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망 529명, 2018 한해 전체 자살 약 26배 1만3천여명
종합대책 세워 자살공화국 오명 벗고, 코로나 우울 치료해야
일본 자살예방 관련 예산 약 8천억, 2010년 이후 대폭 감소, 우리나라 관련 예산 584억 불과
올 한해 코로나19 사망자는 12월 3일 기준 529명이다. 그러나 자살로 인한 사망자는 2018년 기준1만3천670명으로 약 26배에 달한다.
노령층 인구의 자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 만 65세 이상 황혼 자살률은 무려 48.6명으로 전체 연령대 자살률 26.6명의 1.5배에 달한다.
우리나라는 사실상 코로나 만큼 아니 오히려 코로나 보다 더 중요하고 긴급하게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은 바로 자살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전문가들은 코로나 사태 이후 자살 건수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IMF 사태와 2008년 금융위기 등 경제위기가 찾아온 이듬해에는 생계를 비관하는 이들이 많아지며 자살률이 급증했다. 이처럼 코로나로 야기된 경제위기와 대규모 실업·취업난이 이후 심각한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통계청이 지난 9월 발표한 ‘2019년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작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16개월간 하루 평균 37.8명이 자살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기간 총 1만3799명이 자살했고, 자살률(10만 명당 자살 사망자)은 26.9명이었다.
국제사회 기준을 놓고 봐도 한국의 노인 자살률은 매우 높은 수치다. 가장 최근 OECD 노인 자살률 수치는 18.4명이다.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한국의 65세 이상 자살률은 2014년 55.5명, 2015년 58.6명, 2016년 53.3명, 2017년 47.7명, 2018년 48.6명이다. 전체적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자살률 45명 선을 유지하고 있다.
경찰청 변사자료 자살 통계에 따르면 61세 이상의 자살 동기는 육체적 질병 문제가 41.6%로 가장 높았다. 정신과적 문제 29.4%로 뒤를 이었다.
생활고 11.9%, 가정 문제는 6.9%였다. 반면 육체적 질병 문제로 인한 자살 비율은 61세 이상에서는 무려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육체적 질병 문제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가 높다는 반증이다.
노인 자살률을 떨어트리기 위해서는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젊은 세대보다 신체적으로 약한 노인의 경우 자살 성공률이 타 연령대보다 높다. 한번 자살 시도를 했다면 사망에 이르는 사례가 많다.
노인 자살률 감소를 위해 노인 빈곤 해결 정책은 매우 중요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사회적 인프라 확충이다.
노인 복지관이나 경로당, 노인 교실, 노인 휴게실 등 노인들의 사회 참여와 여가를 담당하는 노인여가복지시설 역시 중요하다. 분석 결과 노인 1천 명당 노인여가복지시설 수가 많았던 지역들의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빠른 속도로 노인 자살률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노인들의 정신 건강을 책임지는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정신건강복지센터 등의 수가 지역 사회에 많아야 황혼 자살률을 떨어트릴 수 있다.
인구 10만 명당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수가 높은 지역의 노인 자살률이 그렇지 않은 지역보다 지속적으로 낮았다고 논문은 전했다. 인구 당 정신건강복지센터 수가 많은 지역의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황혼 자살률이 빠르게 감소했다. 자살 고위험 지역을 중심으로 설치된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제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의 높은 노인 자살률과 비교해볼 때 여전히 사회적 인프라는 부족한 게 현실이다. 노인 자살 관련 센터는 손에 꼽히고, 그마저도 수도권에 몰려있다.
권오균 장안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난해 ‘한국노인의 자살실태와 해결 방안에 관한 연구’를 통해 “노인 자살이 급증하는데 노인자살예방센터는 매우 부족한 형편”이라며 “지역사회 정신건강증진센터가 전국적으로 광범위하게 분포하고 있지만, 특화된 전문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장기적으로 노인자살예방센터 등 전문 상담 기관의 확충이, 단기적으로는 노인종합복지관에 노인 자살 (문제를) 전담할 인력을 교육 및 배치해야 하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 밖에도 노인 자조 모임 등 사회적 지지망 확대, 각종 체험활동 등 우울증 예방 프로그램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호일 대한노인회 회장의 공약사항 중 하나인 노인문화건강증진센터 건립이 시급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다.
김호일 회장은 전국 연합회와 지회에 센터를 건립할 것을 약속했다. 이 센터에 노인자살예방 인력을 배치하고 각종 예방프로그램을 활성화한다면 노인자살률 감소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국가적인 뒷받침이 더욱 중요하다.
자살률이 비교적 높았던 일본이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로 자살률을 줄이는데 성공한 사례다.
지난 2003년 27명에 달했던 일본의 10만명당 자살률은 2015년 18.9명을 기록했다. 12년 동안 30%나 감소한 것이다. 지난 2017년 기준 일본의 자살률은 14.9명으로 여전히 OECD 평균보다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지만 2010년 이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일본의 자살예방 정책의 가장 큰 특징은 정부 주도의 법국가적인 사업으로 진행돼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다는 점이다. 지난 2006년 일본 정부는 치솟는 자살률을 잡기 위해 ‘자살대책기본법’을 마련했으며 해당 법을 근거로 예산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특히 법 제정 후 처음 5년간 연간 약 3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는 점은 우리나라의 자살예방 정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 2015년 일본의 자살 예방 예산은 7837억원으로 전년(3614억원)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나기도 했다. 일본의 현재 자살 예방 관련 예산은 8000억원에 달한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 전국 229개 기초단체 전체 예산 229조원 중 자살 예방과 관련한 부분은 0.016%인 336억원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정부 예산 218억원을 합쳐도 총 584억원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