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운드 중 베푸는 컨시드(Concede=OK)의 속성은 받고 싶은 거리는 길고 주고 싶은 거리는 짧은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컨시드 문제로 논쟁도 많지만 누구에게나 박수받은 아름답고 통큰 컨시드 기록도 있었다.
골프의 제왕 ‘황금곰’(Golden Bear) 미국의 잭 니클라우스(Jack Nicklaus 1941~)는 라운드에 임하면 냉혈적 승부사로 변한다 .초반 홀에서는 상대에게 관대한 컨시드를 베풀지만 그의 관대함에 긴장이 풀릴 즈음, 결정적 승부처에 이르러서는 갑자기 끝까지 퍼팅을 주문하고 당황하게 하여 퍼팅을 실패하게 만든다.
1969년 라이더컵(Ryder Cup) 최종라운드에서 그는 친구 토니 재클린과 맞붙었을 때, 라이더컵 사상 가장 흥미로운 최종홀 마무리 퍼팅을 남겨 놓고 있었다.
니콜라우스는 긴 파 퍼팅을 성공시켰고 재클린은 1.2m 거리를 남겨 놓았었다. 재클린의 퍼팅이 들어가지 않으면 미국팀이 승리하게 되는 판국이었다.
그러나 그는 상대 재클린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 최종 퍼팅을 하게 놔두지 않았다. 그는 갑자기 재클린의 공을 집어든 다음 컨시드를 주었다. 자기 팀 미국의 승리기회를 라이더컵 사상 최초의 무승부로 만든 순간이었다.
잭 니클라우스는 재클린에게 이렇게 말했다.
“자네의 퍼팅이 실패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자네에게 실패할 기회를 주고 싶지도 않았었네.”
경기승패에 우선한 니콜라우스의 의리와 매너에 전 세계로부터 찬사가 이어졌고 가장 통큰 세기적인 컨시드 기록으로 골프역사에 남아 있다.
2017년 7월 30일 미국 미주리 주에서 있었던 US 주니어 골프선수권에서는 컨시드 논란 소위 ‘컨시드 게이트’가 터졌다.
연장승부에 들어간 에리카 셰퍼드(Erica Shepherd)와 엘리자베스 문(Elizabeth Moon), 연장 첫 홀에서 셰퍼드가 파로 먼저 홀아웃 했다.
그러나 문은 승리 할 수 있는 1m 버디퍼팅을 놓쳐 공은 홀 20cm 옆에 멈췄다. 크게 실망한 문은 이 볼을 퍼터로 끌어 당겼다.
그러자 셰퍼드는 컨시드를 준 적이 없다며 이의를 제기했고 결국 1벌타를 받은 문은 버디챤스가 보기가 되며 셰퍼드에게 결승 진출권을 빼앗기게 되었다. 갤러리들은 셰퍼드에게 비겁한 골퍼, 또는 문에게 당연한 벌타라며 오랫동안 논쟁을 벌였었다.
문은 “전 홀에서 훨씬 긴 거리도 OK를 줬기 때문에 20cm거리는 당연히 OK를 받을 것으로 기대했다”고 했다.
셰퍼드는 “문의 버디퍼팅 때 눈을 감고 있었는데 공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지 않아 눈을 떠 보니 이미 공을 집어 들고 있었다. 그 상황을 보고 있었다면 컨시드를 줬을 것”이라고 변명했다.
컨시드 때문에 최악의 골퍼(The worst golfer)로 낙인찍힌 프로도 있다. 스페인의 세르히오 가르시아(Sergio Garcia 1980~)는 게임 중 신경질적이고 짜증을 자주 부리는 선수로 유명하다.
그는 메치 플레이에서 상대가 컨시드를 주지 않자 위협적으로 퍼터를 휘두르기도 하고, 경기가 잘 안 풀리면 퍼터로 그린을 내리쳐서 그린을 훼손하거나, 클럽이나 신발을 패대기치고 홀 안에 침을 뱉은 적도 있었다.
컨시드에 인색하기 보다 룰에 관한한 자신에게는 더 엄격히 적용하는 유명인사들도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멀리건이나 컨시드가 절대 없는 규칙에 철저한 골퍼다. 파4 홀에서 트러블샷/벙커샷 등으로 11타 만에 홀아웃 하고도 스코어 카드에 그대로 다 적었다. 참모들과 홀당 1달러 내기를 즐겼는데 동반자들에게도 엄격한 규칙을 드리댔다고 한다.
실제 컨시드 거리는 상대방의 기분에 따라 들쑥날쑥 엿장수 맘대로다. 퍼터에서 그립을 뺀 길이를 OK거리로 여기는 것이 아마추어들의 관행이지만, 퍼터 종류나 길이가 다양해서 정확한 기준이 될 수는 없다.
그래서 토너먼트에서 분쟁예방이나 경기진행의 원활을 위해 골프의 정도(正道)는 아니지만, 홀 중심을 반경으로 컨시드 써클을 그려놓아 그 안에 들어가면 자동 OK로 간주하게 한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그린 위에 OK 죤(컨시드 써클 )표시방법은 특허권자 (리베라, 신안CC 등을 소유한 신안그룹이 2006년 등록)가 있어서 다른 골프장에서는 맘대로 그려 놓을 수가 없다.
어차피 선수도 아니고 큰 돈 걸린 내기골프도 아니라면 컨시드에 너무 인색할 필요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경기의 흐름이나 라운드 분위기 파악을 못하고 컨시드를 퍼주면 라운드 고유의 목적에 역효과가 난다.
끝까지 쳐보고 싶은 사람 입장에서는 자기의 의지와 기회를 빼앗겨 오히려 불쾌한 느낌마저 들 수도 있다. 따라서 컨시드 선언 전에 받을 건지 물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사실 홀에 공이 떨어지는 땡그랑소리는 경쾌하고 듣기에도 기분이 좋아 골퍼라면 누구나 듣고 싶어하는 소리가 아니던가.
컨시드에도 매너가 있다. 싱글골퍼보다 매너를 잘 지키는 매너골퍼가 한수 위에 있고 더 존경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