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이틈에 ‘원전 굴기’ 가속도
美 기업, 사우디 원전사업 눈독
|
조재완 녹색원자력학생연대 공동대표(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 석사후연구원)가 국민의힘 김영식의원과 지난달23일 국회 소통관에서 정부의 탈원전 철회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은 탈원전에 이어 최근 2050년 탄소 중립 선언까지 내놓자 ‘탈원전 정책 백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문재인 대통령의 탄소 중립 선언 한 달 만에 탄소 중립 범부처 전략 회의를 열어 가칭 ‘2050탄소중립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하고 구체적인 추진 방향은 산업통상자원부에 에너지 전담 차관에게 맡긴다는 정책을 내놨다.
‘넷 제로(Net Zero)’라고도 불리는 탄소 중립은 탄소 배출량에서 흡수량을 뺀 순배출이 제로가 되는 것을 뜻한다.
실제 지난 2018년 기준 국내 에너지원별 소비에서 석탄과 석유·도시가스 비중은 75%에 달했다. 탄소를 내뿜는 에너지원이 75%에 달한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의 ‘탄소중립’주장이 자가당착이라는 지적인 나오는 것은 정부가 청정에너지인 원자력발전을 외면하면서 원전 신규 건설 중단에 이어 신기술 개발도 크게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원전 개발에 사실상 두 손을 놓고 있는 셈이다. 대신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천연가스(LNG) 발전을 늘려 자기모순에 빠진 것이다.
미국·영국 등 선진국이 탈탄소를 위해 원전 활용을 추구하는 것과 달리 국내에서는 2050년 탈탄소 목표를 제시하고도 탈원전에 가까운 에너지 전환 정책으로 인해 수십 년간 축적한 원전 기술이 사실상 ‘사장(死藏)’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중국은 핵심 부품을 국산화한 원자력발전소 가동에 성공했다.
화룽 1호는 중국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3세대 원전 기술이다. 모든 핵심 부품을 국산화하는 등 국산화율이 85%를 넘는다.
400여개 국내 협력사들이 참여하는 원전 생태계도 구축했다.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바이든 당선인은 내년 1월 20일 취임 이후 청정에너지 확대와 기술혁신 등 그린 뉴딜에 4년간 2조 달러(2,300조 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태양광·풍력 뿐 아니라 배터리, 재생 가능 수소, 선진 원자력 R&D 기술 개발과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게 된다. 이 중 차세대 소형 원전을 적극 키우기로 한 점이 눈에 띈다. 이를 위해 혁신 연구 전담 기관(ARPA-C)을 설립해 기존 원자로보다 작고 50% 이상 싸며 안전한 SMR을 개발하고 원전 폐기물을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기로 했다.
또한 미국 뉴스케일사는 우리나라가 2015년 사우디아라비아와 양해각서(MOU)를 맺고 공을 들여 온 차세대 원전 수주에도 뒤늦게 뛰어들며 적극 로비하고 있다. 사우디는 차세대 원전 2기(기당 1조 5,000억 원)와 대형 원전을 짓기로 했는데 현재 저유가로 인한 재정압박으로 국제 입찰을 미루고 있다.
최근 관계 부처와 원자력계에 따르면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SMR)의 실증을 위한 투자 계획조차 수립되지 못하고 소듐냉각고속로(SFR) 파이로프로세싱 등 사용 후 핵연료 재활용 연구개발(R&D) 사업도 사실상 종료될 위기에 처했다.
SMR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지원하는 차세대 원전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지난 1997년 개발에 들어간 뒤 2012년 원자력위원회로부터 표준설계 인가를 받았지만 실증 투자를 앞두고 멈춰버렸다.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최근 서울경제에 기고한 글에서 오히려 탈원전 정책 백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용훈 교수는 “원자력을 할 수 있는, 그것도 아주 잘할 수 있는 나라가 원자력을 배제하고 탈탄소를 달성하겠다는 것은 무모하다. 하루 4시간 사용 가능한 태양광과 6시간 사용 가능한 풍력만으로는 24시간 전력 공급이 불가능하며 경제적으로 대규모 공급은 더더욱 불가능하다. 탈원전 계획을 백지화하고 태양광 풍력의 보조 발전으로 가스 발전을 늘리겠다는 계획도 백지화해야 그나마 조금의 가능성이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마지막으로 “전력 수요가 2배가 되고 그 모두를 청정 전력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는 태양광 풍력에 원자력을 더한 조합이 아니고는 불가능하다. 원자력 없이 가능한 방법도 없다. 원자력은 아무 나라나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행복한 나라의 불행은 여기서 끝내자”고 덧붙였다.
강현주 기자
oldage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