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기러기 아빠니 펭귄 아빠니 하는 세태를 풍자한 신조어들이 많이 회자(膾炙)되고 있다.
기러기는 주지하시다시피 신의예지(信義禮智)의 새로 예부터 길조로 여겨지고 있는데 가을을 정안(征雁)의 계절이라 하듯이 때를 맞추어 오고가니 信을, 배우자가 죽어도 재혼하지 않아 義를, 상하를 지켜 항오(行伍)를 지어 날으니 禮를, 적을 공동으로 避하는 지혜가 있으니 智를,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전통혼례에 신랑이 초행(신부집으로 혼례를 치르러감)때 나무 기러기를 들은 雁夫(안부)를 앞세워 가서 혼례의 첫 번째 의식이 전안례(奠雁禮)인 것은 결혼의 義를 지키고자 함이 였던 것이다.
기러기의 항오(行伍)는 실제로 그런 형태의 비행이 30PCT 이상에너지가 절약된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증명이 되어 있는데 어쨌던 우리 족보의 항렬(行列)이란 것은 여기서 유래된 것이다.
항오에서 떨어져 나가면 낙오가 되는 것으로 군에서 낙오병(落伍兵)이란 이를 일컷는 것이다.
옛날 편지를안서(雁書)라고 했는데 중국 한무제때 소무(蘇武)라는 충신이 흉노(胡虜)에게 포로로 잡혀 갔었는데 석방을 요구하자 죽었다 하기에 거짓인 것 같아 한나라 측에서 소무가 기러기 발에 살아있다는 편지를 보냈다고 거짓 술책을 써서 귀국시킨 일화에서 기인한다.
중국에서 풍류객들이 여자의 아름다움을 나타내는데 있어 화월잉어(花/月/雁/鯉)를 자주 빗대어 표현하곤 하는데 지극히 아름다운 여자에 대하여 화수(花羞)/월폐(月閉)/안락(雁落)/이잠(鯉潛)이라 칭하여 각각 꽃이 수치를 느끼고, 달이 얼굴을 가리며, 기러기가 떨어지는 모습, 비단잉어는 물속으로 잠수하는 모습의 아름다움으로 전국시대 서시나 당나라 양귀비등을 이른 것 일 것이다.
기러기가 들어간 이순신 장군의 유명한 한시 하나 소개하고 글을 마치고자 한다.
閑山島夜吟(한산도야음)
水國日光暮(수국일광모)
驚寒雁陣高(경한안진고)
憂心輾轉夜(유심전전야)
殘月照弓刀(잔월조궁도)
한산섬에 해가 지는데
추위에 놀란 기러기는 높이 나는구나
나라걱정에 잠 못 이루는 밤
새벽달빛이 활과 칼을 비추네.
장군의 우국충심과 무사의 정신을 잘 표현한 감동적인 시라 아니할 수가 없다.
가까운 친구가 기러기 아빠가 되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갔다가 최근 돌아왔기에 몇 자 적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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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날 : [2020-11-20 17:23: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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