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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실정은 인사정책에

하림산책 - (박하림 / 수필가, 전 (주) 휴비츠 고문)
문 대통령이 집권한 후 벌인 정책 중에 잘못된 실정의 하나가 인사정책인가 싶다.

인사, 더구나 나랏일을 다루고 책임져야할 고위직 공무원들과 대통령을 보좌하는 각료와 참모, 주요 국가기관장들 인사에 있어 그러한 것 같다.

왜냐하면 문 대통령이 주요 인사를 단행함에 있어 청문회에서 말썽을 빚지 않은 경우가 거의 없었고 여론의 호의적인 반응을 받은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인사는 그 중요성에 있어 만사의 으뜸간다 했는데 어찌된 사단인지 대통령이 발탁하려는 고위층 인사마다 국회인사청문회에서 부정적 평가를 받아 한 사람도 떳떳하게 임용된 적이 없을 정도였다.

그런 정도로 임명권자와 사정권자 간에 민망한 갈등을 일으켜 온 나라가 시끄러웠던 적이 비일비재했다.

그럴 때마다 불안한 국민은 이 나라에 대다수가 존경하고 신임하여 환영하는 인물이 그다지도 희귀한가 탄식했다.

그러고 보니 세계에 우리나라의 정치풍토와 같은 나라가 없다. 어쩌면 역대 대통령이 단 한 분도 국민들의 박수를 받으며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 적이 없고 퇴임 후에 원로 대통령으로서 대접을 받는 것은 물론 국민들이 수시로 그리워하는 대통령으로 살지 못하는 것인지 가슴 답답한 것이다.

아마도 집권 중에 탄핵당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고 형사상 처벌을 받으며, 퇴임 후 치사한 부정비리 사건에 연루돼 구속되는 나라는 또 없을 것이다.

그 원인을 생각함에 있어 못내 부끄러운 것은 그런 대통령이 전부라는 사실이 한국엔 근본적으로 제대로 자질을 갖춘 대통령감이 없거나. 정치풍토가 비정상적이거나. 유권자의 수준이 낮은 탓이거나. 대통령으로서의 철학이 저급한 데 연유하는 것 아닌가 하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문대통령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 서툴고 사려 깊지 못한 인선으로 인하여 인사마다 말썽이었다.. 그 대표적인 인사가 참모 비서의 임용과 해임이었다.

임용은 그 자질과 도덕성, 능력을 평가하는 안목의 문제인데 대통령의 발탁인사의 안목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해임에 있어서는 그 타당성 여부의 판가름이 재직시절의 공과와 여론의 찬반을 고려하여 결정하는바 문 대통령은 무리하게 자기사람 감싸기에 고집을 피워 곳곳에 갈등과 반목을 야기 시켰다.

참모진영의 한비서의 해임 때문에 서회여론이 갈리고 여야가 충돌하며 여론이 비이성적으로 비등한 분란이 지나치게 오랜 동안 계속된 것은 대통령의 인식부족의 탓 때문이었다.

대승적이고 합리적인 인사란 널리 인재를 구해 적재적소에 등용하되 부림이 엄격하고 대의를 위해서는 때로는 읍참마속 하는 용단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조국이라는 일개 참모를 해임함에 있어 국가수반  답지 못한 자세를 고집함으로써 오래 동안 국정에 나쁜 영향을 끼치게 만들었다.

대통령의 인사의 덕목은 예로부터 탕평인사, 즉 공의로운 인재 발굴과 능력 중심의 인사에 있었다. 훌륭한 정치를 한 제왕은 형산(초야)을 뒤져 벽옥(인재)을 캐다가 인재를 만들어 썼고, 제갈공명 같이 초야에 묻힌 보물 같은 인재를 얻기 위해 삼고초려 하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공평하고도 대의에 부합하는 인사란 이른바 진영에다 자기사람들을 모아 유유상종하여 감투를 나눠 쓰고 이익을 나누며 진영세력이라는 성을 높이 쌓으려는 정치를 하지 않는 것이다.

필자가 저 지극히 상식적인 화두를 이렇게 꺼낸 의도는 우리가 치른 총선의 결과를 보고 든 우려 때문이다.

집권여당의 당선 의원들의 면모를 볼라치면 청와대 출신 고위공직자로 이른바 문 대통령의 복심들이 여럿 정계진출에 성공했으며, 뭔가 문 캠프라 일컫는 복심 추종자들이 문 대통령 퇴임 후도 대비하고 대통령의 남은 임기동안 레임덕현상에 시달리지 않도록 국회에 세력판도를 넓혀 구축할 셈이라는 것이다.

보도에 의하면 청와대 고위공무원이 대거 출마했다는 것이다. 청와대를 개인의 정치적 입신을 위한 발판으로 이용하고는 나랏일이야 어찌 돌아가도 무관하니 여긴다.

청와대가 무슨 정파 인재양성소인가 그 인사정책이 너무나 비루하다.
대통령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문 대통령이 탕평인사를 단행하고, 여론이 질타하는 고위공직자들을 해임시켜 박수를 받으며 퇴임하고, 국민들이 두고두고 그리워하는 대통령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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