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달러가 넘는우승 상금이 걸린 PGA 시합에서 2라운드까지 단독 선두를 달리던 선수가 게임을 포기하고 그냥 집에 가버렸다.
2013년 7월 카나다에서 있은 PGA 투어 캐나다오픈에 참가했던 골프스윙의 교과서 헌터 메이헌 (Hunter Mahan, 39세, 미)으로 아내의 출산이 임박했기 때문이었다. 15개월 만에 얻은 우승기회를 포기한 것이다.
자타공인 애처가 필 미켈슨(Phil Mickelson, 51세, 미)도 출산을 앞두고 US오픈에 출전하면서 “우승퍼트만 남겨 두고라도 삐삐가 울리면 경기를 포기하고 즉시 집으로 달려 가겠다”고 했다.
가정을 그토록 소중히 여겨서 복을 받았는지 그는 며칠 전(2021. 5. 24.) 51세를 한 달 앞둔 최고령 기록으로 메이저 대회 우승컵까지 거머 쥐었다. 눈살을 찌푸리며 시끄럽게 이혼은 했지만 타이거 우즈(Tiger Woods, 46세, 미)도 한 때는 이렇게 말할 정도로 애처가였다.
10여 년 전 PGA 원로 투어프로였던 밥 머피(Bob Murphy, 78세, 미)는 당시 “투어프로 입회 동기 30명이 모두 결혼했는데 그 중 2명만 첫째 부인과 살고 있다”고 충격적 사실을 털어 놓아서 골퍼들이 가정을 지키기가 얼마나 힘든지 단적으로 나타냈다.
한국 여자프로들도 이혼률이 아주 높다. 남편 보다 너무 성공하면 확률이 더 높아진다. 2005년 US 오픈 우승자 K. J.Y.는 결혼기간 4년 중 함께 산 기간은 불과 4개월, 이혼을 하며 “골프가 잘 안 되니까 화풀이를 남편에게 하게 되더라”라고 토로했다.
신데렐라 A. S. H. 등 LPGA 투어 선수들의 상당수가 이혼 또는 사실이혼 상태라고 한다. 선수들의 이혼이 너무 흔해지다 보니 이제는 이를 별 흠결로 보지 않는 시각이 될까봐 걱정스럽다.
골퍼는 성공하면 엄청난 부와 명성 그리고 유혹 속에 산다.
돈 많은 스포츠 스타는 여성들에겐 백마 탄 왕자로 선망의 대상이다.
PGA 유명선수들 이 머무는 미국 숙소 주변에는 여성들이 진을 치고 있다. 가정과 떨어져 외롭고 시합 때마다 쌓이는 긴장으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선수들과는 쉽게 밀회를 즐길 수 있으며, 혹 아이라도 낳으면 넉넉한 양육비도 보장되기 때문이다.
‘영웅은 색(色)을 좋아하고 군주가 색을 즐기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즉, 영웅호색이요 군왕(君王)은 무치(無恥)라고 했던가.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는 2010년 초 성추문 사과문을 발표하며 “나는 평생 열심히 살았기 때문에 주변의 유혹을 즐길 당연한 권리가 있다고 느꼈다. 돈과 명예 덕분에 그런 유혹을 즐기기에 멀리 갈 필요도 없었다”고 털어 놓았었다.
미국에는 변호사들이 너무 많아 벌어 먹고 살기가 녹록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 가정법률 전문 변호사들은 프로골퍼 포함 유명인사들의 이혼소송 사건 한 건만 건져도 대박으로 여긴다고 한다. 그 의뢰인들의 위자료 규모는 우리의 눈을 의심할 정도로 천문학적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기업들은 직원을 장기출장이나 멀리 주재 시킬 때 가족을 동반 시키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만큼 가정을 소중히 여기는 기업문화로 가장이나 주부는 근무 후 곧장 집으로 퇴근하며 우리나라 처럼 밖에서 뭔가 즐기고 귀가하기가 문화적으로 쉽지 않다.
투어프로들은 직업의 특성상 자주 그리고 상당기간 집을 비울 수 밖에 없다. 미국 가정법원의 시각은 이런 어쩔 수 없는 일도 ‘남편이 가족을 소외 시켰다’고 판단하는 것이 판례처럼 되어 있다. 돈만 많이 벌어 오면 용납되는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른 가치관으로 부인이 소송을 걸면 피고는 상당히 불리한 위치에서 맞서야 한다.
