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임기냐고 일 년 남짓하게 남았다. 어느 대통령이든 피할 수 없는 레임덕 현상이 나타날 시기다.
레임덕(lame duck)이라는 현상은 통치력이 약화됨을 의미한다. 한 마디로 영이 잘 서지 않는 것이다. 그런 현상은 국가로서도 위기이고 대통령으로서도 유종의 미를 겨두고 퇴임할지 의문인 것이다.,
박수를 받고 퇴임하면 재야에 묻혀 지내도 국민이 무시로 그리워하는 대통령이 될 것이나 그렇지 못한 대통령은 십중팔구 재임시절 저지른 갖가지 잘못이 드러나 망신을 당하며 형벌을 받기도 한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중에 그 수고와 공로를 높이 사 박수를 받고 국가대사 때마다 그리워하는 대통령이 박정희 대통령 말고는 없다.
거의 모두가 흠결이 있어 그 퇴임 모양이 수치스러워 보였다. 재임시절 이룬 업적과 더불어 국민의 존경을 받은 대통령으로 박수를 받으며 청와대를 떠난 대통령이 단 한 분도 없었다는 사실을 탄식하지 않을 수 없다.
건국의 아버지라 칭송했던 대통령은 4,19혁명의 성난 함성에 놀라 도망치듯 해외로 망명했으며, 어느 대통령은 비리부정에 연루돼 단죄를 받아 옥살이를 하는 치욕을 당했고, 어느 대통령은 수신제가에 실패, 빗나간 자식들을 자신의 손으로 처단하는 곤욕을 치렀으며, 어떤 대통령은 다수의 폭력적 시위로 탄핵당해 징역을 살게 되었다.
대체 우리네 정치풍토가 얼마나 어지럽기에 독립국가로 발전한 역사가 75년이나 되었는데도 국민 모두가 신뢰하여 지지하고 사랑하는 대통령을 맞이하지 못하는지 모르겠다.
그 이유를 찾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대통령이 전임자의 치적을 부정적으로 과소평가하는 경향 때문에 국민들의 정치와 정부에 대한 불신이 가중되기 때문이다.
자신이 마치 혁신의 기수라도 되는 양 공약에서부터 혁신을 외치고 나서는데 그거 은연중에 전임자의 실정을 들춰내고 자질을 깎아내리는 처사로 결국에는 정권(부) 불신을 조장하는 것이다.
그 맥락에서 후임자가 전임 대통령을 조금도 촌탁하지 않고 그 방대한 대통령 직무를 익혀 수행한다는 건 어려우려니와 설사 가능해도 재임시간표가 촉박하게 짜여 돌아가하기 때문에 잦은 시행착오가 불가피할 것이다.
다른 하나의 이유는 우리 대통령들은 전임자의 국정수행에 있어 계승할 가치가 있는 것을 이어 받는 지혜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통치의 지혜가 부족한 것이다.
예컨대, 박정희 대통령의 서릿발 같은 공사구분과 청빈한 몸가짐만 본떴어도 부정한 치부 때문에 형사상 처벌을 받는 대통령은 없었을 것이다. 그분의 새마을운동 정신만 제대로 계승했어도 4대 강 수중보를 짓고 허는 한심한 촌극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국정 중에 가장 중요하면서 어려운 경제정책에 있어 기업정책이 항상 갈등과 말썽을 일으킨다는 사실이다. 어째서 신임대통령마다 대기업을 ‘손봐야한다.‘는 인식을 무슨 의무처럼 여기고는 그걸 지키려는 강박관념에 쫓겨 마치 도전장 던지듯이 기업혁신계획을 기업에게 강압적으로 내려 먹이는 것이다.
예컨대, 대기업규제법안인 산안법(産安法)을 제정함에 있어 기업들의 의견을 철저하게 수렴하고 입법가치를 검증해야 마땅하거늘 정부는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
5년 정권은 기업이 배척하는 그 밥을 지어 안기고는 임기 끝내고 퇴장하면 그만이지만 그 밥을 억지로 두고두고 먹어야하는 기업들은 고통스러워 앙앙불락인 것이다. 정치가 기업을 그렇게 강제할 명분이나 권한이 없다.
짐작컨대 그 원인은 대기업과 정권의 야합이라는 정경유착이 나라를 망쳤다는 고착된 의식과 자본주의경제의 숙명적인 약점인 빈부격차의 해소에 대한 지나친 책임감에 쫓겨 정치권력으로 능히 대기업을 압박하고 규제해 경제적 이익을 사회주의적 분배를 함으로써 정권의 정의를 실천할 수 있다고 확신하는 소치로 보인다.
