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양식당에 가도 꼭 젓가락을 달라고 부탁한다. 양식에는 반드시 Fork를 써야 한다는 것은 잘못된 고정관념이다.
나는 Fork는 젓가락을 사용할 줄 모르는 미개인의 도구라고 생각한다. 훨씬 더 간편하고 효율적인 젓가락을 두고 양식이니까 Fork를 사용해야 한다는 생각은 어찌 보면 서양문명에 대한 열등감에 기인한다는 생각도 든다.
세계에서 젓가락을 보편적으로 쓰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중국 그리고 일본 정도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재질이나 모양은 서로 상이하다. 일본은 주로 나무로 된 젓가락을 사용하고 모양도 사각으로 안정적이다.
길이는 일본 젓가락이 가장 긴 것 같다. 중국은 나무와 Steel을 모두 사용하는데, 모양이 원형이라서 바닥에 놓으면 제자리에 있지 못하고 굴러가니 상당히 불편하다.
반면에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쇠젓가락이 사용된다. 모양도 납작하여 구르지 않기에 안정적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젓가락이 가장 단면적이 작아서 일본제나 중국제에 비하여 더욱 섬세한 훈련이 필요하다.
우리나라가 국제기능올리픽에서 발군의 실력을 나타내는 것을 두고 어려서부터 젓가락으로 섬세하게 훈련된 손가락 덕분이라는 설이 있는데,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 그러면 국제 기능 올림픽에서 우리나라의 성적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 보자.
국제기능올림픽은 2019년에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것이 45회 대회다. 우리나라는 1967년 16회부터 총 30회 참가했으니 2/3 정도 참여했지만 그간 19회 종합우승, 5회 종합 준우승의 쾌거를 이루었다.
특히 23회부터 9연패한 기록은 영원히 깨지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메달도 금 311개, 은 154개, 동 115개로 총 580개나 된다. 30회 출전하여 24회를 우승 아니면 준우승을 했으니, 국제기능올림픽은 우리 젊은이들에게는 신나는 놀이터인 셈이다.
나는 젓가락을 ‘Extended Fingers’라고 정의한다.
일단 익숙해지면 두 개의 손가락은 내가 필요한 길이만큼 융통성을 갖고 늘어난다.
나의 젓가락 자세는 위는 2~3cm 정도의 간격을 두고 고정시키고, 아래 부분은 중지와 약지에 연결되어 살아있는 손가락으로 사용한다. 젓가락의 기능은 음식을 집는 것이 기본이지만, 필요에 따라서는 부드러운 음식을 자르는 데에도 사용할 수 있다. 물론 김치 같은 것도 자를 수 있다.
나는 1994년 말에 경부고속철도 시험선 구간에서 독일 기술자들과 일을 했다. 4명으로 시작하여 11명으로 증가된 이들 기술자들과 6년 정도 같이 근무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들도 젓가락을 배우기 시작했다.
해가 지나며 이들도 젓가락을 능숙하게 사용하여 음식을 집을 수 있게 되었으나, 끝까지 배우지 못한 기능은 바로 음식을 나누는 것이다.
어려서부터 배우지 못하면 아무리 오래 익혀도 완벽하게 젓가락질은 하지 못함을 알게 된 계기였다.
현재 탄자니아의 철도감리사업은 거의 끝나가고 직원들도 거의 귀국한 상태에서, 나는 뒷마무리를 하고 있다. 12월부터는 하자보수 기간을 위하여 최소한의 조직으로 줄여서 운영 중이다.
한국요리를 담당하는 현지인과 스리랑카 직원이 지난 11월부터 같이 식사를 하고 있다. 나는 이들에게 같이 밥을 먹으려면 젓가락 사용을 익혀야 한다고 규율을 정했다. 모두 기꺼이 동의하여 열심히 연습을 하고 있다.
한 열흘 정도 먼저 시작한 스리랑카인에게는 기초과정을 통과하여 중급과정에 들어섰다고 격려하여 주었다.
60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음식을 젓가락으로 들고 흐뭇해 하는 모습이 재미있다. 얼마 후에는 젓가락으로 콩을 옮기는 문제로 이들에게 시험을 치르겠다고 하였다.
한국인이라도 자세히 보면 젓가락을 잡는 모습이 다양하다. 멋대로 배운 젊은이들의 젓가락질 모습을 보면 어색한 경우도 많다. 나는 이들 현지인과 스리랑카인에게 젓가락 사용법을 알려주며 두 가지 사항을 강조했다.
첫째, 젓가락 위의 고정점은 항상 적당한 간격을 유지해야 한다.
둘째로, 젓가락 두 개가 서로 교차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이 두 가지 사항만 지켜도 어색한 젓가락질은 사라진다.
우리나라 선수들은 발보다는 손으로 하는 종목에서 확실히 우월한 기술을 보인다. 여자 골프는 우리나라가 세계를 평정한 지가 오래이고, 아무리 규칙을 바꾸어도 양궁은 우리나라가 최강국의 지위를 놓치지 않는다.
발로 하는 축구보다도 손으로 하는 핸드볼 실력이 더 나은 것도 젓가락이 기여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 젊은이들이 올바른 젓가락 사용으로 섬세하게 훈련하여 손으로 하는 모든 운동과 기능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담당하는 동량(棟梁)들이 되기를 소망한다.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