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상 불가피하나 신중하고 점진적 접근 필요
일부, 공무원 퇴직연령 높이기 위한 사전포석 의혹
무상복지 부담 등 국가재정 압박이 주원인 여론도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달 24일 노인연령 기준을 단계적으로 65세에서 70세로 높이는 방안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밝힌 이후 이에 대한 찬반 논쟁이 뜨겁다.
1957년에 태어난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국민연금도 1957년생은 만62세로 늦춰 힘들게 하더니, 노인연령도 70세로 늦추면 죽을 때까지 일만하다 가라는 얘기냐?”면서 반발하는 분위기다.
특히 OECD 국가 중 노인 빈곤율이 가장 높은 우리나라에서 노인연령 기준 상향은 곧바로 국민연금 수령시기, 지하철 무임승차, 기초연금, 장기요양보험, 노인복지시설 및 일자리 등과 직접 연관돼 가장 기본적인 사회적 안전망마저 빼앗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노인들 사이에서는 터져나오고 있다.
노인 연령 상향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된 문제다.
노인복지법상 노인 연령인 만65세는 기대수명이 66.1세이던 1981년에 정해졌다. 그러나 2017년 기준 평균 기대수명은 82.6세로 36년 전보다 16.5세 늘어났다. 지하철 요금, 기초연금, 장기요양보험의 돌봄서비스 등의 복지혜택은 만65세가 기준이다.
노인연령 기준을 그대로 두면 중장년층이 많이 부담하는 세금에서 노인 복지에 투입되는 비율이 올라간다는 점이 노인 연령 상향을 주장하는 이들의 논거다 .
이 때문에 대한노인회도 2015년 노인 연령 상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당시 대한노인회는 4년마다 1세씩 연령 기준을 점차 올려 20년 뒤 70세로 기준을 높이자고 제안한 바 있다.
거의 대부분 노년세대들은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한국의 현실에서 노인연령 상향 논의가 시작된 것이 어찌보면 필연적 현상이라고 수긍하면서도 노인 빈곤율 완화를 위한 복지와 일자리 정책 논의가 먼저라는 의견이 팽배하다.
사회적 논쟁에 불을 지핀 박능후 장관의 노인연령 상향 논의 발언은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워크숍 자리에서다.
노인복지법의 노인연령은 만 65세며, 대부분의 노인 복지 혜택도 이를 기준으로 적용된다. 하지만 2025년쯤으로 예상되는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우리 사회에서는 노인연령 상향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노인복지 주무장관이 이번에 노인연령 상향 논의의 필요성을 직접 언급하고 나서면서 사회적 논의에 불을 당기는 모양새다.
인구 5명 중 1명 이상이 노인인 초고령사회 진입을 불과 몇 년 앞둔 상황에서 노인연령 기준 상향 논의는 불가피하다.
인구절벽 현실화로 인구 감소 우려마저 나오는 마당에 노인연령 기준을 그대로 놔두면 생산가능인구는 줄고 부양 대상 노인의 비율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중장년층이 많이 부담하는 세금에서 노인 복지에 투입되는 비율이 올라가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노인 복지에 들어가는 재정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중장년층의 세 부담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질 수 있다. 지금이라도 노인연령 기준 상향 논의를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노인연령 기준 상향의 당위성은 있지만 넘어야 할 산도 깊고 험하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하나하나 조정해나가기가 쉽지 않아서다.
우리나라 노인빈곤율(46.5%)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2.5%)의 3.7배에 달할 정도로 높다는 점에서 노인 연령 상한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2016년 기준 노인자살률도 인구 10만명당 53.3명으로 OECD 평균(18.4명)의 2.8배에 이른다. 노인 대다수가 자녀 교육과 결혼 등 가족부양에 모든 힘을 쏟다 보니 자신의 노후 대비를 충실히 하지 못했고, 노인 일자리도 대부분 단순노무직·일용직 등으로 질이 낮아 노후 소득을 마련할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다시피 지하철 무임승차, 기초연금, 장기요양보험, 노인 복지시설 및 일자리사업, 돌봄서비스 등도 현재의 노인 연령(만 65세)과 맞물려 있다.
노인연령 기준을 높이면 노인 복지 혜택을 받던 일부는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연령도 높아진다. 기준 상향으로 수혜대상에서 제외되는 층은 전보다 빈곤해진다. 건강한 노인이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적합한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이 문제가 해결된다.
‘국민연금 크레바스’문제도 풀어야 한다. 법정 정년은 60세인데, 국민연금 수령 시기는 점차 65세까지로 늘어난다.
그러잖아도 노후준비가 덜 된 마당에 퇴직 후 몇 년을 소득 없이 버텨내기란 쉽지 않다. 노인연령 기준이 높아지면 국민연금 수령 시기도 더 늦춰질 공산이 크다. 이런 문제들을 제대로 풀지 못하면 사회적 갈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 여러 방안이 논의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일자리다.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단순히 생산성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세계 10위권 규모의 경제를 유지해나갈 수 없다.
노인 인력의 활용은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성 유지에도 필수적이다. 노인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으면 다른 논의 자체가 어려워진다. 노인에게 적합한 다양한 일자리 창출이 노인연령 기준 상향 논의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노년세대의 바램이다.
강현주 기자oldagenews@hanmail.net ※‘국민연금 크레바스’란? 빙하의 틈새를 일컫는 말로 근로소득 종료와 연금 시기 간의 틈새기간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