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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코리 채는 살아있다

최중탁 미국 골프 티칭프로(USGTF)의 재미있는 골프이야기 107

골프채의 진화역사를 보면 1800년대는 히코리(Hickory 가래나뭇과)가 주재료였고 1900년대 부터 스틸소재가 주를 이루었다.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파이프 제조기술을 응용하여 골프클럽의 제작방법도 혁신되어 스틸샤프트의 대량생산도 가능해 졌다. 1910년 아더 나이트(Arthur Knight)가 속이 빈 튜브형 스틸샤프트를 개발하여 특허 등록하면서 금속헤드와 스틸소재의 샤프트 시대가 열렸다.

헤드에는 주로 스틸이나 감나무(Persimmons)가 쓰이다가 1990년대 후반부터 우주항공기 동체에 채택되는 특수 합성금속인 가볍고 탄성이 뛰어난 티타늄(Titan.), ABS 플라스틱과 유리섬유(Glass Nylon)소재까지 다양하게 등장했다.

스윙운동 에너지를 볼에 전달하는 샤프트는 역학적으로 스윙으로 발생하는 에너지의 70%를 차지한다. 신소재 스틸샤프트로 스코어가 급격히 향상되기 시작하자 보수적인 영국왕립 골프협회(R&A)는 이를 문제 삼아 스틸샤프트 사용을 금지시켰다.

그러나 대세에 밀려 1924년 미국골프협회가 금지를 해제하자 5년 후 영국도 사용을 허락했다.
결국 골프룰이란 단지 발전된 채와 시대상황을 수용하며 대세와 여건에 맞게 수정하면서 따라올 뿐이다.

1925년에 들어 미국에서도 클럽제조가 대량생산체제로 바뀌면서 비로소 골프채가 싸지고 Set개념이 형성 되었다.

이 때부터 클럽의 종류도 너무 다양해 져서 각 채마다 붙이던 별명을 쉽게 일련번호로 통일했다.1936년 미 PGA는 휴대할 수있는 채의 숫자도 14개로 제한했다.

1960~70년대에 미ㆍ러에서 개발한 비행기동체용 우주항공소재 탄소(炭素)섬유 카본 그라파이트(Carbon Graphite)의 원료 Composite는 스텐레스의 2배 알미늄의 6배의 강도에도 무게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혁신적인 ‘꿈의소재’ 다. 이 소재는 현대의 우드와 샤프트소재로 99% 이상, 아이언에서도 65% 이상을 차지할 정도다.

흥미로운 것은 클럽의 발전은 볼의 변천과 궤를 같이 한다는 점이다. 1848년 깃털볼에서 고무수지(Resin)공이 등장하여 과수목 우드가 파손되자 헤드를 둥글고 두텁게 개량해야 했다.

21세기는 기성제품에서 개인의 스윙특성에 맞게 피팅(Fitting)하는 클럽피팅의 시대 또는 초고반발력의 시대라고도 한다.

 채의 총중량은 205~325g까지로 1g 단위로 정밀해 졌고 샤프트 강도도 1~6 단계까지 세분화하여 개개인에 최적화된 채를 만들어 내고 있어서 수 백 가지의 서로 다른 클럽이 제조된다.

특히 페이스 반발력은 공인 0.87에서 비공인 0.97까지 만들며 내구성까지도 개선되는 합금가공기술이 개발되어 있다.
아이언에도 고반발력 소재를 장착하여 비거리도 평균 10야드 이상 씩 늘리고 있다.

그러나 최첨단 신소재 골프채가 보편화 된 21세기에도 1920년대 히코리나무로 만든 재래식 골프채로 골프를 즐기려는 사람들 '히코리 넛츠'(Hickory Nuts), 즉 히코리채 골프狂들이 있다.

미국의 골프산업은 다소 침체되어 있지만 히코리골프협회(Hickory Golf Association)를 중심으로 히코리클럽 애호가들은 늘어나고 있다.

스코틀란드에서는 매년 그들만의 토너먼트 인터내셔널 히코리 참피언쉽도 개최된다. 반드시 1920년 당시의 빈티지 복장(넥타이, 스웨터, 7부 바지에 긴 스타킹, 울이나 모직모자)를 갖추고 라운드에 임해야 한다.공은 클럽파손의 위험 때문에 현대의 소프트한 볼을 쓴다.

우드와 메탈의 차이는 반발력에 의한 비거리와 내구성에 있으나 또 한 가지는 타구감과 타구음이다. 스위트 스팟에 공이 맞았을 때의 손맛 즉 타구감은 메탈은 차고 경쾌함이고 우드는 나무의 부드러운 질감으로 달콤 소프트한 터치감이 느껴진다.

타구음은 꽹가리와 목탁소리의 차이에 비유된다. 타구감의 달콤함은 천연꿀맛과 설탕의 차이라고나 할까.
이런 매력과 향수 때문에 현대에 와서도 히코리 나무채 애호가들이 많이 있다.

히코리 채의 성능은 과연 어떨까.
2016년 2월 LA 인근 PGA 투어코스 리비에라 CC에서는 연습 라운드 도중 엔틱 드라이버 시타시합이 있었다.

드라이버 거리 세계랭킹 13위(평균 306.6야드)의 북아일랜드 로리 매킬로이는 1920년형 히코리 클럽으로 226.1야드, 1950년 퍼시몬 클럽으로 269.9 야드를 쳤다.재미교포 선수 죤 허는 히코리로 230야드나 날렸다.

2020년 PGA 선수들의 평균 드라이버 거리는 289.9야드로 지난 90년간 평균 약 70년 야드가 늘었다. 비록 거슬리는 타구음 때문에 단명했지만 2006년 출현한 사각 드라이버는 상식을 뛰어넘는 진화다.

헤드는 눈물방울 타원형이라는 통념을 깨고 빗맞아도 뒤틀림이 없어 방향성이 좋다는 점은 2006년 10월 최경주가 미 PGA 투어 크라이슬러 챔피언십에서 이 채로 우승하여 입증됐다.

골프채의 발전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똑바로 더 멀리’에 대한 욕구는 끝이 없고 막을 수도 없으며 인간의 연구개발 능력은 무한하다. 그럼에도 옛날과 고전 클래식에 대한 향수 또한 못 버리는 것도 인간들의 본성이다.

차세대 채는 과연 어떻게 진화할지 옛 골프채에 대한 생각은 또 어떻게 바뀔지 무척 궁금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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