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초계기 근접비행, 지소미아 갈등 등 강조
미 안보 전문가들, 미일 국가안보에 해로운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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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제공한 사진에 지난달 14일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제8차 당대회 기념 야간 열병식이 열려 군사 퍼레이드가 펼쳐지고 있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번 열병식에는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SLBM 등 전략·전술 무기들이 등장했다. |
국방부가 향후 국방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2020 국방백서에서 일본을 동반자에서 이웃국가로 격하시켜 파장이 일고 있다.
더우기 북한 체제와 관련해 2년 전 백서에서는 ‘정권세습’이라고 표현했던 것을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으로 바꿨다. 어떻게 보면 김정은 집권의 정통성을 우회적으로 인정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북한이 2년 간 꾸준히 증강시켜 온 핵 능력에 대한 평가를 하지 않음으로써 안보환경의 악화를 자초하고 있어 논란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또한 ‘2018 국방백서’와 마찬가지로 북한을 ‘적’으로 규정하지 않은 채 “우리 군은 대한민국의 주권 영토 국민 재산을 위협하고 침해하는 세력을 우리의 적으로 간주한다”고 기술했다.
국방부가 지난 2일 공개한 국방백서 속 3절 ‘국방교류협력 확대’ 내 ‘한일 국방교류협력’부문에서 “일본은 양국관계 뿐만 아니라 동북아 및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도 함께 협력해 나가야 할 이웃국가”라고 표현했다.
이는 2018년 백서에 기술된 “한일 양국은 지리적, 문화적으로 가까운 이웃이자 세계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함께 협력해 나가야 할 동반자”라는 내용에서 격하된 표현이다.
아울러 이번 백서는 일부 일본 정치지도자들의 왜곡된 역사 인식을 비롯해 독도에 대한 영유권 주장, 2018년 12월 우리 함정에 대한 일본 초계기의 위협적인 근접비행,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둘러싼 갈등 등을 자세히 기술했다.
백서는 일본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입장을 내놓으면서도 중국에 대해서는 사드 갈등 관련 내용을 삭제하는 등 관계 개선에 무게를 뒀다.
이 같은 국방백서 내용에 일본 정부는 반발했고 미국 측에서도 예민한 반응이 나왔다.
일본 방위성은 발표 당일 주일본한국대사관 무관을 불러 항의했다. 방위성은 그러면서 백서 내용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정부는 한일 간 갈등을 부추기지 않기 위해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다만 미국 내 안보 전문가들은 한일 관계 악화에 우려를 드러냈다.
한미연합사 작전참모 출신인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2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한국 국방부의 행동은 (미국의) 정책검토 및 외교전략 수립에 차질을 빚게 했다”며 “한미일 3국 관계에도 문제가 될 수 있고 한미일 국가안보에 모두 해로운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분석관 출신인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자유아시아방송에 “이번 국방백서는 지난 몇 년간 이어온 한일 간 긴장 관계를 반영한다”며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보다 더 강한 수준으로 막후(behind-the-scene)에서 한일관계를 개선하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최근 ‘위안부 판결과 한일관계’라는 글에서 “한일 협력은 한일 양국 정부가 배타적 민족주의 정서에서 벗어나 투트랙 접근(과거사와 경제·안보협력의 분리)을 실천하는 것에서 강화될 수 있다”며 “한일 양국은 당장의 과거사 현안보다는 갈등 관리를 우선하면서 한일 협력의 동력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우리가 곱씹어야 할 대목임이 분명하다.
강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