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를 골퍼들이 새겨야 할 좌우명으로 소개한 바 있다.
일찌기 중국 춘추시대 철학자 노자(老子 Laozi)도 골퍼라면 명심해야 할 중요한 말을 남겼다. 그의 ‘도덕경’(道德經) 78장과 병서(兵書)인 ‘삼략’(三略)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부드러움은 능히 굳셈을 제어하고(柔能制剛 유능제강), 약한 것은 능히 강함을 제어한다(弱能勝强 약능승강). 부드러움은 곧 덕(德)이요 굳셈은 적(賊)이다.’
전투현장에서 장수(將帥)를 평가할 때도 용장(勇將) 지장(智將) 덕장(德將) 중 관용적이고 덕이 많은 지휘관 덕장을 승전률이 더 높은 장수로 여기고 중용(重用)한다.
이런 명언은 전투와 닮은 꼴인 골프에도 가감없이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골프를 근육질 머슬맨이 잘 칠까, 호리호리한 유연성 최고의 발레리노가 잘 칠까.
힘이 좋은 머슬맨은 장타자는 될 수는 있지만 정교한 플레이어는 되기 힘들다. 몸이 유연한 댄서는 파워가 없어서 장타자는 못 되지만 정확도는 단연 앞설 것이다.
골프는 그 특성상 힘보다 정교함과 정확도 (Precisness, Accuracy)가 한 수 위의 기량이기 때문이다.
즉 골프는 유연성의 운동이라 할 수 있다. 골프채의 역학적 구조도 힘보다는 탄력과 유연성을 최대한 잘 이용하여 스윙하는 골퍼에게 적합하게 제작되어 있다.
‘힘을 빼라’는 말 한 마디로도 이런 사실을 가름할 수 있는 것이 골프다. 골프의 일생이란 스윙의 유연성 향상을 위한 노력의 시작과 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거리 역시 힘 보다는 채의 탄성과 스윙의 유연성에 의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근력과 힘 그리고 유연성도 함께 겸비한다면 금상첨화 최상의 조합으로 장타와 정확도도 동시에 기할 수 있다.
그러나 신(神)은 만인에게 공평하여 대부분의 골퍼들에게는 한 가지만의 달란트(재능)를 부여해 준다. 모든 골퍼들의 로망인 장타도 물론 유연성이 뒷받침 되지 않고는 절대 한계에 봉착한다. 스윙이란 회전운동으로 팔과 손에 힘이 과(過)하면 채의 탄성이 죽어서 파워스윙이 나올 수가 없다.
허리를 축으로 상체를 꼬았다 풀어주는 탄성운동이므로 경직되어 있으면 회전 에너지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드라이버 평균비거리 300야드 이상에 정확도도 뛰어난 로리 매킬로이는 체중 73kg의 호리호리한 체격이다. 그는 머슬맨이 아니다. 그의 비거리는 분명 힘보다는 허리의 회전력 몸의 유연성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다. 몸통의 꼬임과 풀림이 크고 유연하다는 증거다.
키가 큰 서양 여자들처럼 회전반경이 클수록 스윙궤도의 정확성은 떨어진다고 하겠다. 한국 여자골퍼들이 세계를 제패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젓가락을 잡는 습관에서 오는 예민한 손감각이 포크와 나이프를 잡는 서양 여자들보다 뛰어났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직접적인 배경은 작은 몸집에서 나오는 유연성과 작은 스윙궤도의 간결함으로 보는 이가 더 많다. 그 천부적 신체적 조건에 더하여 부모들의 극성스럽고 희생적인 교육열과 아낌없는 투자가 그 원동력이라고 하겠다. 골프여제 스웨덴의 소렌스탐과 멕시코 오초아 등도 결코 몸이 크지 않은 동양인의 체구다.
골퍼들은 가끔 ‘허리를 삐끗해서’라는 말을 자주 한다. 아무 충격도 없었고 별로 무겁지도 않은 물건을 들어 올렸는데 갑자기 허리가 뜨끔한 느낌이 들면서 갑자기 심한 통증과 함께 허리를 잘 쓰지 못하는 증상이다.
이런 통증이 오면 대부분 요추(허리뼈)부 염좌 또는 요추염좌라는 급성요통으로 진단 된다.
몸이 유연하지 않고 굳은 상태에서 준비운동 없이 허리에 힘을 가하면 척추주변 근육이나 인대가 순간적으로 손상 받아서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추운 겨울일수록 근육은 경직되어 있고 관절이 뻣뻣한 상태이기 때문에 더 쉽게 허리를 다칠 수가 있다.
골프 컨디셔닝(Conditioning)이란 골프스윙에 적합한 신체상태로 만들고 허리사고 예방을 위한 준비운동으로 몸의 유연성 회복을 위한 스트레칭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티업 전 캐디와의 스트레칭은 너무 짧아서 유연성 향상에는 큰 도움이 안 되지만 너무 오래 하는 것도 그 날 스윙에는 역효과다.
15~20분 정도면 골프 컨디션 회복에 충분하고 부상 방지에도 좋다. 스트레칭 훈련은 최소한 1회 30~40분 정도 매일해야 유연성 향상에 도움 된다. 체조 선수들이나 기계체조 선수들처럼 과도한 유연성 운동은 골프에 있어서는 오버스윙 등의 역효과가 나올 수도 있다.
매일 근육강화 운동만 하면 비거리는 분명 늘지만 정확도는 떨어져서 스코아는 더 악화될 수 있다.
근육운동 후에는 반드시 골프컨디셔닝 스트레칭으로 마무리를 해야 골프스윙의 유연성을 강화할 수 있다.
밤늦도록 술을 마시고 정신없이 잤거나 1시간 이상 운전대를 잡고 골프장에 왔으면 허리와 목이 경직되어 있다.
몸의 회전가능 범위를 극대화하는 스트레칭을 하면 삐끗 허리부상도 예방할 수 있다. 또한 식당 의자에 앉아 허리를 곧게 세우고 천천히 어깨를 좌우로 회전한다.
아래 허리와 골반을 고정한 채 상체만 최대한으로 반복 회전 후, 반대로 다시 최대한 상체를 반복 회전한다. 목은 전후좌우로 꺾어 10초씩 당겨 주고 천천히 좌우로 최대한 돌려주면서 풀어준다.
유연성이 스코아를 만든다. 내기 타짜들은 게임 시작 전 핸디 흥정보다 자기 몸의 유연성 회복에 더 신경쓴다.
강철은 결국 부러지지만 대나무는 휘어져서 찢어질지언정 부러지지 않는다.
강함은 부드러움을 결코 이기지 못한다는 노자가 주는 스윙 좌우명도 골퍼라면 반드시 명심해야 할 원포인트 훈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