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沒入)은 어떤 일에 깊이 빠져들어 시간의 흐름이나 주변의 상황에 대한 감각, 심지어 자신까지도 잊어버리게 되어 행동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상태를 말한다.
몰입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위편삼절(韋編三絶), 안광지배철(眼光紙背徹), 정신일도하사불성(精神一到何事不成)과 독서삼매(讀書三昧)이다.
위편삼절은 공자가 <주역>을 여러 번 읽어 책을 엮은 죽간(竹簡)의 가죽 끈이 세 번이나 끊어졌다는 의미로 책을 통해 몰입의 경지를 터득한다는 뜻이다.
안광지배철은 ‘눈빛이 종이 뒷면을 뚫는다’는 뜻으로 몰입하면 글의 깊은 속뜻까지 깨닫는 것이다. 정신일도하사불성은 ‘정신을 한 곳에 모으면 못 이룰 일이 없다’는 뜻은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
독서삼매하면 고사성어 고봉유맥(高鳳流麥)인데 이 또한 몰입의 결정판이다. ‘고봉이 보리를 떠내려가게 했다’는 의미다.
중국 통한 시대 고봉은 젊은 시절 책 읽기를 워낙 좋아했다. 그는 농사를 지어먹고 살았지만 농사는 뒷전이고 책에만 파묻혀 살았다. 하루는 아내가 일을 나가면서 마당에 널어놓은 보리를 닭이 먹지 못하게 보라고 일렀다.
고봉은 아내에게 그러마하고 닭 쫓는 막대기를 든 채 책을 읽었다. 그런데 갑자기 소나기가 내려 보리가 다 떠내려가도 모르고 책만 읽고 있었다고 한 데서 유래 되었다.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사람들의 시간이 파편화 되고 있다는 사실을 기록으로 남긴 최초의 사회과학자들 중 하나다. 그는 시간이 파편화 되면 인간 경험의 ‘절정’에 해당하는 ‘몰입’ 상태에 도달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시간에 쫓기는 삶과 정보과잉 때문에 사람들은 모두 시간이 자잘한 조각들로 쪼개지는 파편화를 피할 수 없어 몰입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학자들에 따르면 여성이 남성보다 시간의 파편화가 심하다고 한다. 일과 가정 양쪽에서 받는 여성 역할의 과부하로 기아를 자주 바꾸어야 함으로 남성보다 무거운 책임과 업무 밀도도 더 높다.
몰입의 상태란 위중한 환자 수술 중인 의사, 창작활동에 여념이 없는 예술가, 사막과 정글을 달리는 오지레이서나 암벽을 오르내리는 등반가, 기도로 신과 대화를 나누는 종교인, 극한 작업에 종사하는 사람들, 종이 접기나 레고 쌓기 같은 놀이에 몰입된 아이의 진지함을 말한다.
뭔가에 몰입하는 순간에는 다른 것이 침범할 수 없어 자기 자신을 잊고, 시간의 흐름을 잊고 더 없이 평화로운 기분에 젖어든다. 한마디로 '무아경지(無我境地)라 할 수 있다.
재능이 꽃을 피워 가치를 인정받으려면 몰입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무언가에 집중할 때 우리는 집단의 평가에서 벗어나 나만의 기준으로 일에 몰두할 수 있다.
제대로 몰입을 경험한 사람들은 더 강하고 자신감에 찬 자아를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삶을 성공적으로 살아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요즈음 많은 사람들이 비싼 것보다 편하고 가벼운 복장과 신발로 자신을 개성을 나타내는 것도 일종의 ‘자아몰입’이라고 생각한다.
몰입할 거리가 많고 자주 몰입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의 인생은 풍요롭다할 수 있다. 자신이 무엇인가에 몰입하고 집중력을 발휘하여 뭔가를 해냈다는 성취감은 즐거움과 존재감을 느끼게 한다.
이러한 즐거움과 행복감을 다시 경험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하게 되고, 그 과정을 통해 기술과 자아가 성장한다. 결국 이런 성장은 한 인간의 삶을 윤택하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이끈다.
■ 작가소개- 이선호
명지대 영문과, ROTC 14 기
현대건설, 한화건설 근무
현 대원철강, 광성전기산업 회장.
2018년 6월 수필가 등단.
저서 <평범함 속에 특별함>
<더불어 살면 행복도 ‘더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