따라서 그들의 가정에 불화의 낌새만 보여도 변호사들이 벌떼처럼 접근하기 시작하여 먹이사냥 공작이 치열하게 전개된다고 한다.
어떻게든 갈라지게 만들어야 어마어마한 수임료를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미국에서 유명 스포츠스타의 부인이 홧김에 무심코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어 이혼에 대한 문의만 해도 그 순간 그 가정은 깨지기 시작한다고 최경주 선수가 언급한 바가 있다.
가정법률 전문가 소위 ‘가정 포식자’들의 먹이의 덫에 이미 걸려 들었다는 뜻이다. 미국에서 이혼전문 변호사들은 대개 냉혈적이고 유능한 공작전문가들이어서 덫에 걸려든 먹이는 절대 안 놓친다.
심지어 양측 변호사들끼리 소송 당사자들을 서로 얼굴도 볼 수 없는 상태로 만들어 놓고 물밑 결탁하여 그 가정을 찢어 놓고는 함께 수임료를 챙긴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PGA 선수들은 이들 포식자들로 부터 가족을 지키기 위해 가끔씩 대중에게 마음에 없는 할리우드 오버액션 애정표시를 하고 기록도 남겨야만 차후 혹시 모를 이혼 상황이 올 때 협상에서 유리해 진다. 타이거 우즈가 한동안 가족사랑을 과시했던 것도 이런 숨은 의도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미 LPGA 선수들의 ‘워너비’(Wannabe 롤모델) 1순위는 줄리 잉스터(Juli Inkster, 61세,미)다.
2000년 명예의 전당에도 등극한 두 딸의 엄마이자 가정주부이기도 한 그녀는 항상 투어일정 보다 가정일정을 더 우선시 한다.
35년간 필드에서 31승을 거두고 2019년 4월 메이저대회는 은퇴했으나 환갑이 지났어도 여전히 US 오픈 LPGA에는 출전 할 정도로 열정이 넘친다.
2015년 10월 LPGA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그녀는 “가장 중요한 게 골프와 가정의 밸런스를 지키는 것이다. 골퍼지만 엄마역할에 충실하려고 노력하며 지금은 골프가 3 가정이 7 정도라”고 고백했다.
가정과 골프는 과연 공존할 수 없을까. 프로골퍼들은 왜 이처럼 이혼율이 높아야 할까. 사실 투어기간은 1년 365일이 아니라 수 개 월에 불과하므로 함께 지낼 수 없는 생활이 가장 큰 이유는 아니다.
골프광들에게 골프와 가정의 밸런스를 지키기란 골프스윙시 역학적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 만큼이나 중요하고 쉽지가 않다. 이에 대한 가장 좋은 솔루션 중 하나가 가족들과 함께 골프를 즐기는 것이라 생각 된다.
요즘 골프는 실내골프, 야외 간이골프 등 국민 대중스포츠, 페밀리 스포츠로 누구나 즐길 수 있게 모든 여건들이 갖추어져 있다.스포츠를 함께 한다면 가족간 공감대와 서로 이해의 폭도 넓어져서 불화가 줄어들고 문제의 해결 방법도 쉽게 찾을 수 있게 된다.
이런 점에서 자기 스윙코치와 가정을 꾸린 골프여제 박인비 선수는 남편이 캐디겸 매니저로 늘 함께 투어를 하니까 부부의 금슬도 좋아지게 되어 금상첨화 이상적인 커플로 보인다.
얼마 전(2021. 5. 17.) PGA투어 AT&T 바이런 넬슨에서 생애 첫 우승을 한 ‘79전 80기’ 이경현 선수가 시상식 후 만삭의 부인과 코스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이 참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가정의 소중함이 그만큼 돋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골프과부’ ‘주말과부’라는 말이 여전히 유행하고 있다. ‘골프고아’들은 학교나 유치원에서 돌아와도 골프장이나 연습장에 가 있는 엄마 때문에 집에서 고아처럼 혼자서 놀아야 한다.
가정을 버리다 시피하고 골프와 동거하는 골퍼들이 꼭 명심 해야 할 말이 있다. “골프는 늙으면 결코 밥 먹여 주지 않는다. 그러나 가정은 자신이 늙어도 돌봐 주고 지켜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