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반도체 대란 악재 속 韓 수출 고공 행진 언제까지
지난해 말부터 반등하기 시작한 우리나라 수출이 반년 가까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달 수출이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며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다만 미중 갈등,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등 대외 여건 변수로 인한 불확실성이 여전해 안심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22일 관세청 자료를 보면 이달 들어 지난 20일까지 수출액은 309억85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5.4% 증가했다. 이달 조업일수 15.5일을 고려한 일 평균 수출액은 20억 달러로 1년 전보다 36% 늘었다.
품목별로 보면 반도체(38.2%), 승용차(54.9%), 석유제품(81.6%), 무선통신기기(68.0%), 자동차 부품(81.6%), 정밀기기(35.0%) 등 주력 수출품의 호조세가 이어졌다.
지역별로는 중국(35.8%), 미국(39.4%), 유럽연합(63.0%), 베트남(63.8%), 일본(21.3%) 등에서 성장세를 기록했다.
지난해 우리 수출은 코로나19 여파로 전년 대비 5.5% 감소했다. 특히 그해 4월, 5월에는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으로 수출이 20%대 감소하는 등 휘청이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 연말부터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였다. 우리 수출은 지난해 11월(3.9%), 12월(12.4%)에 이어 올해 1월(1.4%), 2월(9.5%), 3월(16.6%)까지 성장세를 이어갔다. 특히 주력 품목인 반도체와 자동차는 최근 각각 9개월, 3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이제는 우리 수출이 코로나19 기저효과를 넘어서 강세가 뚜렷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달 20일까지의 수출액은 2019년 같은 기간(297억 달러)과 비교해 약 4% 많았고, 조업 일수를 고려한 일 평균 수출액도 2억 달러나 높았다.
이처럼 좋은 수출 흐름은 상반기까지 무리 없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많다. 지난해 4월, 5월 수출은 무려 20%대 감소율까지 기록했는데, 세계 경기 회복과 기저 효과 등이 겹쳐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재확산 가능성, 전 세계적인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등 우리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불확실성도 여전하다. 특히 미·중 갈등으로 인한 외교적 문제가 우리 수출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한국은 미중 갈등 속에서 확실한 노선을 정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외교적 갈등이 이어지며 우리 수출이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언제나 상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주로 관세장벽을 이용해 수출입 제재를 가했는데, 바이든 대통령이 어떤 진입장벽을 세울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다만 전 세계적인 경기 회복 흐름이 이어지면서 대외 여건 변수의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은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수출을 견인하는) 반도체 품목의 실적은 나쁘지 않았고, 전 세계 경기 회복으로 수출이 전반적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며 "미중 갈등, 차 반도체 공급난 등이 일부 품목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도 전체 수출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