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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백신, 투명한 정보공개 촉구

백신 종류 많고 도입 시기 달라… 준비 철저해야
 국민적 불신 있을 경우 접종 계획 차질 빚을수도
 접종 등록 시스템 구축해 이상반응 등 관리해야
 특정 백신 실패 가능성 등 대비, 추가 확보 나서야

지난해 10월 23일 오전 인천시 부평구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독감 예방접종 주사실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독감백신 접종후 20-30분간 이상반응이 있는지 관찰'하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정부가 확보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은 이르면 다음달부터 단계적으로 국내에 들어올 전망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지난해 10월 독감 백신 사태를 경험했고, 이번 백신 도입 과정에서도 여러 잡음이 있었기 때문에 백신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가 남아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정부가 백신 접종 계획을 철저히 세우고 충분한 정보 제공을 통해 국민들을 안심시켜야 제2의 '독감 백신 사태'를 막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3일 보건 당국에 따르면 우리 정부가 확보한 코로나19 백신 물량은 5600만명 분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1000만명분)은 올해 1분기, 모더나 백신(2000만명분)과 얀센 백신(600만명분)은 2분기, 화이자 백신(1000만명분)은 3분기에 공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도입 일정대로라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접종이 가장 먼저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영국과 인도 등에서만 긴급사용허가를 받았고 미국, 유럽 등에서는 허가가 미뤄지고 있다. 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임상시험에서도 70.4%의 효능을 보여 90%를 넘는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보다 효과가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코로나19 백신은 10년 이상이 걸리는 일반적인 백신 개발 과정보다 훨씬 기간을 단축해 일반에 투여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종식의 시급성 때문에 각국이 장기 안전성을 완벽하게 검증하지 않고 접종을 시작하는 것이다. 접종 과정에서 부작용이나 사고가 발생할 경우 백신에 대한 불안감은 증폭될 수 밖에 없다.

코로나19 백신이 국가백신사업이 되면 접종 대상자의 선호와 상관 없이 우선순위에 따라 백신이 접종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특정 백신에 대한 불신이 있을 경우 우선 접종 대상자를 선정하더라도 실제 접종은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 검증, 국민 소통 강화해야
전문가들은 정부가 국민들에게 백신 접종 설득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경우 백신 도입에 성공하더라도 조기 집단면역 형성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우리보다 먼저 백신 접종을 시작한 미국과 영국 등에서도 백신에 대한 우려 때문에 접종이 빠르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백신 접종을 시작한 국가 중 현재 인구 100명당 백신 접종이 10회를 넘는 나라는 이스라엘(11.55회)이 유일하다. 영국(1.39회), 미국(0.84회), 캐나다(0.26회) 등은 빠르게 백신 접종을 시작했지만 국민들의 우려감 때문에 접종 속도가 더딘 편이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의 확보와 유통, 접종 후 안전성 관리도 중요하지만 집단면역 달성을 위해 그 못지 않게 중요한 게 국민들의 접종 의지”라 “백신의 안전성과 효과에 대해서는 정치인이나 행정가들이 아니라 전문가들이 객관적인 근거를 갖고 얘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평상시 같으면 10년, 20년이 걸려 장기 안전성과 유효성을 점검하고 백신을 접종하겠지만 지금은 팬데믹 상황이라 불확실성이 많은 가운데서도 접종을 시작하는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정부는 모든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전문가 뿐만 아니라 시민단체도 참여해 소통할 수 있게 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접종 후 이상 반응 관리 등을 위한 시스템 구축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백신의 종류가 너무 다양하고 스케줄이 복잡하고 대개 두번을 접종해야 하기 때문에 전 국민들 대상으로 백신을 접종하기 위한 등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누가 어떤 백신을 언제 맞았는지 국가가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백신 추가 확보, 콜드체인 구축도 숙제
정부가 현재 5600만명의 백신을 확보했지만 추가 확보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정 교수는 “선진국에서 두배씩 백신을 확보하는 것은 특정 백신이 실패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또 9월까지 백신을 다 맞추지 못할 경우 더 필요할 수도 있다. 혹시 항체 지속 기간이 짧을 경우 두번 맞는 백신을 세번 네번 맞아야 할 수도 있다”며 “그런 상황에 대비해 충분히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백신 저온 유통망(콜드 체인)을 사전에 점검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난해 독감 백신 사태 때 2~7도의 콜드 체인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은 국민적 불안감을 키운 핵심 요인이 됐다. 올해 국내에 들어오는 코로나19 백신 중 화이자 백신은 영하 70도, 모더나 백신은 영하 20도에서 관리해야 해 유통 조건이 훨씬 까다롭다.

이와 관련해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코로나19 백신은 ‘콜드체인’ 유지가 매우 중요하다”며 “체계적이고 안전한 접종을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계 부처와 함께 ‘코로나19 백신 유통·보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콜드체인 모니터링 등 유통·공급 관리체계를 구축해 상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정 청장은 “화이자 백신의 냉동유통·보관 관리를 위해 초저온 냉동고를 1분기 내로 250여 대 구비할 예정”이라며 “현재 정부 구매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김종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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