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개국 정상 "기후 대응 협력" 일성…미·일 등 배출량 감축 상향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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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화상으로 기후 정상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
40개국 정상 등이 참여한 이번 회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제안해 성사됐으며 이날부터 이틀 간 화상으로 진행된다.
회의 첫 날인 이날 세계 정상들은 기후 변화를 "실존하는 위협"이라고 공감하며 2050년까지 탄소중립(탄소 순배출 0)을 달성하기 위한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신재생 에너지로의 전환, 기술 분야 협력 등을 위한 노력을 약속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 캐나다 등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를 기존보다 상향 조정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개막 연설을 통해 "2030년까지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수준과 비교해 50~52% 감축하겠다"고 선언했다. 이것은 2015년 파리 기후협정에서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가 약속한 26~28%(2025년까지)의 약 2배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당일 전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탈퇴한 파리 기후협정에 재가입하는 등 기후변화를 주요 의제로 삼아왔다. 이날도 미국의 귀환을 알리며 국제적인 협력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다만 미 언론들은 바이든 행정부의 목표치가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며, 이후 정권이 넘어가면서 정책이 좌초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050년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선 미국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57~63% 줄여야 한다는 과학자들의 분석을 전했다. 또한 1990년 기준으로 2030년까지 미국의 배출량 감소는 41~44% 수준인데 이것은 55% 감축을 약속한 유럽연합(EU)보다 적은 수준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화석 연료에 대한 공적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문 대통령은 "탄소중립을 위해 전 세계적으로 석탄화력발전소를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며 "신규 해외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공적 금융지원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또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추가 상향 조정해 연내에 유엔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050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2030년까지 2017년 대비 탄소 배출량을 24.4% 줄이겠다"고 한 바 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겠다"면서 "2013년 대비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46% 줄이겠다"고 했다. 이것은 기존 목표치를 77% 끌어올린 것이다. 일본은 6년 전 26% 감축을 목표로 세웠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2005년 대비 2030년까지 40~45%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목표치 30%를 상향 조정했다. 그는 "우리는 기후 대응 목표를 높일 준비가 돼 있다"며 "2050년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여정에서 계획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더 많은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2030년까지 불법 삼림 벌채를 종식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중국과 러시아 등도 기후 대응 협력을 공언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60년까지 중국의 탄소중립을 실현한다'는 목표를 재확인했다. 중국은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 정점을 찍은 뒤 2060년까지 탄소 중립을 실현하겠다고 밝혀 왔다.
다만 구체적인 목표치를 제시하지 않았다. 중국은 미국과 함께 전 세계에서 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국가다.
시 주석은 또한 '차별화된 책임'도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공동의 것이지만 차별화된 책임이라는 원칙에 전념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더 많은 책임이 있는 선진국들이 자국 내 변화를 도모하며 개발도상국들의 저탄소 경제 전환을 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해 국제 공조를 촉구하며 러시아도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러시아 정부는 여러 가지 공동 프로젝트를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며 "러시아에 있는 기업을 포함해 청정 기술에 투자하려는 외국 기업을 선호하는 것을 고려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또한 정부에 2050년까지 누적된 순배출량을 크게 줄일 것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다만 러시아 역시 구체적인 감축 목표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유럽 국가 정상들은 바이든 행정부의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파리 기후협정을 일방 탈퇴하고 기후 위기를 무시하거나 경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던 것과 대조적이어서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의 선언을 "게임 체인징(game-changing)"이라고 표현하며 적극 환영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가 비슷한 포부를 갖는 것을 보고 싶다"고 했다.
영국은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 의장국이다. COP26 회의는 파리협정 이행을 위한 기후변화 대응 조치 등을 주요 의제로 올해 11월1일~12일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다.
또한 기후 대응을 위한 기술 협력과 선진국들의 개도국 지원 필요성에 대해서도 역설했다. 존슨 총리는 지난 20일 탄소 배출량을 2035년까지 78% 줄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미국이 다시 돌아와 기후 정치에서 협력하게 돼 기쁘다"고 했다. 이어 "우리가 진정 야심찬 목표를 달성하고자 한다면 세계는 미국의 기여를 필요로 한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국제 사회에 매우 명확하고 중요한 메시지를 보냈다"고 호평했다.
이날 회의 말미에 등장한 10대 환경 운동가도 관심을 받았다.
멕시코인인 시예 바스티다는 연설에서 세계 정상들을 향해 "지구촌 문제는 세계 권력자들이 식민주의, 억압, 자본주의, 시장지향적인 세뇌된 해법의 해로운 시스템을 고수한 결과"라고 일갈하며 "지구 온난화에 대한 해결책은 기후 정의가 곧 사회 정의라는 사실과 일치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세계 정상들에게 "화석 연료 시대는 끝났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전 세계가 신재생 에너지로 즉각 전환하고 화석 연료 보조금 지급 및 기반 시설 구축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바스티다는 스웨덴의 10대 활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속한 국제 청소년 환경 운동 단체인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의 리더다. 툰베리는 이날 미국 하원 감독위원회 환경소위원회가 지구의 날을 맞아 개최한 청문회에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