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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동네’에서 가진 스승의 시비 제막식

생활문학 장르 선구자 石吾(석오) 이영호 시인, 모교인 경북 봉화 상운초교서

지난 5월 15일 제40회 스승의 날을 맞아 경북 봉화 소재 총학생수 20여 명의 한 작은 초등학교에서 훈훈한 소식이 하나 들어 왔다.

스승의 날과 개교 88주년 기념을 위해 경북 봉화군 상운면 상운초등학교(교장 오영철)는 지난 8일 교정에서 이 학교 출신 스승이자 시인인 길손 이영호(李英頀) 선생의 시비 제막식을 거행했다.
시비에는 이영호 선생의 대표작인 ‘달빛 동네에서’가 새겨졌다.

코로나로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수칙이 엄수된 가운데 진행된 이날 제막식에는 이 학교 동기동창생들, 총동창회 동문회원들을 비롯해 한국생활문학회 회원 20여명, 한국문인협회 회원, 제자, 교직원들이 참석했다.

이광복 한국문인협회 이사장이 축하화환을 보내 왔고 노재봉 한국생활문학회 회장의 인사말도 이어졌다.

이영호 시인은 교단에서 수 많은 제자들을 가르치면서도 한국문단에 큰 획을 긋고 생활인의 문학으로 한국문단을 꽃피우고자 평생을 헌신해 오고 있다.

이번 시비 제막식은 그의 소중한 뜻을 기리고자 한국생활문학회 회원들과 한국문인협회 그리고 이 학교 동문들의 뜻을 모아 개교 88주년과 스승의 날도 기념하여 시비를 건립하게 됐다.


1937년 같은 면내 문촌리 라는 산촌에서 태어난 이영호 선생은 1945년 3월 이곳 상운공립심상 소학교(상운초등학교 전신)에 입학했다.

그 당시 일본인 담임선생의 오전수업이 끝나면 일본의 전쟁 군수물자 공급의 일환으로 인근 산에서 솔방울을 줍고 솔공이를 따기도 하며 해방을 맞았다.

그러나 다시 동족상잔의 끔직한 6.25 전란을 겪으면서도 스승의 길을 걷기 위해 그는 불굴의 의지로 배움에 매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영호 시인은 일찍이 1964년 봄 서울 청량리의 한 다방에서 대학 동아리들과 한국생활문학회를 창립하며 교단에서 후세교육과 병행, 문학활동도 시작했다.

동인지 ‘벽아’로 출발, ‘생활문예’로 ‘생활 문학’으로 반세기가 넘는 57년 동안 활동을 이어 오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 이영호 작가의 딸인 상임 씨는 아버지를 대신해, “어려운 살림살이에도 오직 교육과 문학에만 전념하시는 아버지를 지켜보면서 힘들 때도 있었지만, 왜 그렇게 매달리셨는지 이제야 그 깊은 마음을 알게 됐다” 며 진한 감회를 나타냈다.

이날 작가는 몸이 불편함에도 일일이 참석자들의 손을 잡아주며 감격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번 시비 제막식은 스승에 대한 생각이 많이 변해버린 요즘 세태에 학교와 학생 학부모들과 사회 전체에 잔잔한 감동을 느끼게하는 한 시골 초등학교의 뜻깊은 스승의 날 행사로 평가받고 있다.
최중탁 기자

달빛 동네에서

石吾   이  영  호

나무가 사는 일이나
사람이 사는 일이나
다르다면서 같다는 걸
모르고 여기까지 왔다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오고 가는 일은 너무나 같다

이젠 알아야 한다
떠날 날이 가까움을
가야 할 나무숲 어딘가를

모든 것 떨쳐 두고 기다리는 꽃 찾아
훌쩍 떠나가는 나비로
거기에도 또다시 새봄은 올 것이다
할 일 무언가도 꽃나무는 알 터이다



● 작가소개 - 石吾 이영호

● 호 石吾(석오). 필명 길손
● 경북 봉화(84세)
● 성균관대 국문학, 문학박사
● 초중고교 교원
● 경남 거제고 정년퇴임
● 한국국어연구회 이사
● 한국생활문학회 창립, 동인지 ‘생활문학’ 창간
● 한국문인협회 회원
● 문협거제지부 창설
● 세계시인대회 지도위원
● 국민훈장 석류장  
● 제1회 효당문학상
● 대표저서: 바람연가, 바다연가, 달빛연가, 동백연가, 길손의 길, 파랑새 판타지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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