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델라가 27년간 감옥 생활 후 출옥하는 장면이 전 세계 TV에 방영되었다. 클린턴 대통령도 시청자 중 한 명이었다. 나중에 클린턴은 만델라에게 "감옥에 있을 때는 평화로워 보였는데 출옥 할 때는 왜 얼굴에 분노가 있었는가"라고 물었다.
그는 "감옥에서는 성경을 접하며 마음이 평온했지만 막상 감옥을 나오며 군중들의 함성을 듣는 순간 지난 세월들이 너무 억울하여 분노가 치밀었다"고 대답했다.
분노의 순간, 그는 '너는 감옥에서 석방되고 서도 정신적인 감옥 생활을 하고 싶은가' 라는 내면의 음성을 들었다.이를 계기로 그는 자신의 삶의 자세를 고치고 화해와 평화의 삶을 살게 되었다.
현재 우리 사회는 분노와 울분으로 가득하다. 화를 부르는 정치ㆍ경제ㆍ사회의 구조적 문제 탓도 크다.
진학이나 취업, 성과 등 각박하고 치열한 생존경쟁은 정서의 빈곤과 인성의 메마름을 낳는다. 이런 환경에서 분노는 기생한다.
대학 입학 제도만 보아도 우리나라는 성적 위주인데 반해 외국의 대학들은 공부뿐 아니라 건강한 정신, 다른 이들을 배려하고 통솔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봉사활동을 통해 어려운 사람을 돕고 이해하는 능력도 갖추어야 한다.
《논어》에서 안회가 인(仁)을 묻자 공자는 극기복례(克己復禮)가 인의 실천이라고 했다. 즉 "자기를 이기고 예(禮)로 들어가는 것" 이 인이라고 했다. 예는 곧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참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쉽게 분노하는 원인은 극기복례가 실종된 가정교육에 큰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사는 것을 체험하지 못하는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자신을 이기며 분노나 울분을 다스릴 줄 아는 인내심을 키우기란 쉽지 않다.
요즈음 분노를 참지 못해 사회문제가 되는 보복운전과 갑질 문화는 이런 토양에서 자라난 필연적 부산물이다.
여기서 우리는 '분노의 표현'과 '분노의 폭발'은 다르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분노를 제어하면서 현실 세계의 모순된 상황을 이성으로 주도해 나가는 것을 분노의 표현이라 한다.
반면 분노의 감정에 이끌려 통제력을 잃고 상황에 휩쓸리는 것을 분노의 폭발이라고 한다. 불의에 대한 분노는 무관심의 안개를 걷어 낼 수 있다. 특정 상황에서 진실을 추구하고 위선을 거부하는 정의에 찬 분노는 우리를 일깨우고 자신을 명확하게 표현할 용기를 주어 긍정적인 힘으로 작용한다.
독일의 유대계 작가 스테판 에셀은 《분노하라 》에서 고령임에도 열정적이며 강건함과 용기 있는 삶의 비결을 '분노 할 일에 분노하는 것' 이라고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선진국이 되는 조건들이 모두 돈과 관련되어 있다. 하지만 정작 서구 선진국 사람들은 돈 보다는 '불의에 분노' 하는 성숙한 분노의 표현을 통해 스스로 선진시민임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사사로운 일에도 쉽사리 이성을 잃고 발끈하는 우리 사회의 원칙 없는 분노 폭발 습관이 왠지 부끄러워 보인다. 화를내는 것은 불을 내는 것이다. 인내[忍]는 가슴에 칼[刀]을 얹는 일이다. 분노를 참아내는 일이 그만큼 아프다는 뜻이다.
■ 작가소개
義宣 이 선 호
명지대 영문과, ROTC 14 기, 현대건설, 한화건설 근무
현 대원철강, 광성전기산업 회장.
2018년 6월 수필가 등단.
저서 : <평범함 속에 특별함>
<더불어 살면 행복도 ‘더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