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어느 여성골퍼가 들려준 경험담이다. 경북 소재 어느 여고 동창모임 자리, 10여 명이 모여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떠들석하더니 느닷없이 한 친구가 골프 이야기를 꺼내며 은근히 과시하기 시작했다.
대부분 비골퍼들이라서 다른 나라 이야기 같은 분위기에 갑자기 썰렁해졌다.
참다 못한 친구들이 “골프친다 자랑하는거냐” “개도 골프치는 시대에 골프도 안 치냐”.
“그럼 우린 개보다 못하냐”며 말다툼으로 번져 소란스러워졌다.
한 마디로 기분잡치고 ‘화기애매’한 분위기의 씁쓸한 동창회가 되고 말았다고 했다.
이런 충돌사례는 지극히 평범하고 단순한 것처럼 보이지만 골퍼들에게 주는 메시지는 가슴을 찌르는 의미가 있다고 봐야 한다.
이 언쟁을 개관적으로 판정하면 그 골퍼의 잘못이다. 때와 장소 분위기 파악을 못하고 눈치없이 격에 안 맞는 화제를 꺼낸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자제력과 겸손이라는 골프의 道, 골프의 기본정신이라 할 수 있는 겸양의 덕을 갖추지 않은 채 스윙기술과 라운드 방법부터 배웠다는 데 있다. 채를 잡을 자질 골프인격이 부족한 상태에서 스윙부터 먼저 배운 결과물이다.
골프에 대한 애정과 소위 상류사회 스포츠를 할 줄 안다는 자긍심은 이해 되지만 이런 충돌은 처음부터 잘못 길들여진 탓이 그 원인이다. 즉 골프도 첫 단추가 바르게 꿰어져야 나머지 단추가 제 구멍에 들어가서 옷맵시가 나고 웃음거리가 되지 않는 것과 같다.
이는 곧 골프교습의 正道는 먼저 골퍼로서 연마해야 할 내면의 수양 즉 골프정신부터 가르쳐야 함을 나타낸다. 골프 수강 중고생들에게 먼저 인사예절부터 가르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골프의 정신을 모른 채 겉껍데기만 배우면 속에 든 것이 없는 하인들이 귀족옷만 걸친 채 격에 안맞는 상류사회 귀족행세를 하는 것 처럼 푼수같은 골퍼가 되기 쉽다.
골프인격이란 골프를 대하는 본인의 마음가짐, 동반자를 대하는 예의바른 마음가짐, 라운드 룰 준수와 매너에 대한 마음가짐, 이렇게 3大 마음가짐으로 구성된다. 이 세 가지의 핵심가치는 바로 겸양의 덕 겸손과 양보의 정신으로 사람의 인격과도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사실 라운드 중 지켜야 할 매너가 특별히 다른 것도 아니다. 상류사회에서 지킬 매너나 서민들간에 갖춰야 할 예의가 별도로 있는 것도 아니다.
상대나 동반자들을 배려하고 존중하며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 양보하고 관용을 베풀며 양심적인 처신을 해야한다는 것은 골프에서 뿐 아니라 일반 사회생활에서도 공통으로 적용되는 사회적 규범이다.
이런 격이 갖춰진 상태에서 스윙의 정석을 철저히 배운 골퍼는 두 가지 기본이 튼튼하여 싱글에 빨리 도달하게 된다. 또 무한한 발전 가능성이 보장되고 골프계의 존경받는 큰 재목으로 성장할 수 있다.
물론 골프도 ‘독학파’처럼 레슨 도움 없이 노력 여하에 따라서는 자기만의 스윙으로 싱글에 이를 수도 있으나 투자시간에 비해 효율성이 떨어지고 성장의 한계에 부딪히기 쉽다.
그러나 이 경우 더 큰 문제는 골프의 인격이 결여되기 쉬워서 다른 골퍼들과 화합이 힘들고 배척 당하다가 외톨이 골퍼로 결국 필드에서 도태된다는 점이다.
17 세기 영국 죤 번연(John Bunyan )의 작품 ‘천로역정’(天路歷程 Pilgrim Progress)에 보면 ‘Vanity Fair’ 라는 지명이 등장하는데 허영을 팔고 사는 곳 즉 상류사회(High society)를 ‘허영의 시장’허영의 대명사로 표현한다. 특혜만 누리고 책임(Noblesse oblige)은 저버린 채, 사치와 허영, 과시만을 일삼는 위선적 사회계층으로 풍자하는 작품이다.
강남에서는 개도 골프치는 시대다.
3 개월만 배우면 옆사람 스윙 훈수들고 싶어서 안달하고 머리 올리고 나면 천하에 자기 혼자 골프치고 다니는 것처럼 자랑하고 다녀서 골프가 허영의 대명사 누명을 쓰게 만든다. 이런 경우 상대방은 그의 면전에서는 부러워하는 척하지만 돌아서면 칠뜩이 푼순이로 취급해 버린다.
라운드 중 비신사적 행동, 비양심 플레이와 위선적이고 오만한 행동을 일삼으며 유명패션과 비싼 채 자랑을 늘어 놓는다.
만만한 캐디에게 하인 대하듯 호통치고 손님을 왕처럼 모시라 강요한다. 이런 매너는 상류사회 인사가 아니라 코스의 꼴불견 아랫것에 불과하다.
남자들 이야기 중 여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화제 중의 하나가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 라고 한다.
비골프인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이야기는 갓 골프에 빠진 초보자들의 골프자랑과 라운드 이야기다.
능숙한 사교가(社交家) 세련된 화술가(話術家)는 항상 상대방이 흥미를 느끼거나 관심있는 화제를 잘 선택하는 능력이 있다.
골프는 인생과 같아서 사회생활에서 처럼 골프에서도 꼭 갖춰야 할 품격 곧 골프인격 이 있어야 한다. 빈 깡통과 빈 수레는 시끄럽고 요란하며 1년생 초보골퍼 ‘골린이’(골프 어린이)는 말이 많다.
깊은 물은 조용히 흐르고 고수골퍼는 침착하고 과묵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