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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동물→사람' 바이러스 변이…백신 무력화 우려

"백신·치료제 개발돼도 변이 바이러스 방어 못할 수도"
덴마크 밍크 농장 관련 변이 바이러스 12명 감염
기존 바이러스와 큰 차이 없지만 항체 중화능력 낮춰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가 4일(현지시간) 코펜하겐에서 열린 가상 기자회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약 1500만 마리의 사육 밍크 모두를 살처분하기를 바란다고 밝히고 있다. 그녀는 덴마크 북부에서 밍크에 의한 코로나19 바이러스 돌연변이가 발견됐으며 이 변종 바이러스가 세계로 확산되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각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지만 바이러스가 계속 변이를 하고 있다는 점은 불안 요인 중 하나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변이를 통해 성질을 바꿀 경우 백신의 효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12일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덴마크, 미국, 이탈리아, 스페인, 스웨덴 등 6개국에서 밍크 농장 관련 코로나19 감염 사례가 보고됐다.

지금까지 가장 유력한 코로나19 감염 경로는 박쥐에서 시작된 바이러스가 천산갑을 중간 매개로 사람에게 중간 전파를 일으켰다는 설이다. 이후 펜데믹이 진행되면서 고양이, 개, 호랑이, 밍크 등 동물 감염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바이러스가 종간 전파를 통해 변이가 되면서 병독성이나 전파력이 높아질 우려가 큰 상황이다.

최근에는 세계 최대의 밍크 생산국인 덴마크에서 특별한 감염 사례가 나왔다. 덴마크는 전 세계 밍크 생산의 40%를 차지한다.

덴마크 북부에서는 6월 이후 214명의 밍크 농장 관련 코로나19 감염 사례가 보고됐는데 이 중 12명에게서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됐다. 12명 중 8명은 밍크농장에서 감염됐지만 4명은 밍크농장과 무관하게 지역사회에서 감염됐다.

사람에게서 동물로 바이러스가 옮겨져 변이를 일으킨 뒤 다시 사람으로 전파돼 지역사회 감염으로 확산될 수 있는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이 변이 바이러스는 '클러스터5'로 불리고 있다. WHO는 초기 관찰 결과 변이 바이러스가 임상 증상과 중증도, 환자 간 전염 등에서 다른 코로나19 바이러스와 큰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킬 경우 향후 개발될 백신이나 치료제, 진단키트를 무력화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 우려되는 부분이다.

밍크와 관련된 변이 바이러스는 중화항체의 민감도를 일정 부분 떨어뜨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에서 회복된 환자의 중화항체와 변이 바이러스를 반응시킨 결과 완벽하게 바이러스의 감염성을 중화시키지 못한 것이다.

WHO는 아직 변이 바이러스가 백신의 효능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근거는 없지만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스 클루게 WHO 유럽지국장은 "클러스터5 바이러스가 백신을 해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을 갖는게 현실적이지만, 그 때문에 백신개발에 지장은 없다고 본다"며 "하지만 계속 조사할 필요는 있다. 신종 돌연변이인데다가 새로운 조합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변이 바이러스가 (항체의) 중화능력을 떨어뜨린다면 심각한 위협이 될 수도 있다"며 "기존에 코로나19를 앓았던 사람이 재감염될 수도 있고 백신이나 치료제가 변이 바이러스를 방어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현재 개발 중인 백신은 우한에서 처음에 분리된 바이러스를 바탕으로 만든 백신이다보니 앞으로 나올 변이 바이러스에도 방어 가능한지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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