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백신 접종 후 이상사례 대부분 경증…이득이 압도적으로 커"
"말기암 환자, 기대여명 낮아 백신 접종 이득 없으면 안맞는 게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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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이춘택병원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주사기에 담고 있다. 이날 총 60여 명의 의료진이 백신을 접종했다. |
#. A씨(33·여)는 지난해 10월 독감백신을 맞고 열흘 후 구토와 어지러움, 하지마지를 호소하며 대학병원 응급실에 실려갔다. 뇌척수액 검사, 신경전도 검사 등을 통해 '길랑바레증후군'이라는 최종 진단을 받았다. 길랑바레증후군은 말초신경염증으로 인한 급성마비질환으로 희귀질환에 속한다.
중환자실로 옮겨진 A씨는 자가호흡이 힘들어 기관 내 튜브를 삽입하고 면역글로불린 주사를 맞은 후 한달 여 만에 호전돼 퇴원했다.
A씨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사망이나 부작용 사례가 나올 때 마다 두려운 마음이 든다. A씨는 당시 독감백신 부작용으로 질병관리청과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에 피해보상을 문의해 봤지만 독감백신 무료접종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거부당했다.
A씨는 "정부에서는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들은 코로나19에 더 쉽게 걸리기 때문에 더욱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하는데 백신을 맞고 부작용을 경험해 보니 다시 같은 병에 걸릴지 않을까 두려운 생각이 든다"며 "길랑바래증후군 같은 대표적인 백신 부작용을 앓은 경험이 있는 사람들도 백신을 맞아야 하는지에 대한 정부 지침도 없어 더 불안하다"고 말했다.
#. 제주도에 거주하는 홍모(44·여)씨는 10년 전 대상포진을 앓은 후 갑자기 무릎이 없는 것 처럼 느껴지고 극심한 통증과 걷지 못하는 증상이 나타나 병원을 찾았다가 MRI(자기공명영상)와 뇌척수액 검사 등을 통해 '횡단성척수염' 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횡단성척수염은 척추뼈 속에 있는 척수에 감염으로 인한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대상포진을 제때 치료하지 않아 바이러스가 척수를 감염시킨 것이다.
홍씨는 과거 백신 접종으로 인해 횡단성척수염에 걸린 것은 아니지만 이번에 코로나19 백신을 맞지 않을 생각이다. 횡단성척수염은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임상시험 과정에서도 발생 사례가 보고된 적이 있다. 하지만 이후 조사에서 백신 접종과는 관련이 없다고 결론이 났다.
홍씨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고 건강하던 20대가 척수염에 걸렸다는 국민청원 기사를 보고 남일 같지 않고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정부에서 맞으라고 해서 맞았고, 인과관계가 드러나면 보상해 준다고 해 놓고 발뺌하는 것을 보고 화가 났다. 작년에 우리 아파트 경비원도 독감백신을 맞고 다음날 사망했는데 국가에서 인과관계를 인정해 주지 않았었다"고 말했다.
그는 "백신 부작용 중 횡단성척수염이 있는데 횡단성척수염은 재발도 하는 병"이라며 "치료약도 없고 고통이 큰 질환이고 다시 재발하고 싶지 않아 절대 백신을 맞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6일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됐지만 백신 접종 후 사망 신고와 중증 이상반응 신고가 잇따르면서 국민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아직까지 사망자와 백신간의 인과성이 밝혀진 사례는 없지만 사망자 발생이 잇따르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양상이다.
오히려 백신을 접종하면 원인을 알 수 없는 부작용이 생길 위험은 있지만 인과성이 인정돼 보상을 받기는 거의 어렵다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전문가들은 현재까지 접종 건수에 비해 사망 등의 사례는 매우 적은 편이기 때문에 백신에 과도한 불안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조언한다.
11일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누적 접종자는 50만635명이다. 10일 하루 신규 접종자는 5만1100명이다. 전 국민(5183만 명)의 0.97%가 1차 예방접종을 진행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도 사흘 연속 400명대로 줄지 않고 있다.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이 의심돼 신고된 사례는 1073건이 늘어 이날 0시 기준 총 6859건이다. 접종자 대비 이상반응 신고 비율은 1.37%다. 사망이 15건, 중증 의심사례 5건(경련 등 신경계 2건·중환자실 입원 3건), 아나필락시스 쇼크 1건 등 56건이다.
정부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사망사례와 이상반응 등을 둘러 싼 백신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자 진화에 나서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 "어떤 백신이든 백신의 안전성을 정부가 약속하고 책임진다"며 "정부는 모든 가능성에 치밀하게 대비해 11월 집단면역을 차질없이 이뤄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들께서 정부를 믿고 정해진 순서에 따라 적극적으로 백신 접종에 참여해 준다면 한국은 K방역에 이어 백신 접종과 집단 면역에도 모범국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정치권도 언론도 국민 불안을 부추기는 가짜뉴스를 경계하면서 안정된 백신 접종을 위해 적극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오는 6월 예정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다음달 초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할 계획이다. 정부는 문 대통령의 접종을 계기로 백신에 대한 불안감이 해소되길 기대하고 있다.
방역당국도 셰계적으로 백신과의 인과성이 입증된 사망사례가 없다며 정확한 평가가 나오기 전까지 과도한 불안감을 갖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제2본부장은 앞서 브리핑에서 "현재까지 전 세계 100개국 이상에서 2억6000만 회 이상 접종이 이뤄졌다"며 "아나필락시스 외에 다른 중증 이상반응이나 인과관계가 입증된 사망사례는 아직까지 없었다"고 강조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도 "화이자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으로 인한 사망 사례는 아직 없다"며 "해외에서도 백신 접종 후 사망한 신고사례는 많지만 백신과 인과성은 보고되지 않았다. 세부적인 그런 내용을 잘 분석해 인과관계에 대해 검토하고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후 402명의 사망 사례가 신고됐고 독일에서도 113명이 사망한 것으로 보고됐지만 현재까지 백신 접종과 인과성이 확인된 사례는 한 건도 없다.
반면 국민들의 백신에 대한 신뢰는 여전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 연구팀이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8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74%는 코로나19 백신의 부작용을 걱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달 전에 비해 백신을 맞겠다는 비율도 80.3%에서 79.7%로 소폭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과 사망사례 간 인과관계가 밝혀지지 않은 만큼 과도한 불안감 보다는 접종을 통한 이득이 더 크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나타난 백신 접종 후 이상사례는 발열, 근육통 등 대부분 경증이고 사망 사례는 거의 발견돼지 않았다"며 "과도한 부작용에 대한 지나친 우려보다는 백신 접종으로 인한 이득이 압도적으로 크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백신 접종 후 급격한 전신 반응인 '아나필락시스'와 같은 과거력이 있었던 분들은 접종을 하지 않아야 한다. 길랑바레증후군과 같은 신경계 과거력이 있는 분들은 주치의와 상의해야 한다"며 "접종 전 발열이나 급성기 증상이 있는 분들이나 말기 암 환자나 기대여명이 얼마 되지 않아 백신 접종으로 인한 이득이 거의 없는 분들도 안 맞는게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