대하여 비무장지대 남측까지 생산기지로 편입, 원산지 문제와 GSP(일반 특혜관세제도) 문제도 풀어내야 제품의 국제경쟁력이 높아진다.

1965년 멕시코가 미ㆍ멕시코 국경지역에 건설한 국경지역공단 ‘마킬라도라’(Maquiladora)의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비무장지대 내에 건설한 남북 공동시설인 공단은 군사적으로도 완충지대 역할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9. 노동력 공급원 배후도시 추가 확충
현재 노동력 공급원으로 개성시와 인근 100km 주변까지 확대되어 있지만 여전히 절대적 공급부족 사태를 빗고 있다. 개성공단이 계획대로 3단계까지 개발되어 근로자 70만명을 수용하는 거대한 생산기지로 확대될 경우 노동력 공급문제는 더 심각해 질 수 있다.

근로자  주거전용으로 개성시의 3배 이상의 거대한 신도시가 하나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이 공동으로 이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10. 대북제재 국가들과 사전조율
한반도 이슈가 국제사회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이상 북한의 핵ㆍ 미사일 문제와 대북제재공조 이슈 등은 한미일 동맹문제 등과도 서로 얽혀져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공단재개 문제도 해당 국가들과 긴밀한 사전조율이 선행되어야 한다.

한반도 ‘평화의 엔진’이던 개성공단은 남북간의 정치 군사적 갈등으로 북측에 의해 폐쇄상태가 되었다.
이처럼 남북간의 정치적 긴장완화와 화해 분위기는 경협사업에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증거다. 공단 존립의 본질인 근로자 임금 인상압박 역시 심각한 운영상의 장애요인이었다.

입주기업은 물론 입주대기 기업들까지도 개성 공단재개에 대한 관심이 여전히 높다. 전체 입주기업의 67%가 재입주를 희망하고, 26%는 상황을 지켜 본 후 입주하겠다는 설문조사 응답이 나왔다(입주기업 협회 자료).

사실 재개가 결정 되어도 실제가동과 정상운영까지는 상당한 준비기간이 필요할 것이다. 생산설비의 정비 보수및 이동 재배치는 물론  근로자 재모집기간도 예상외로 길어질 수 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협회에 의하면 현재 입주기업들 중 80개 업체는 이미 국내외 다른 지역으로 생산기지를 옮긴 상태라고 한다.

이상의 문제들을 해결하거나 사전에 충분한 대책이 수립되어 있지 않으면 재개논의 자체가 무의미하다. 기업 고유의 활동 이외의 문제로 언제든지 또 다시 존폐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위험성이 높은 것이 남북협력 사업의 특성이기 때문이다.

제시한 전제조건들 중 그 어느 것 한 가지도 간과 되거나 미결상태로 남겨둔 채 서둘러 재개한다면 또 다시 폐쇄 재개등의 사태가 반복 될 것이 분명하다.

문제점들에 대한 철저한 개선책 수립과 인내 그리고 새로운 접근전략으로 재협상에 임해야만 공단재개의 실마리가 풀릴 수 있다.
<시리즈 연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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