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 어느 봄날 늦은 밤에 우리 아파트 주차장에서 큰 소동이 일어났다. 어떤 남자가 골프채로 자동차를 박살 내고 있었던 것이다.
알고 보니 이 남성은 개업의사로 부인이 골프에 심취해서 수시로 라운드 나가서는 술을 마시고 밤늦게 귀가하자 불만이 폭발한 남편이 그녀의 차를 부셔 버렸던 것이다.
일반적으로 의사는 여성들이 선호하는 남편감 1순위다. 이 남성은 더 좋은 현모양처를 얼마든지 다시 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부인 입장에서 보면 그처럼 재미있늗 취미 스포츠, 이처럼 즐거운 바깥 활동을 포기하고 집에 틀어 박혀 남편 내조만하면서 자신의 평생의 삶은 희생하고 싶을까.
남의 집 부부가 어떤 결론을 내렸는지는 시시콜콜 알 바가 아니고 다 알 수도 없다.
골프의 그 무엇이 그렇게 좋았을까.
가정이냐 골프냐의 문제를 극단적으로 접근한다면 이에 대한 답안을 작성하기에 앞서 골프는 과연 어떤 점이 좋은지부터 알아보자. 우선 힐링효과 등 골프의 긍정적인 측면부터 따져보면 현명한 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골프의 힐링효과란 우선 야외 스포츠에서 직접 얻어지는 장점 즉 심신의 건강증진이나 회복을 들 수 있다. 또 부부가 취미 스포츠를 함께 한다면 공감대 형성으로 대화의 빈도 증가와 상호이해의 폭이 넓고 깊어져서 원만한 가정생활과 사회활동에도 크게 플러스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가정에서의 스트레스는 햇볕을 쬐며 산과 들의 맑은 산소를 마실 수 있는 골프같은 야외 유산소 운동으로 많이 해소될 수 있다.
의학적으로 보면 태양광선은 피부에 비타민D를 합성, 뼈와 면역기능을 강화하고 심혈관질환을 예방한다. 특히 햇빛은 세로토닌(Serotonin)이라고 하는 생체리듬과 감정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을 생성한다. 이것은 호르몬 분비를 촉진시켜 수면페턴이나 우울하고 처진 기분을 전환시키는 천연 항우울제 작용을 한다.
따라서 갱년기 여성들의 심리치료에 특효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만큼 좋은 점이 많다면 약간의 무리를 해서라도 골프를 하는 것은 결코 나쁘지는 않다는 공감이 갈 것 같다.
지난 5월 21일은 부부의 날이었다. 어느 케이블 TV에서는 한 저명인사가 나와 가정에 대한 해석을 감동적이고 쉬운 말로 잘 풀어 주었다.
자녀들이 다 성장 했는데도 6시 땡 소리가 나면 집으로 달려오는 소위 ‘땡돌이’남편, 주말에도 집에만 틀어 박혀 종일 먹고 자기만 하여 몸은 이미 고도 비만상태다.
하루 종일 가사에 매달리고 가족 시중을 드는 부인은 그야말로 가정의 머슴, 노예나 몸종에 불과하다. 꼼짝 없이 남편과 함께 '가정'이라는 창살없는 감옥에 갇혀있는 신세라고 친구들의 걱정과 위로가 이어진다. 골프 같은 취미 스포츠로 친구들과 어울려 즐기는 가정 밖의 여가활동이 당연히 부러울 수 밖에 없다.
여기에 남편이 술까지 좋아 한다면 귀가할 때는 늘상 술에 취해 있고 주말에도 친구들과 아니면 혼자서라도 술집을 들러야면 잠이 온다. 술주정이라도 부린다면 부인의 심리상태는 더 비참해 진다. 술에는 장사가 없듯이 중년이 지나면 과음과 흡연은 서서히 죽음에 이르게 하는 독약이라 하지 않던가.
