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凍足放尿 동족방뇨 - 언 발에 오줌 누기

손주들을 위한 할아버지 書堂, 故事成語

일시적인 효과 뿐 결국에는 더 나쁘게 된다

얼 凍, 발 足, 놓을 放, 오줌 尿. 

어떤 일을 처리하다가 난관에 부딪치거나 오류가 발견됐을 때 근본적인 처방은 미루고 우선 임시방편 땜질만 할 때가 많다. 당장 일시적 편안함과 손쉬운 방법을 택하려는 생각은 누구에게나 있는 본능으로

그러나 이것은 결코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항구적 최선의 방법도 아니다.
이른바 彌縫策(미봉책)으로 일시적인 효과는 나타나지만 이 후에 더 큰 문제에 봉착하기 쉽다.

이처럼 사람들은 임기응변의 재주를 자기능력인양 착각하기 쉬우며 다음에 또 같은 잘못을 범하면 돌이킬 수 없는 사태에 처하거나 더 그르치고 악화시켜 구제불능상태에 빠지기가 십상이다.

이런 상황을 잘 나타낸 우리 속담으로 ‘언 발에 오줌 누기' 가 있다. 추위로 꽁꽁 언 발(凍足)을 오줌으로 녹여서(放尿) 잠시 따스함을 느낄 수는 있어도 물기에 의해 곧 더 심하게 얼어붙게 된다.

만약 망망대해에서 조난 당하면 우선 마실 물이 문제가 된다. 넘치는 물 위에 떠 있지만 그 물은 마실 수없다. 바닷물을 마시면 순간적으로는 살 것같이 느끼지만 잠시 후 더 큰 갈증으로 위험에 빠지게 된다.

제목의 사자성어는 우리 속담을 한역(漢譯)한 ‘旬五志(순오지)’에 나오는 성어다. 趙在三(조재삼)의 ‘松南雜識'(송남잡지) 에는 凍足放溺(동족방뇨)로 실려 있는데 여기서 溺은 빠질 닉, 오줌 뇨 두 가지 뜻으로 쓰이고 있다.

儒敎(유교) 五經(오경) 중 禮記(예기)에 나오는 ‘姑息之計’(고식지계)는 아녀자나 어린 아이들이 꾸미는 것처럼 편안하고 손쉬운 것만을 찾는 소인배들의 행동을 가르키는 말이다.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지레 포기해 버리는 束手無策(속수무책)보다는 그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다른 묘책을 짜내야 옳은데 경우에 따라서는 임시변통의 지혜와 재치도 필요한 대책이기도 하다.

佛家(불가)에 逢場作戱(봉장작희)라는 禪語(선어)가 있다.
옛날 광대나 藝人(예인)들은 길을 가다가도 적당한 장소를 만나면 어디서든 임기응변 즉석으로 공연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구경꾼들이 적거나 장소가 썩 내키지 않더라도 구애를 받지 않고 상황에 닥치면 거기에 맞는 즉석놀이 공연을 벌이는것이다.

봉장작희는 대본을 가지고 공연하기보다 즉흥적인 내용으로 대처하는데 이런 임기응변 능력을 높이 평가하는 성어이기는 하나 그 방법이 다음에도 또 통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즉 어떤 대책을 써먹었을 때 생각지도 못했던 효과를 봤다고 해서 다음의 다른 상황에서도 그 대책이 통한다는 보장이 없는 이상 대책도 새로운 상황에 맞게 비꿔야 한다는 뜻이다.

‘노루 때린 막대기 세 번이나 국 끓여 먹는다’ 또는 ‘노루 친 막대기 3년 우린다’는 말은 이럴 때 쓰기 위한 속담이다. 즉 조금이라도 이용가치가 있을까 하여 보잘 것 없는 것을 두고두고 되풀이하여 반복 이용함을 비유한 말이다.

그렇지만 지난 날의 구태의연한 방법들을 상황이 많이 변했는데도 무조건 또 다시 적용하려 한다면 어리석기 짝이 없을 뿐이다.

우리 국민들이 처한 가장 현실적인 문제 중의 하나가 주거문제 주택문제다. 좁은 땅에서 수요가 많다보니 주택공급이 절대 딸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근본문제다.

공급이 절대부족하면 값은 오르게 되어 있어서 주택은 손쉽게 돈을 벌수있는 투자처요 재산증식의 수단이 되었다.

그런데 이에 맞서 정부가 주택 부동산 가격의 상승을 끌어내려 안정화시키기 위해 수시로 내놓는 대책들을 보면 그야말로 임시방편 언 발에 오줌누기에 불과하다.

한 해에 26 차례나 새로운 부동산 대책을 내놓는다는 것은 그 때마다 임시 미봉책만 양산하고 있었다는 의미다. 반복되는 동족방뇨로 이 나라 부동산 정책은 영원히 해결책을 못 찾는 완전 구제불능 상태에 빠지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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