해서 정권마다 공짜로 인기(지지)를 얻기 위해 다분히 선동적인 과장으로 만연된 반 기업정서를 이용해 대기업 때리기를 무슨 고정국가과제처럼 요란하게 벌여왔다.
그중 가장 그 강도가 심하고 무리한 때가 현 정권이다.
필자는 지난 75년간 우리나라 경제발전 역사를 지켜보거나 재벌기업이나 중소기업에서 일하면서 정권과 기업이 어떻게 갈등하며 공생하고, 어떻게 대립하고 유착하는가를 목격하고 체험한바 그 비밀한 실태를 잘 알고 있다.
필자는 삼성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헤서 아무리 공정한 입장에서 생각해도 정부와 특히 사법부의 삼성에 대한 징벌이 합법성을 표방했을 뿐 도저히 동의할 수 없는 판정이며 정부의 시대에 뒤떨어진 무리수 기업 때리기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때문에 현 정부의 기업정의 실천을 표방하고 강행한 제 기업정책이 얼마나 독선적이며 무리한가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소득주도 성장정책이니 대기업이익나누기, 52시간근무와 최저임금제 등의 정책을 졸속하게 강행함으로써 중소기업계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 시켰다. 당장 우량 중소기업이 견디지 못하고 무려 2백여 업체나 해외로 옮겨 인력, 기술, 자본 등 우리경제에 적잖은 손실을 초래했다.
정부의 기업정책이 철학도 대승적인 신념도 결여 돤 대표적인 실례가 사법부의 기업에 대한 부자연스러운 훈수와 지나친 사법판단에 의한 기업 압박하기다.
정부가 오죽 무능했으면 재판장이 삼성에 권유(?)해 <준법감시위원회>라는 조직을 두어 경영 및 법인 활동을 사찰하도록 제도화 하라고 했겠는가. 세상에 저런 식의 자기감시시스템을 작동한 기업이 또 있을까 모르겠다. 그건 국가적인 창피한 후진국 꼬락서니일 뿐이다.
삼성에 대한 사법부의 최근 판결을 보면 실망과 비애를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최종상급심이 하급심인 고법의 판결을 파기환송 하면서까지 삼성총수를 유죄로 판정, 형량을 높이라고 하더니 총수를 재판정에서 구속한 속내란 대체 뭔가 이해난이며 강한 거부감을 금치 못하는 것이다.
우선 유죄근거가 난해하다. 뇌물이라는 경기용 말은 동계올림픽영재센터에 기증한 것으로 그 기증행위를 뇌물수수로 간주한 건 지나치다. 뇌물수뢰가 성립되려면 수뢰뇌물이 수뢰자 소유상태이어야 하는데 말 깃털조차 건들이지 않았잖은가.
아무리 대통령이 그깟 말 몇 마리를 뇌물로 챙기기 위해 자리를 걸만큼 어리석다는 게 납득이 가느냐는 것이다. 우리대통령이 그 정도로 싸구려로 뇌물을 밝히는 수준이었든 가 비애스러운 것이다.
또한 사법부의 유죄판결이 15개월씩이나 걸린 것이며 불법승계 여부를 가리는데 3년씩이나 걸린 현실이 못내 유감스럽다.
삼성이 국가적으로 얼마나 귀중한 기업임을 정부나 사법부는 깊이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 자산 4백조 원에 50만 명의 삶을 책임지고 있는 삼성이 세계 1등가는 기업으로 성장하는데 80년이 걸렸고 숱한 치열한 시장경쟁을 치렀다는 투쟁사를 잠시나마 떠올린다면 그런 보물기업을 말 몇 마리로 뇌물을 엮어 망신을 주고 총사령탑을 뭉개는 정치는 그 철학이 참으로 빈곤하다.
사법부의 전형적인 재판이 금과옥조로 삼는 합법성 만능주의가 얼마나 소아병적 독선으로 사법판단의 가치를 의심케 하는지 깨달아야 한다. 법관이 합리적 사고에 둔할 경우 힘없는 국민들은 붙잡을 정의가 없다.
저 모든 불합리하고 대승보단 소승적인 처사를 이제라도 대통령이 진영이 아닌 국민들로부터 박수를 받으며 퇴임하도록 수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