이처럼 땡돌이나 애주가 남편의 뒷바라지나 하며 살아가야 한다면 가정의 양대 축의 한 쪽인 부인의 존재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옛날에는 출산과 육아 남편과 자녀교육에 대한 헌신적 내조만이 가정주부의 미덕으로 여겨 졌었다. 현대에 와서는 그 의미가 많이 변해 결코 미덕으로만 미화될 수 없게 되었다. 부인도 자신의 인생을 즐길 권리를 당연시 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희생과 헌신이 내조로 평가되고 아름답게 포장되던 가사노동은 줄이고, 가족들과 함께 심신의 건강관리 활동을 늘려서 온 가족이 다 건강해야 행복한 가정이라는 새로운 가치관이 자리 잡고 있다. 따라서 부부는 서로의 삶을 조화롭게 이끌어서 상대방의 인생도 보람되고 즐겁게 만들어 줄 의무도 있게 되었다.
현실적이고 평범하면서도 공감이 가는 부부를 위한 TV 강의였다.
50줄에 들어서면 여성은 갱년기에 시달리게 되는데 겉으로는 멀쩡하지만 큰 병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 이런 상황 하에서도 내조와 헌신만을 강요한다면 이는 죄악이요 악화되는 마음의 병을 방치하는 꼴이 된다.
의사들도 경년기 장애를 겪는 여성들에게 즐기면서 치유도 할 수있는 야외스포츠 골프를 많이 권하고 있다. 자연스레 친구들과 어울리므로 갱년기의 치명적인 증세인 소외감, 고독감, 버려졌다는 좌절감에서 빠져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골프를 통한 사회성과 사교성의 활성도가 높아진다면 돈으로는 환산할 수 없는 값지고 즐겁고 보람된 인생을 만들 수 있다.
가사노동으로 얻는 경제적 가치와 골프에 의한 심리적 힐링효과 및 신체적 건강유지 효과를 값으로 따져 서로 비교한다면 어느 쪽이 더 클까. 건강의 중요성에 대한 가중치까지 고려 한다면 당연히 골프 쪽에 훨씬 더 무게가 있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데 건강을 지킬 수만 있다면 상당한 규모의 투자도 아깝지 않게 여겨야 한다. 이런 점에서 골프에 대한 시간과 돈 노력의 투자는 수익률이 100% 보장되는 최고의 투자처라고 해야겠다.
결국 골프냐 가정이냐의 문제는 어쩌면 어리석은 질문으로 답은 이미 정해져 있겠지만, 개인이 처한 사정과 자신만의 가치척도에 따라 약간 다른 정답이 나올 수 있다.
따라서 정확한 답은 ‘개인사정에 따라’ 또는 공자의 말씀처럼 ‘정도의 문제’ 즉 과유불급 중용을 지키라는 명언이 해답이 될 것 같다.
둘 중 하나를 완전히 버리라거나 All or nothing이라는 고착된 관념은 어리석은 생각이다.
각자의 사정에 따라 어느 쪽이든 경중의 차이가 있는 나만의 황금비율을 찾아내면 그만이다.
건강의 회복이나 유지가 절실한 상황이라면 가족들의 이해 하에 골프에 훨씬 더 무게를 두고 더 많은 투자를 하는 것도 이상적인 선택이 된다.
나태하고 허약한 꽁생원이나 매일 밤 술잔이나 기울이려 든다면 행복한 가정 가족사랑을 저버리는 가장의 준범죄적 직무유기 행위가 아닐까.
부부가 골프를 너무 즐기다 집이나 땅까지 팔았지만 결코 후회하지는 않는다면 그 누가 뭐라 하겠는가. 벌어 놓은 돈 무덤까지 가져 갈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골生골死’, 골프에 목숨을 거라는 뜻은 절대 아니다.
나이 80에 들어서도 아직 걸을 힘이 있는데 저세상에서 날 부르면 “아직도 골프 즐기느라 바빠서 못 간다고 전해라~~” 라는 골프광들이 개작한 노래가사 처럼 건강하고 여건이 허락되고 하고 싶다면 실컷 골프를 즐겨라.
결론을 요약하면 골프와 가정, 골프와 일에 대한 갈등은 일과 생활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의 골프버젼 ‘골라벨’이 명처방이라 고 할 수 있겠다.
진심으로 서로 아끼는 현명한 부부라면 “건강을 위해서 돈 생각 말고 나가서 골프라도 좀 배우라”고 서슴없이 말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