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진주 고(故) 이영곤 원장 사고차량 운전자 돕다 2차 사고 사망
진주시, 희생정신 기리기 위해 의사자 결정 보건복지부에 직권 청구
어려운 사람들을 헌신적으로 돌보는 의사들을 우리는 흔히‘슈바이처’라고 부른다. 아프리카 사람들을 위해 평생 의료봉사를 했던 독일 알베르트 슈바이처 박사를 빗댄 표현이다.
‘극빈자들의 아버지, 영등포의 슈바이처’로 불렸던 고 선우경식 요셉의원 원장, ‘한국의 슈바이처’로 불렸던 부산 복음병원 설립자 고 장기려 박사가 바로 그런 분들이다.
또 한명의 의로운 슈바이처가 우리 곁을 떠났다.
경남 진주시 ‘대안동의 슈바이처’로 불렸던 이영곤(61, 사진) 원장이다.
지난 22일 경남 사천에 있는 부친의 묘소에 홀로 가던 이 원장은 오전 11시53분께 진주시 정촌면 남해고속도로 순천방면 진주나들목 인근에서 2차 사고로 사망했다.
SUV가 빗길에 미끄러지면서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사고를 목격한 그는 즉시 자신의 차량을 갓길에 정차하고 사고 차량의 부상자를 도우려다 뒤이어 빗길에 미끄러진 차량에 의해 다쳐 병원으로 옮겼으나 사망한 것이다.
이 원장은 지난 1996년부터 경남 진주시 대안동 중앙시장 인근에서 작은 내과를 운영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는 만성 질환을 앓고 있어 진료 비용과 약값 부담에 힘들어 하는 어려운 환자들과 어르신들을 무료 진료한 것은 물론 약까지 무료 처방하거나 대납했다고 한다.
또한 1998년부터 매주 3번씩 진주교도소를 찾아 재소자를 진료했다. 재소자 진료는 열악하고 처우도 낮아 맡아줄 의사를 찾는 것이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진주교도소 관계자는 “진료해줄 의사 구하기가 쉽지 않은데, 원장님은 20년 넘게 이 일을 맡아주셨다”고 밝혔다.
이영곤 원장은 사고 당일 미처 찾아뵙지 못한 부친의 묘소 옆에 안장됐다. 동갑내기 아내와 30대 남매를 남겼다.
한편 경남 진주시는 고(故) 이영곤 원장의 의사자 인정 여부 결정을 보건복지부에 직권으로 청구한다고 26일 밝혔다. 이 원장의 안타까운 사망 소식을 접한 진주시는 그의 희생정신을 기리고자 보건복지부에 의사자 인정을 직권으로 청구하기로 했다.
의사자 인정제도는 직무 외의 행위로 자신의 생명 또는 신체상의 위험을 무릅쓰고 위험에 처한 타인의 생명, 신체 또는 재산을 구하기 위해 직접적이고 적극적인 행위를 하다가 사망한 사람을 보건복지부에서 인정하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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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일 진주시장은 “먼저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위험에 처한 다른 사람을 구하려다 사망한 이 원장의 의로운 행동과 희생이 의사자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강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