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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최대 위험 계층’ 노인, 일상 어떻게 바뀌었나

1차 유행 이후 고령층 고용률 0.6%↓?실업률 0.9%↑
국내 80세 이상 확진자 1000명 돌파… 21%는 사망
정부 노인일자리 중단되면서 일시휴직자 급증하기도
경로당도 닫고 교류활동 줄자 코로나 블루까지 덮쳐


“인플루엔자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코로나19의 경우 60세 이상의 연령층에서 인플루엔자보다 치명률이 두드러지게 올라간다는 것이다. 고령층에서의 발생이 증가하는 것을 저희는 매우 경계하고 있다”.(이상원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 위기대응분석관)

우리나라 80세 이상 고령층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지난 8일 기준 1000명을 넘어섰다. 고령층은 코로나19의 최대 위험 계층으로 꼽히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최근 발간한 ‘노인들의 코로나19 감염 현황과 생활 변화에 따른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80세 이상의 코로나19 치명률은 21.26%에 달한다.

전체 평균은 1.75% 수준이다. 치명률이란 확진자수 대비 사망자수의 비율입니다. 치명률 21.26%의 의미는 확진자 5명 중 1명 이상은 사망에 이른다는 뜻이다. 이는 입법조사처가 질병관리청의 올해 1월3일부터 이달 4일까지의 일일브리핑 자료를 분석한 것이다.

연령대별로 보면 고령층이 젊은층에 비해 훨씬 더 큰 위협에 노출돼 있다는 것이 드러난다. 30대는 0.07%, 40대는 0.12%, 50대는 0.43%로 0%대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60대는 1.17%, 70대는 7.28%이다. 그러다가 80대로 가면 20%를 넘어서면서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감염에 따른 사망자 비중을 보면 80대 이상이 49.88%에 달한다. 절반에 가까운 수치다. 70대는 33.49%, 60대는 10.69%, 50대는 4.51%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해외에서도 이런 노인층의 높은 치명률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85세 이상 확진자의 치명률이 20대에 비해 630배 높다고 밝히고 있다고 한다. 75~84세는 220배, 65~74세는 90배가 높다.

코로나19는 고령층의 일자리도 위협하고 있다.
통계청의 ‘2020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 결과’를 보면, 고령층(55~79세)의 취업 여건은 이전보다 더 어둡다.


올해 5월 기준 55~79세 실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8만 명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5월 23만5000명이던 실업자 수가 1년 사이 31만4000명까지 늘어났다.

실업률은 같은 기간 2.9%에서 3.8%로 0.9%포인트(p)나 상승했다. 비경제활동인구에 있던 고령층이 일자리를 찾아 나서면서 실업자로 재분류된 까닭도 있겠으나 코로나19 이후 실직한 이들이 이렇게 늘었다는 점은 우려를 키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령층이 주로 일하는 공공 일자리가 중단된 영향이 크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일시휴직자 현황 및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7월중 60세 이상 일시휴직자는 65만 명이나 늘었다.

정부는 올해 2월27일부터 노인일자리 사업을 중단시켰고 이후 5월에서야 일부 재개됐는데, 이 영향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다.

노인들은 계속 일을 하고 싶어 한다. 고령층 가운데 장래에 일하기를 원하는 비율은 67.4%(962만 명)에 달한다.

이는 작년 5월과 비교하면 1년 새 2.5%포인트(p) 늘어난 수치다. 장래 근로를 희망하는 고령층 인구가 계속 근로를 희망하는 연령은 평균 73세까지다. 이들이 근로를 희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생활비에 보탬’(58.8%)을 위해서다.

모든 경제 위기가 그렇듯 코로나19가 초래한 이번 위기는 양극화를 더욱 부추길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2018년 기준 우리나라 노인층의 상대적 빈곤율은 43.4%이다.

상대적 빈곤율은 중위소득 50% 미만 계층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뜻한다. 이 상대적 빈곤율은 몇 해에 걸쳐 하락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코로나 블루’(코로나 우울)까지 고령층을 덮치고 있다. 확산 이후 경로당과 노인복지관 출입 등 외부 사회 교류 활동에도 지장이 생겼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지난 9월 달 기준 전국 6만7192개 경로당 가운데 운영되고 있는 곳은 1만5788곳으로 23.5%에 불과하다. 노인복지관은 394곳 중 단 10곳(2.5%)만 운영되고 있다.

서울시 강동구청이 실시한 코로나19 전·후 복지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울척도(CES-D) 11개 문항 평가에서 전체 응답자 평균이 17점으로 나타났다. 총점이 16점 이상인 경우 우울증을 의심할 수 있다. 특히 60대 남성(20.6점)과 70대 여성(19.6점)이 가장 높았다.

특히 이 조사는 지난 6월 달 실시됐기 때문에 8월 재확산 이후 지금은 상황이 더 악화됐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입법조사처는 보고서를 통해 “정부와 지자체는 노인층, 특히 저소득 노인들의 소득 및 일자리 현황을 면밀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며 “또 노인일자리사업 목표 74만개 달성을 위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사업계획 변경(비대면·실외로 전환)을 독려하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양질의 민간부문 노인일자리 발굴을 위해서도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고 있다.

노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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