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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軍,책임지는자가없다

청해부대 감염, 성추행 사망, 부실급식 등
반복되는 軍 사고 지휘부 경질 요구 분출
한미연합훈련, 전작권 전환 등 과제 산적

해외파병중코로나19가집단발병한청해부대제34진장병들이20일오후경기성남시서울공항으로도착, 앰블런스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육군과 해군, 공군이 올해 들어 나란히 대형 사고를 치면서 군 지휘부 리더십이 흔들리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군 지휘부가 당면한 현안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 지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대형 사고는 해군에서 발생했다. 해군 청해부대원들이 아프리카 현지에서 코로나19에 집단 감염되면서 군 지휘부를 향한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백신 접종을 하지 않고 출항한 데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의심 증상자가 발생한 뒤 늑장 대응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해군은 물론 합동참모본부, 국군의무사령부 등이 모두 공세의 대상이 됐다. 정치권에서는 서욱 국방장관에 대한 경질 요구까지 분출하고 있다.

공군은 성추행 피해 여군 이모 중사 사망 사건의 충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중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까지 제20전투비행단과 15특수임무비행단의 행태가 드러나면서 국민적 공분을 샀다. 이후 군사경찰과 군검찰 등 공군 수사기관의 제 식구 감싸기까지 도마에 오르면서 공군 전체가 비난의 화살을 받고 있다.

아직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가운데 공군은 군검찰 수사심의위원회와 민관군 합동위원회 등의 민간인 중심 기구의 눈치를 보는 모양새다.

육군은 부실급식으로 뭇매를 맞았다.

코로나19 확산세 속에 육군 부대 내 격리 인원이 3만명까지 급증했지만 이에 따른 급식 대책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 이에 격리 장병들이 휴대전화 누리소통망(SNS)을 통해 급식 실태를 폭로했다.

폭로 내용에는 급식 사진이 첨부됐고 이 사진이 순식간에 퍼지면서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조리병 혹사 실태, 조리병과 격리장병 간 갈등 등이 잇따라 드러났다. 결국 육군은 50년간 이어져온 지역 농·수·축협 군납 독점 체제를 무너뜨리고 학교식 민간 급식체계 도입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대형 사고가 각 군별로 터지면서 지휘부 권위도 실추됐다.

육군·해군 참모총장은 각각 성인지 감수성과 코로나19 상황 속 회식 논란 등으로 개인적인 논란에 휘말렸던 상황에서 이번 사고로 재차 책임론이 제기됐다. 공군 참모총장은 이 중사 사건 처리 과정상 문제로 아예 교체됐다. 각 군의 대형사고로 서욱 국방장관은 매달 1회 꼴로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타격을 입었다.

이처럼 지휘부의 권위에 문제가 생겼지만 청와대로서는 이들을 당장 교체하기도 어렵다. 임기가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국방장관이나 참모총장을 교체한다고 해도 인수인계 등을 고려하면 새 지휘부는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새 지휘부는 잠시 자리에 앉았다가 가는 형태가 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현 지휘부를 그대로 끌고 간다고 해도 당면한 현안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리더십 문제가 생긴 상황에서 중요한 과업을 수행함에 있어서 힘이 실릴지 장담하기 어렵다.

당장 다음달 한미연합군사훈련이 문제다. 연합지휘소훈련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될 이 훈련은 대북 군사대비태세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과 직접 연관돼있다. 델타 변이로 인한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면서 훈련 성사 여부 자체가 불투명한 실정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였던 전작권 전환이 사실상 불발된 상태에서 이를 차기 정부로 어떻게 연계하느냐 하는 중대한 과제가 있다. 당장 전작권 전환을 위한 한국군 역량 검증 평가를 어떻게 할지가 관건이다.

전작권 전환을 위한 절차가 차질을 빚으면 이는 현 정부에는 비보가 될 수 있지만, 전작권 전환에 부정적인 입장인 미군으로서는 이는 나쁜 소식이 아닐 수 있다.

여기에 후반기로 예정된 핵·WMD 대응능력 구축을 위한 탄도탄조기경보레이더-II, 천궁-II 도입, 비전통적 위협 대응능력 보장을 위한 전자광학위성감시체계 등 전력 증강이 정상적으로 이뤄질지도 관건이다.

강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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