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말기 1837년의 문헌 양주방(釀酒方)에 보면 따뜻한 막걸리 한 사발에 증류식 소주 한 잔을 부은 다음 소주가 맑게 떠오르면 마셨는데 이를 혼돈주(混沌酒)라고 했다는 기록이 있다. 우리나라 칵테일 역사의 효시다.
골프강국에 걸맞게 우리나라에는 골프장을 중심으로 개발된 고유의 목적성 칵테일 소위 ‘음측통과’용 칵테일이 있다.
약 5 시간 동안 필드를 거닐며 라운드를 끝내고 사우나를 하고 나면 뜨거워진 몸에 극심한 갈증이 몰려온다. 식사 전 밀려오는 술고픔은 참기가 몹시 힘들다. 퍼마시고 싶은 충동이 밀려 오지만 핸들을 잡아야 하고 또 수시로 나타나는 음주측정 바리케이트 통과가 걱정되어 갈등이 깊어진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개발된 것이 생맥주에 사이다를 섞어서 시원한 탄산감은 배가시키고 주정도수(%)는 낮추는 소위 맥사이다 ‘골프칵테일’, 음주측정 통과용 혼돈주다.
비골퍼들은 그게 무슨 맛이냐고 비웃겠지만, 골프를 즐기는 사람들은 그 맛에 상당히 젖어 있는데 골프 후 몸상태에 딱 들어맞는 음료라고 할 수 있다. 골프가 신선놀음이라면 골프장의 이 칵테일은 신선주 신선칵테일이라고 하겠다.
칵테일(Cocktail)이란 술과 여러 종류의 음료 첨가물 고미제(苦味劑) 향료 등을 섞어서 만든 혼합주(Mixed drink)를 일컫는다. 물론 무알콜 목칵테일(Mock cocktail)도 있다.
‘Cocktail’이란 수탉의 꼬리를 뜻하며 그 어원에 관하여는 재미나는 이야기들이 전해지고 있다.
혼합주를 만들다가 저을 기구가 없자 수탉의 깃털을 줏어서 저었다는 데서 유래되었다는 이야기.‘꼬리(Tail)가 말려 올라 갈 정도의 독한 술’이 어원이라는 가설도 있다.
현대에 와서는 술을 더 맛있고 멋있게, 더 독하게, 또는 덜 독하게 마시는 방법으로 개발된 음주문화의 한 단면으로 수 천 가지의 레시피가 개발되어 있다.
칵테일은 사용 주재료, 개발자, 또는 지역에 따라 다양한 이름이 붙여진다. 그 맛도 복잡 미묘 다양하여 취향이나 목적에 맞춰 독특한 맛과 향기 빛깔을 창조하는 ‘술의 예술품’이라고 할 수 있다.
여성들에게 매력적인 Sex on the Beach, 카리브해 해적들이 즐겼다는 사탕수수 럼주 베이스의 모히또(Mojito), 하와이 힐튼호텔이 탄생시킨 블루하와이(Blue Hawaii)는 하와이의 푸른 하늘과 바다를 연상시키는 시원함과 새콤달콤한 맛으로 유명하다.
미국의 한 드라마에서 비롯된 도시적 감각이 넘치는 옅은 핑크색 칵테일로 세계인 국제인이라는 뜻의 코스모폴리탄(Cosmopolitan).
스크류 드라이버(Screw Driver)는 나사를 돌리는 공구로 중동 유전의 한 미국인 노동자가 금주국에서 갈증과 술고픔 해소를 위해 보드카에 오렌지 쥬스만을 몰래 넣고 드라이버로 휘저어서 마신 데서 유래되었다.
칵테일의 제일 목적은 술을 더 맛있게 만들어서 마시기 위함인데 또 다른 숨은 목적도 있다. 달고 예쁘며 술맛은 거의 안 나지만 알콜도수가 높아서 자기도 모르게 취하게 만든다는 여성상대 ‘작업주’(作業酒) Lady Killer Cocktail 즉 ‘숙녀를 보내버리는 칵테일’도 있다.
우리나라에는 독특한 음주문화가 만들어 낸 또 하나의 목적성 칵테일 ‘폭탄주’가 있다. 주로 회식자리에서 잔을 강제로 돌리면서 빨리 취하도록 소주나 양주를 맥주에 섞는다.
맥주는 너무 싱거워서 소주는 그 강한 맛 때문에, 또는 빨리 취해서 흥겨운 술자리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 소맥 칵테일을 만든다.
그 특이한 감칠맛에 이끌려 초보자들도 폭탄임을 잊고 자기 주량을 넘기기 일쑤다.
이 폭탄주는 애주가들이 비주류들을 자기들 세계로 강제로 끌고 들어가 망가뜨리는 ‘악마의 잔’으로 간주되어 퇴색중인 술문화라고 한다. 폭탄주 문화가 우리 제약업계에 숙취(Hang over)해소 드링크제 파생산업을 발전시켰다는 점은 참 흥미롭다.
폭탄주는 어느 한 사람이 나서서 일방적으로 ‘장약’(폭약=소주, 양주)의 량을 투입하여 폭탄을 제조한다. 음측통과주 골프칵테일은 본인 주량에 맞게 첨가할 사이다의 량을 조절하며 손수 제조한다는 점에서 합리적이고 큰 장점이 있다고 본다.
폭탄주와 달리 칵테일에는 첨가되는 재료들이 주로 과일이나 과일쥬스 탄산수 음료 등으로 알콜을 희석해 주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주정도수는 낮아진다.
따라서 골프칵테일은 주량에 관계없이 남녀불문 마음 놓고 마실 수있고 웬만큼 마시지 않고는 운전과 음주측정 통과에 문제가 없다.
골프칵테일의 주정도수를 간단히 계산해 보면, 맥주 7, 사이다 3의 일반적 황금비율로 섞을 경우, 맥주 4.5도 사이다는 0도이므로 도수는 30%가 떨어져서 3.15도가 된다. 따라서 자기주량에 맞는 믹싱비율 레시피를 따르면 된다.
술꾼들이라면 운동후 한 잔은 피할 수가 없고 시원한 생맥은 골프 3대 즐거움 중 하나다. 또 골프장의 영업 중 입장료(그린피) 못지 않게 식음료 매출은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러나 음주운전 사고라도 발생하면 골프장도 그 책임에서 완전 자유로울 수는 없는 현실이다.
골프강국 대한민국, 폭탄주 K-음주문화 대신 골프장의 K- 골프칵테일도 세계화시켜서 한류문화의 한 장르로 보급하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