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들이 그 맛을 알아?”
호쾌한 장타 한 방, 롱 퍼팅이 컵에 떨어지는 땡그랑 소리, 끝나고 사우나 후 생맥주 한 잔…. 이 3大 쾌감은 힘든 과정을 거쳐야 느껴지는 오르가즘(Orgasm)못지 않은 골퍼들만이 맛보는 희열로 ‘골가즘’이라고 한다.
라운드 전날은 섹스를 삼가는 이유 중의 하나도 이 골가즘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
흔히 중독성이 있는 3대 스포츠로 당구, 낚시, 그리고 골프를 꼽는다. 당구에 빠져들기 시작하면 식탁과 칠판이 당구대로 보이고 잠자리에 누우면 천장에 하얀 공 빨간 공이 두 개씩 굴러다니는 착시현상도 느낀다고 한다.
꼭두새벽 채비를 챙기고 나와 해뜨기 전부터 물가에 틀어 앉아 설치는 모기 아랑곳 않고 찌를 응시하고 있는 낚시광 조사님들을 보라. 거친 파도 헤치며 무인도 갯바위를 찾아와 며칠씩 세수도 못 하고 계속 라면으로 끼니를 떼운다.
칼바람 속에 밤낮 캐스팅을 반복해 보지만 빈약한 바구니로 돌아오기가 일쑤다. 한겨울 꽁꽁 언 호수 위에 구멍을 뚫고 조각작품처럼 앉아 있는 모습은 지나가던 야생 동물들조차 고개를 갸우뚱하겠지만 강태공들 끼리는 이해할 수 있는 광경이다.
골가즘을 추구하는 골狂들의 특징을 보면, 입문 후, 3~4개월 연습장에서 레슨을 받고 첫 머리를 올리고 나면 그의 눈엔 골프공과 파란 골프코스 밖에 눈에 안 보인다. 지하철 기다리다 또는 길가 소공원 잔디만 보면 남의 따가운 시선 개의치 않고 우산으로 스윙연습을 해 본다.
사업장을 직접 챙기던 오너가 무단 자리를 비우는 시간이 많아지고 눈치를 챈 직원들은 근무기강이 흐려져 간다. 영업실적도 영향 안 받을 수가 없다.
주말에 가족은 점점 골프과부 신세가 되어가고 가정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우기 시작하며, 골프장에 가기 위해 이 핑계 저 구실을 대다가 궁해지면 몰래 월차내고 직장 대신 필드로 나가기도 한다. 여름바캉스 Summer vacation은 골프만 치는 ‘골케이션’이 되어 가족들의 원성을 산다.
이들의 차 트렁크에는 골프백과 여벌의 골프복을 넣은 옷 가방이 완전군장 5분 대기조처럼 항상 출동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
가정에서는 골프TV 채널만을 고집하여 가족과 마찰을 빚고, 잠을 자면서 반복 스윙연습에 의한 무의식적 반사신경 작용으로 골프용어 잠꼬대와 잠결에 팔을 휘둘러 옆의 가족을 친다.
바닷가 모래는 벙커로 보이고 동그란 모양은 공이요, 젓가락은 아이언 숟가락은 우드로 여기고 싶어진다. 이처럼 골가즘에 탐닉하여 어딜가나 골프광풍을 일으켜서‘강남에서는 개도 골프 친다’는 세상이 됐다.
잘 나가는 사업가이자 애주가에 골프광이던 K사장이 과로로 입원 했는데 담당의사가 더 이상 살고 싶으면 일을 쉬고 요양과 치료부터 하라고 권했다. 그런데 그는 병원에 눕자마자 다른 어떤 걱정 보다도 골프를 못 치면 어쩌나 하는 걱정부터 앞서더라고 말했다.
무엇이든지 깊이 빠져 즐기는 것은 좋은 일이나 지나침은 모자람 못하다. 어디까지나 절제하고 지킬 선은 지켜야 한다.
가정보다 골프를 위에 올려 놓는 다면 위험천만 어리석은 일이다. 쉽게 이성을 잃고 균형이 무너져서 주부(主副) 선후(先後)를 구분 못하는 사람에게 골프는 마약이자 독약과 같다. 골프로 인해 패가망신 이혼사태에까지 가는 사람은 채를 잡을 자격이 없다.
평소 자기 컨디션 관리는 물론, 라운드 중 스코아 관리를 전략적으로 잘 하는 골프선수가 우승확률도 높은데, 그들은 자기 삶의 관리도 아주 잘하며 골프와 일상생활의 균형 즉 ‘골라벨’을 잘 유지하는 능력도 있다.
‘숏게임의 마법사’ 왼손잡이 필 미켈슨(50, Phil Mickelson, 미국)은 1999년 US 오픈 당시 그린에서 우승 숏퍼트만 남겨놓고 있더라도, 출산을 앞둔 아내가 호출하면 즉시 달려가겠다며 실제 호출기(삐삐)를 차고 경기를 했다.
그는 딸의 고교 졸업식에 참석하기 위해 US 오픈에 불참하기도 했었다. 바로 이런 사람이 신사 중의 신사, 최고의 남편이요 아빠이자 존경받는 골프신사다.
어느 정신과의사는, “골프는 알콜이나 도박과 달리 신체적 정신적으로 파괴적이지 않으며 건강에 도움을 준다. 중독 성향은 있지만 알콜이나 도박처럼 쉽게 쾌락을 얻을 수 없다는 점이 다르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골프는 가정을 아끼고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온전한 신사숙녀들의 스포츠이지 도박 마약 중독자들처럼 가정까지 팽개치고 몰입하는 그런 스포츠는 아니다.
일과 가정, 골프와의 조화 골라벨을 잘 유지만 하면 골가즘도 만끽하며 삶의 질 즉 행복지수를 손쉽게 높일 수 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