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 l 축소

"74세 윤여정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 " 시니어들에게 희망을...

배우 윤여정이 25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열린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에 도착, 레드카펫에 올라 웃음 짓고 있다.
1947년생, 만 74살인 배우 윤여정이 한국 배우 최초로 미국 최고 권위 아카데미상을 거머쥐면서 중·장년층들 사이에서 '윤여정 신드롬'이 생길 조짐이다.


이미 직장에서 은퇴해 인생 재설계를 앞둔 이들에게 윤여정의 수상이 남다른 의미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이들이 마주한 40년대생의 쾌거는 선한 영향력을 미친 가능성이 점쳐진다.

27일 문화예술계에 따르면 윤여정은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 주최로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유니온 스테이션과 할리우드 돌비극장 등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한국 배우가 오스카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아시아계 수상은 제30회 시상식(1958년)에서 영화 '사요나라'로 여우조연상을 탄 일본 배우 고(故) 우메키 미요시 이후 63년 만이다.

윤여정의 수상 이후  중·장년층들은 이번 수상에 새로운 도전에 대한 용기를 얻었다고 전했다.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모색하고 있는 이씨(64)는 윤여정에게 우선 고마움을 표했다. 그는 "우리같이 나이 많은 사람들에겐 큰 용기가 됐다"며 "감사하다는 표현을 쓰고 싶다"고 했다.
.
배우 윤여정 외신 인터뷰. (사진 = 유튜브 캡처) 
이어 "60대 중반에 들어선 사람들에겐 일자리도, 기대도, 희망도 없어지는게 일반적이었다"며 "윤여정의 수상을 보면서 '나도 할 수 있겠구나' 라는 기대와 용기를 갖게 됐다."고 전했다.

이씨는 최근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 위해 국가자격증 시험에도 응시해 합격했다고 한다. 그는 "앞으로도 용기를 내 다른 분야에도 과감히 도전해볼 것"이라고 했다.

최근 수묵화 등 동양화에 도전장을 내민 홍씨(58)는 "요즘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있던데 이번 수상을 보면서 실감하게 됐다."며 "가슴이 뭉쿨했다."고 떠올렸다.

또 "직장에서 은퇴하더라도, 자신만의 목표가 있고 그에 따른 도전정신만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용기를 얻게 됐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본인 역시 새로운 목표를 세워볼 생각"이라며 "희망을 잃지 않고 미나리처럼 꿋꿋하게 맡은바 충실하게 이행한다면 윤여정처럼 제대로 된 꽃을 피울 시기가 오지 않겠나 싶다"고 덧붙였다.
배우 윤여정(왼쪽)이 25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로 최우수 여우 조연상을 받고 기자실에서 배우 브래드 피트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교직에서 은퇴한 후 농사를 짓고 있는 박씨(68)는 "주변에 친구들은 스스로를 '나이 들었다'는 소리를 한다"며 "보통 70대가 되면 노인 취급을 받는데 이제 이런 인식에서 벗어나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인생의 여정을 보면 태어나서 죽는 순간까지 다 똑같은데 나이가 뭐가 중요한가 싶다"며 "윤여정을 보면서 하루하루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용기를 얻었다"고 덧붙였다.

가정주부들에게도 여성 배우의 활약은 각별한 의미로 다가오고 있다.

25년간 주부로 지낸 김모씨(56)는 "그 나이대에 미국에 가서 거침없는 영어 실력을 발휘하며 수상 소감을 밝힌 것을 보면서 참 멋졌다"며 "그녀를 보면서 참 대단하다는 생각과 함께 가슴이 뭉클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요즘 영어도 다시 배우고 있는데 새로 도전해볼 용기를 얻었다"고 전했다.

윤여정을 포함한 중·장년층의 스크린에서 활약은 점점 눈에 띄고 있다.
미국 최고 권위의 영화상인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리는 26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영화 미나리 배우 윤여정의 여우조연상 수상 모습을 시청하고 있다
tvN 월화드라마 '나빌레라'에 출연 중인 배우 박인환(76)씨가 대표적인 사례다. 젊은층과 여성들만의 영역으로 불린 발레를 일흔여섯의 나이로 도전하면서 화제가 됐던 그는 "'시작이라도 해보자'는 대사처럼 한 번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윤여정은 2030 여성 쇼핑 앱 '지그재그' 광고 모델로 발탁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윤여정은 광고 영상에서 "나한테 이런 역할이 들어왔다, 젊고 예쁜 애들도 많은데…", "이 광고 잘못 들어온 거 아니니, 자세히 알아봐 진짜인가"라고 말하며 젊은 여성들의 눈길을 끌었다. 윤여정만의 당당함을 녹여내 자신만의 개성을 찾아가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이처럼 최근 중장년층들은 나이의 장벽을 깨고 모델, 배우, 유튜버, 바리스타 등 활동 영역을 다양하게 넓히고 있는 추세다. 최근에는 60대 '시니어 모델'에 도전하는 중장년층도 증가하면서 2019년부터 전국 30여개 대학에 시니어 모델 관련 교육 과정이 생겨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생 이모작을 준비하며 국가기술자격 취득에 도전하는 중장년층도 늘고 있다. 지난해 9월 13일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국가기술자격시험에 응시하는 5060대 직장인이 5년 연속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시자 146만3000여명 가운데 37만3000여명은 중장년층이었다.

이나영 고려대학교 평생교육원 시니어 모델과정 교수(UNY COMPANY 대표)는 "요즘 시니어 시장이 넓어지고 있는 추세"라며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사회로 시대가 바뀌면서 평균 나이대가 40대 이상이기 때문에 40~60대가 광고 시장의 타겟이 되고 있고, 그들의 공감을 이끌 수 있는 부분을 찾다보니 시니어 모델들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윤여정 선생님을 통해 중장년층한테는 시니어로서 '새로운 걸 할 수 있다'는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며 "처음에는  '나도 한번 해볼까' 하며 내 삶을 즐겁게 해보자는 취지로 시작한건데, 점점 새로운 목표가 생기는 시니어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했다.

  • 글쓴날 : [2021-04-27 10:12:01.0]

    Copyrights ⓒ 노년신문 & oldagenews.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전화면맨위로

확대 l 축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