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 l 축소

*새봄에서 새 희망을 기대하는 마음*

두레박 - 義宣 이 선 호


자연은 고요한 듯 보이지만 겨울 동안에도 봄의 움직임은 아무도 모르게 쉼 없이 작동했다.

준비 된 봄, 성숙한 봄은 어느덧 우리 곁에 와 있다.
미사 강둑 숲길 양편 양지바른 곳에서는 연초록 새싹들이 얼굴을 내밀고 옹기종기 모여 봄볕을 쬐고 있다.

봄을 가장 먼저 알리는 가지런한 실버들 가지들은 연푸른색을 띄며 축 늘어져 있다.

머지않아 독일 병정처럼 이열 종대로 늘어선 느티나무 행렬은 봄기운 듬뿍 머금고 봄 축제 연미복으로 갈아입겠지.

매화는 긴 겨울잠을 자고 새하얀 꽃 봉우리를 매달고, 봄의 전령 산수유는 앙증맞은 노랑 꽃망울을 터트리며 봄을 알리고 있다.

기분이 우울할 때는 물가를 산책하는 것이 좋다.
강을 끼고 숲이 형성된 미사강둑길은 걷기만 해도 물아일체 경지에 이른다.

연구에 따르면 사람은 엄마의 배속, 즉 양수(羊水)에서 자랐던 기억이 있어서 천성적으로 물과 가까워지고 싶은 욕구를 가진다.

생경한 스트레스기 엄습할 때 물가를 산책하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머리가 복잡하고 고민으로 가슴이 답답할 때도 유유히 흐르는 물을 따라 숲길을 걸으면 가슴이 뻥 뚫리면서 온갖 시름을 잊고 마음의 여유를 느낄 수 있다.

자연은 늘 스스로 그러하기에 어떤 상황에서도 독선과 오만을 부리지 않는다.
그저 푸른 하늘 아래에서 땅위의 자리를 묵묵히 지키며 자신을 드러낼 뿐이다.

자연은 늘 그러하기에 여여(如女)하다.
자연속의 만물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신의 때를 알고 봄이 되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여름이면 푸른 옷으로 단장하고 가을이면 단풍을 물들이고 열매는 맺는다.

그리고 겨울이면 벌거벗고 초연한 자세의 숭고한 모습은 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는 자연의 이치다.
계절의 정확한 순환이 경이롭다.

자연은 과거를 모르고 미래도 모른다.
오직 지금 현재 자신에게 주어진 자연의 섭리와 이치에 따라 스스로를 표현하며 성장할 뿐이다.

우리 인간은 어떤가?
인간은 자신에게 부족하거나 없는 것을 얻기 위해 필요 이상의 집착을 떨쳐내지 못한다.

탐욕이 불러오는 괴로움의 본질은 사물이 아니라 마음이다.
부처님은 ‘모든 세상이 단지 나의 마음이고 모든 대상들이 단지 나의 의식이다’라고 하셨듯이 아름다움과 추함은 나에게 있지, 실제로 물에 있지 않다는 얘기다.

셰익스피어도 ‘선이나 악은 없다. 생각이 그렇게 만들뿐이다’라고 말했다.
인간은 생각을 먹는 마음에 따라 존재이기에 걱정과 고민은 인간의 본성인가보다.

지나간 과거에 집착하느라 우울해하며 오늘을 잊어버린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불안해하며 걱정하느라 오늘을 모른다.

지나간 어제의 걱정과 오지도 않은 내일의 불안은 당신의 영혼을 상하게 한다.
지금 오늘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충실하게 살지 않는 것은 마치 부도난 수표와 기약 없는 어음을 끌어안고 무료하게 시간을 소비하는 무모함의 다름 아니다.
여여하게 지금 순간을 사는 철학은 봄을 품고 있는 자연에서 배워야 하지 않을까?

봄은 우리 곁에 와있지만 바이러스 침공으로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 할 수 없는 게 무척 안타깝다.
어쩔 수 없이 집에 머문 시간만큼 불안과 공포덩어리도 커지다보니 가족 간에 말 수가 적어진다.

인간이 언어를 내려놓을 때 자연은 다양한 모습으로 말을 걸어온다.
화창한 봄 날씨가 친구하자고 조르지만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오직 매일 아침 신경 쓰이는 건 ‘코로나 19’ 통계 발표 내용뿐이다.

그러나 ‘코로나 19’로 일상이 무너져 온 국민이 괴롭고 고통을 받고 있지만, 살다보면 이러한 질병이 언제든 발생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한다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강한 힘과 에너지가 솟을 것이다.

좋은 계절에 빼앗긴 일상의 자유를 생각하면 평상시 자유가 넘쳐났던 삶이 얼마나 소중했고, 지금 누릴 수 없는 이 순간이 얼마나 아쉽고  고통스러울까?

하지만 백신으로 집단 면역이 형성되고 개인위생 철저히 지키면 머지않아 불안과 공포를 날려버리는 날이 올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우리 모두는 운명으로 얼룩진 깜깜한 시련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초연하게 평상심을 유지하며 봄 속에 숨 쉬는 새로운 의미를 찾으며 곧 도달할 터널의 끝을 기다리자.

이전화면맨위로

확대 l 축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