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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에 ‘약물’폭풍이 몰려오고 있다

최중탁 미국 골프 티칭프로(USGTF)의 재미있는 골프이야기 112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이자 친한 골친 중 하나인 A는 라운드 때마다 티업 전 항상 약을 한 봉지 복용 하곤 했는데 스코아도 늘 좋았다.

무슨 약이냐고 물어 봤더니 웃으면서 그냥 감기약이라고 대답 했지만 매번 그런 모습을 보고 경기력 향상을 위한 자기만의 특별처방이라고 믿게 되었다.

사실 시중 약국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숙취해소제 피로회복제 스포츠 드링크제 한방 총명탕 영양 비타민제제 등은 비정상적인 몸 상태를 정상 컨디션으로 회복시켜 준다. 최고조의 집중력에 의한 제대로 된 샷이 나오게 하는데 도움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이런 피로회복 드링크제는 정상적인 몸인데도 경기력 향상에 추가로 도움을 주려는 목적의 특정 금지약물과는 달리 도핑규정에도 위반 되지는 않는다고 본다. 일반적으로 취미골프는 승부에 국가적 명예를 걸거나 일생일대 개인적 명운을 가르는 게임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특정약물까지 쓰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의 스포츠가 개발초기에는 건강증진, 사교, 오락 등 순수한 목적으로 탄생한다. 가벼운 경쟁의 승부요소를 가미하는 것도 단지 참가자들로 하여금 즐거움과 박진감, 스릴도 곁들이게 하기 위함 일 뿐이다.

그러나 순수한 스포츠도 승패에 너무 지나치게 매몰되면 건강 사교 오락의 수단으로서의 범주를 벗어나서 승자와 패자, 통쾌함과 좌절감, 돈을 따고 잃는 양극으로 극명하게 갈라 지는 극한상황으로 변질 될 수도 있다.

스포츠가 너 죽고 나 살기의 생존경쟁의 장이 되면 그것은 이미 사생결단 도박의 속성에 가까워지고 참가자 모두가 즐거움을 함께 공유하려는 스포츠의 본질에서 멀어져서 약물유혹으로 까지 이끌리게 된다.

경기와 시합에서는 규칙과 룰이라는 테두리가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상대를 밟고 일어서기 위해 그 테두리를 최대한 이용하다가 그것도 모자라면 규정위반 불법 부당 부정한 방법까지 동원하고 싶은 충동이 생기는 것이 문제의 발단이다.

현대는 과학과 의학의 발달에 힘입어 인체에 순발력과 근육의 힘을 증가시키는 화학물질들이 끊임없이 개발되고 있다. 경기력 향상을 위해 이들을 몰래 악용하려는 선수들과 이를 찾아내려는 도핑테스트 전문가들과 검사실에서의 신경전이 치열한 시대가 되었다.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골프도 시합인 이상 이런 문제에 자유로울 수가 없다. 2016년 세계 프로골퍼 중 가장 많은 수입을 올렸던 로이 맥킬로이( 북 아일랜드)선수는 그 해 브리티쉬 오픈을 앞둔 기자회견에서, “골프에도 도핑테스트가 강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해 골프계에 약물사용이 만연해 있음을 암시했다.

괴력의 장타자 죤 델리(미국)도 2015년 USPGA의 느슨한 도핑 테스트 제도를 맹비난 했었다. 선수들 사이에서 이런 약물들이 상당히 퍼져 있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라는 뜻이다.

한국에서는 2016년 11월 최초로 KLPGA 7년차의 한 선수가 KADA(한국도핑방지위원회)의 양성판정을 받고 6개월 출전정지 처분을 받았다. 주로 감기 몸살 약에 쓰이는 일부 금지약물 성분이 검출되었기 때문이었다.

골프가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국내에서도 반도핑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경기참가 선수들 중 무작위로 선정해서 매년 상하반기 도핑테스트를 실시한다.

KPGA는 연 2회 검사로 처음 금지약물 복용 사실이 양성반응으로 검출되면 10개 대회 출전정지, 두 번 째 적발은 1년간 대회 출전정지, 세번 째는 3년간 대회 출전정지 징계를 내린다.

연 4회 실시하는 KLPGA는 도핑방지규정 제 46조에 의거 1차 위반시 1년 대회 출전 정지, 2차 위반 2년간 대회 출전정지 및 회원 자격박탈, 3차 위반시는 영구 자격정지다.

도핑위반 선수는 당연히 대회 실격처리 되고 상금이나 포인트도 모두 몰수 당한다. 따라서 경기 전 기능성 건강보조 식품이나 비타민과 같은 영양보조제, 특별히 의사처방을 받은 것이라도 함부로 복용을 삼가야 한다.

골프를 비롯해서 모든 스포츠는 정정당당해야 하고 그 순수한 목적에 절대적 가치를 두어야 한다. 사교와 오락 건강증진의 수단 그 이상 그 이하도 되어서는 안되는 것이 순수한 스포츠정신이다.

골프도 승패를 가리는 일종의 경기시합이다.특히 신사숙녀들의 스포츠로서의 골프경기라면 룰과 규칙, 매너와 정직성은 목숨을 걸고 지켜 내야 한다.

골프는 자신과의 대결로 라운드하는 과정 그 자체를 즐기는 스포츠다. 자신의 건강증진과 스트레스 해소, 사교에 궁극적인 목적을 둘 때 골프로서의 존재가치가 높아 진다.

성공과 실패 모든 샷의 결과는 자신에게서 나온 산물이고 적어 낸 스코어도 자신이 만든 결과다.
따라서 동반자와 점수를 상대적으로 비교해서 승자와 패자를 가린다면 더욱더 의미가 없어지는 스포츠가 골프다.

라운드 동반자란 함께 플레이는 하지만 각자 경기를 하는 동료일 뿐이지 경쟁상대는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장비의 성능(비거리)이 급격히 향상되자 코스의 전장을 늘리고 협회에서는 장비의 규격도 규정으로 제한하게 되었는데 이를 ‘기술적 도핑’(Technical Doping)이라고 한다. 이에 비해 금지약물 도핑(Drug Doping)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로 접근하고 있다.

이제 육상경기에서 처럼 골프에도 금지약물이 만연해지기 전에 강화된 대비책을 서둘러 내놓을 때다.
골프는 있는 모습 그대로 자신과 싸우는 스포츠다.

약물에 의해 좋은 점수를 얻었다면 자기 양심으로 만족하고 떳떳하게 느껴질 수 있겠는가.

함께 참여는 하지만 그 과정과 결과물은 그 어느 동반자 그 어떤 탓도 아닌 자신의 몫이라는 점에서 골프는 인류가 창안한 스포츠 중 최고 걸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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