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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내기골프 타짜들이다

최중탁 미국 골프 티칭프로(USGTF)의 재미있는 골프이야기 102

연습장에서 알게 된 40대 후반의 중소기업 P사장이 어느 날 갑자기 포인트 레슨을 부탁해 왔다. 독학으로 자기만의 스윙스타일을 갈고 닦는 대단한 노력파 긍지의 골퍼다. 세 번 연방 내기골프를 했었는데 첫 번째는 좀 땄었으나 그 후 내리 두 번은 후반에 가서 왕창 털렸다며 이번에야말로 기필코 복수를 해야겠다며 결기가 대단했다.

너무 궁금해서 레슨 후 그 동반자들과의 내기방법에 대해서 이것저것 더 물어 봤다.

P사장의 지인이 주로 동반자를 구성해 와서는 주말골퍼에 보기 플레이어들이라고 소개했다고 한다. 핸디는 90대 중후반인 P사장이 주로 4~6점을 받고 타당 5천원 짜리 소위 ‘오장치기’ 스트록 게임인데 실력차이가 별로 없는 상대들로 믿고 있었다.

오장이란 지난 번 홀 동타나 누군가 버디나 트리플 보기 이상을 했을 때 자동배판 즉 타당 만원 짜리가 되고, 마지막 3개 홀에서는 가장 많이 잃은 사람에게 2배판 이상(2~8만 원까지)콜할 권한을 주어 만회기회를 갖게 한다.

승부욕이 강하고 저돌적인 P사장이 내기골프 타짜들에게 걸려든 것 같아서 이번에 나가면 그들의 전후반 경기운영 스타일과 트러블샷 하나하나를 유심히 살펴보라고 당부했다.

영화 제목이었던‘타짜’(打子 타짜꾼)는 조선시대 투전장 즉 도박판에서 상대방을 속이는 손놀림을 자주 구사하는 노름꾼을 말한다. 속임수로 승부를 조작하는 도박 사기꾼들이다.

이에 대칭되는 말로는 정정당당하면서도 도박실력도 뛰어난 도박사로 고수 또는 '참꾼'이라고 부른다. 물론 참꾼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타짜인지 알아챌 수 있는 다양한 속임기술도 알고 있어야 한다.

첨단 전자 과학기술이 일상생활에 보편화 되기 시작하던 90년대 후반부터는 특수렌즈나 적외선 투시 카메라 등으로 누구든 타짜 수준의 사기게임을 펼칠 수도 있다.

골프에서 이런 첨단장비의 사용은 어렵지만 가장 손쉬운 수법은 자기의 실제핸디를 감추는 일이다. 실제 골프내기는 티엎 전 핸디사정(査定) 신경전에서부터 시작된다. 초면의 동반자 핸디는 데려온 사람이 말해 주는대로 믿을 수 밖에 없다.

늘 함께 라운드를 다니는 친구들 간에도 이런저런 핑계로 핸디조정을 요구하며 시비를 거는데 고도의 심리전이라고 할 수 있다.

통계적으로 70~80대 초반을 치는 고수와 90대의 하수 사이처럼 핸디가 4개 이상 차이가 나면 고수가 깨질 확률은 10% 미만이다.

고수는 결코 자기 핸디의 전부를 하수에게 주지 않는다. 어느 날 갑자기 ‘고수 수저’를 물고 태어난 것도 아니고 험난한 설움의 하수생활을 거쳐서 고수반열에 오르지 않았던가.

다년간 막대한 수업료와 연습비를 투자한 사람과 이제 불과 몇 년 밖에 안된 하수를 동일한 조건에 올려 놓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큰 틀에서 보면 이것이 공정하다고도 할 수 있다. 또 골프의 타수는 고수라도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큰 편차가 있을 수도 있다.

흔히 라운드는 5시간의 장거리 마라톤과 같다고 한다. 마라톤의 기본적인 전략은 오버페이스 없이 구간별 완급조절 체력안배다. 시간이 흐를 수록 소진되는 체력과 집중력을 마지막 3홀 스퍼트를 위해 비축해야 한다. 체력이 떨어진 후반에 뒤진 타수를 만회하려는 중압감에 짓눌리면 스코어와 돈을 모두 잃기 쉽다.

오장치기는 대개 전반에 홑판으로 시작하여 후반에 들어 소위 ‘두번 두둘기기’ 배판을 부르며 판을 키우는 게 보통이다. 따라서 작전이 있는 플레이어라면 잘 치고도 만신창이가 되기 쉬운 마지막 3홀 소위 패자부활홀 ‘아마겟돈’ 전투에 철저히 대비한다.

서두에서 말한 P사장이 네 번째 접전에서도 또 털리고 와서는 격앙된 어조로 그들은 짜고 치는 내기골프 사기꾼 일당들이 틀림없다고 분노했다.

주의 깊게 살펴 봤더니 능수능란하게 의도적 미스샷을 구사하며 전반 홑판에서 좀 잃어 주더니, 후반에서 배판 2배판으로 몰고 가서는 결정적 홀에서 왕창 털어 가더라는 것이었다.

얼굴 피부색을 보면 주말 골퍼가 아니라 골프장에서 살다시피 하는 타짜들이고 결정적인 샷은 결코 놓치지 않는 왕싱글 고수들이 틀림없다고 성토했다.

전문 타짜들은 절대 딴 돈 다 챙겨가지 않는다.
상대에게 식사를 사거나 일부를 돌려주어 적개심을 품거나 비매너 골퍼들로 낙인 찍히지 않기 위해서다. 다음 판으로 다시 끌어 들이기 위한 투자요 미끼다. ‘고객’관리도 고단수에 속한다.

전투는 이기기 위해 시작하고 내기골프는 돈을 따기 위함이다. 지거나 잃은 사람은 할 말이 없다.돈을 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연습과 훈련 뿐이다. 적에 대한 경계의 실패는 곧 전투의 실패로 이어지듯 내기에서 상대방의 속임수 트릭을 발견 못하면 돈은 잃게 되어 있다.

의도적 미스샷도 스윙기술이고 전략이다.
판을 키워서 먹거나 같은 편에 판을 몰아주기 위한 타짜들의 기본기술이자 고도의 전략이며, 더 큰 판을 노리는 전략상 일보후퇴 전술로 참꾼들도 꼭 갖춰야 할 기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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