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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대공수사권 폐지 우려

‘개정안 의결 때 국내 대공수사 기능 대거 축소”
국정원, 5년간 장기 내사 끝에 北 직파간첩 검거
정점식 “직파간첩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은 현실”

박지원 국정원장, 정보위원회 전해철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들이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여야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폐지를 놓고 대립하는 가운데 방첩 수사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공수사권이 폐지되면 북한 직파간첩 수사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직파간첩을 검거하려면 장기간 내사가 불가피한데 그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국정원이 그동안 전문성을 갖고 장기간 내사를 통해 직파간첩을 검거했다는 점 등을 이유로 야권에서는 국정원법 개정을 통한 국정원 대공수사권 폐지의 부작용을 거론하고 있다.

3일 정치권과 정보당국에 따르면, 국정원이 5년에 걸친 내사 끝에 체포한 직파간첩 Y(55)씨가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3년형을 선고받고 만기 복역 후 지난해 7월께 출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만기 출소한 Y씨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름이나 주소지 등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직파간첩인 Y씨는 2011년 당시 북한에서 중국으로 이동해 중국인 한족 J씨 명의로 된 여권을 위조, 한국으로 잠입했다고 한다.

정보당국은 Y씨를 내사한 경위에 대해 수사기법이나 정보원 노출 등을 우려해 구체적으로 확인해주지 않고 있지만, 국정원이 5년간 내사를 거쳐 북한에서 서울로 보낸 직파간첩의 혐의를 객관적으로 입증할 증거를 수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내사를 기반으로 정보당국이 2016년 7월 안양의 한 공사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던 Y씨를 체포했다. 당시 Y씨는 서울에 거처를 두고 있었지만 일정한 직업이 없이 일용직 등을 전전하며 생계 유지를 위해 일터를 옮겨 다녔던 것으로 알려진다.

당국은 Y씨가 암암리에 남한 정세나 인물에 대한 정보수집 등의 활동을 지속적으로 했을 것으로 의심했지만, Y씨는 국정원과 경찰의 합동신문에서 간첩 활동 유무를 묻는 질문에 대체로 부인했다.

Y씨는 북한 당국으로부터 "우선 남한에 정착한 다음 한국인 여자와 결혼해서 기반이 안정되면 그 때 지령을 내릴 테니 일단 기다리고 있으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신분에 위협을 느끼거나 발각됐을 경우에 대비한 지령은 사전에 전달받았다고 한다. 정보당국 관계자는 “Y씨가 일종의 암호로 과천 서울대공원 앞에서 신문지를 들고 있으면 자신의 신변상태가 위험하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었다”며 “그러면 한국에 있는 다른 요원들이 Y씨와 접선해 귀국을 돕기로 한 것이었다”고 전했다.

Y씨는 정보당국에 체포된 뒤 자신이 북한에서 보낸 직파간첩이란 사실을 시인하고 한국에서의 체류 기간, 활동 내용 등을 상세하게 진술하며 수사에 적극 협조했다고 당시 수사에 관여했던 복수의 관계자들이 밝혔다.

Y씨가 직파간첩임에도 5년 미만의 비교적 낮은 형량을 선고받은 이유도 수사에 성실하게 협조했을 뿐만 아니라 북한으로 돌아가지 않고 대한민국에서 자유를 누리며 살고 싶다는 의지가 강했기 때문으로 알려진다.

당시 정보당국은 Y씨를 검거하면서 “국내에 직파간첩이 50여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야권 관계자는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법안에 대해 “경찰에서 대공수사는 국정원에서 자기들이 체면이 안 선다고 해서 넘겨준 사건이나 밀입북 사건을 주로 담당하고 있다”며 “실제 안보와 굉장히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사건들은 (해외)정보가 없고, 그렇기 때문에 대공수사 능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일 당 회의에서 “대한민국에서 안보수사 기능을 가진 곳은 국정원과 경찰 두 곳”이라며 “국정원은 북한 관련 안보사범을, 경찰은 국내 안보사범을 수사해왔고 역할이 엄격히 구분된다”고 설명했다.

정 의원은 “대부분의 국민들께서는 ‘지금과 같은 현실에서 어떻게 북한에서 직접 파견한 간첩이 있을 수 있나’라고 생각을 하겠지만 직파간첩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은 현실”이라며 “지금과 같은 국정원법 개정안이 의결이 될 경우 국내 대공수사 기능은 거의 5분의 1,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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