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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의 구분-스코어, 매너, 패션, 입담, ‘이 중 제일은 매너싱글이니라’(上편)

최중탁 미국 골프 티칭프로(USGTF)의 재미있는 골프이야기 120

코스에서 약 5시간 동안 매 샷마다 긴장과 스릴을 만끽하고 짜릿함과 땅을 치는 통한을 맛보며 천국과 지옥을 넘나든다. 뿐만 아니라 자연 속에서 살아 있는 생생한 대화도 즐길 수 있는 스포츠가 바로 골프 라운드다.

최근 젊은 골프인구가 폭증하는 이유 중의 하나도 바로 이런 매력들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골프를 배운 사람들은 코로나 언택트 시대에도 스포츠를 즐길 특권을 누리는 축복받은 사람들이라 하겠다.

골프에서 싱글이란 핸디캡 숫자가 싱글 디지트(Single digit 한 자리수 1~9)를 말하는데 라운드 할 때마다 7자를 그리는 그야말로 골프의 최고수 ‘골프지존’을 일컬으며 모든 골퍼들의 생애 로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싱글점수를 내는 골퍼들 중에는 인격상 인(仁)과 덕(德)이 모자라고 비양심적이며 오만하여 동반자들로부터 비난받고 버림받는 싱글골퍼들도 없지 않다.

골프는 신사도라는 골프정신을 바탕으로 하는 신사숙녀들의 스포츠다. 골프의 궁극적인 목표는 건강과 친목 즉 유친동락(有親同樂 친교를 나누며 함께 즐김)이지 스코어 자체가 결코 그 목표가 될 수는 없다. 그러므로 중요도에서 스윙기량이나 점수가 골프정신인 매너 보다 더 위에 있을 수 없고 점수는 골프의 일부분에 불과하다고 생각 된다.

따라서 진정한 싱글, 골프의 지존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골프정신의 근간인 골프인격 즉 매너를 완벽하게 갖추고 나서 스코아도 싱글플레이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보다 더 명실상부한 싱글골퍼라면 패션감각까지 싱글급이어야 하고, 동반자들과의 친화력의 마술인 입담(입심, 입질)실력도 고수급이라면 금상첨화가 된다.

따라서 골프실력을 말할 때는 매너, 스코어 순으로 따져야 하고 추가로 패션과 입담기술까지도 고려 되어야 한다.

1. 매너싱글
‘스코어 보다 매너’
‘Manners maketh man’(매너가 사람을 만든다)이라는 말처럼 매너가 생명인 골프에서 신사숙녀다운 골퍼로 인정받기 위한 제1조건은 당연히 신사도정신 곧 매너라고 할 수 있다.

라운드를 함께 해보면 그 사람의 인간성이 그대로 드러나게 되는데 기본적인 규칙과 예절을 지키며 라운드시 상대를 항상 배려하고 아량을 베푸려는 자세는 사실 웬만큼 자기수양이 되어 있지 않으면 쉽지 않다.

골프가 아닌 일반적인 인간관계에서 매너를 구성하는 다섯 가지를 꼽는다면, 밝은 표정, 바른 자세, 부드러운 말투, 단정한 복장과 용모, 그리고 관심있는 주제로 인사말을 나누며 눈을 맞추는 인사예절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골프라는 스포츠에서 매너는 4대 조건을 다 갖춰야 한다.

(1) 자기수양, 도(道)를 닦는 자세로
(2) 골프에 인간성을 담아라
(3) 철저한 신사도정신
(4) 골프는 자신과의 싸움. 자신에게 정직해라. 즉 심판도 자기 자신이다

직설적 화법의 골프 해설가로 유명한 쟈니 밀러(Johnny Miller 1947~, 美)는 투어프로 시절, PGA 경기에서 선두그룹을 유지하다가 어린 아들의 퍼터가 자신의 골프백에 들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며칠 전 아들과 골프놀이를 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넣어 두었던 것이다. 당연히 고의는 아니었지만 클럽숫자 14개 제한규정의 위반에 해당되므로 즉시 경기위원에게 신고하고 스스로에게 벌타를 부과했다.
이것이 바로 골프의 매너다.

비슷한 일화는 최경주 선수를 비롯 여러 선수들에게도 있었다. 이처럼 진정한 골프고수들은 ‘자기 자신이 심판이다’라는 골프의 매너정신을 실천적으로 보여 준다.

골프는 그 자체보다 골프라는 스포츠를 수단으로 삼아 건강과 즐거움을 추구하고 사교와 친목을 통한 좋은 인간관계를 이루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가 되어야 한다.

따라서 덕과 예의가 있어서 동반자들과 함께 즐거움을 나누고 베풂으로써 존경받는 골퍼가 스윙기량이 뛰어나 스코어가 좋은 골퍼보다 당연히 한 수 위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골퍼는 골프인격의 함양과 골프정신의 수련없이 주로 체력단련과 스윙기술 연마로 스코어만 잘 낸다면 그는 내면의 연단이 없는 골프기술자에 불과하다.

그러나 참선으로 덕을 아주 높게 쌓은 스님을 선사(禪師)로 호칭 하듯 매너의식까지 확실히 갖춘 싱글골퍼 고수는 ‘골프선사’ 또는 ‘골프조사’(祖師)로 받들어 모시게 된다. 이들은 70~80대 나이에 이르러서도 “운동 한 번 할까?” 한 마디에 즉시 한 팀이 구성되며 결코 외로울 틈이 없다.

또 내기골프를 해 보면 그 사람의 매너가 확연히 드러나게 되는데 몇 푼의 판돈에 자기 양심과 인격을 판다면 더 이상 라운드 초청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다.

골프를 전투에 비견했을 때 스코어 싱글이 지장(智將)이라면 매너싱글은 덕장(德將)에 해당되며 부하들은 덕장에게 더 충성하여 덕장이 지장보다 승전률이 훨씬 높다.

2. 스코아 싱글
다년간 주로 Physical 수련으로 무술을 배운 무술도사 소림사 무술승려들처럼 골프에서는 스윙기술만 익힌 명실상부 스윙도사는 단순히 스코아 제조기나 골프기술자로 볼 수 있다.

이들은 라운드 때마다 대개 7자를 그려내는 골프의 최고수 골프지존으로 치켜 세워 지기도 한다. 클럽 챔피언이나 프로선수를 능가하는 아마추어 지존들과 70대 후반 80대 초반 스코어의 절대고수들도 이들에 속한다.

그러나 이들 중 스윙기술 이외에는 별로 배울 것이 없는 지존들도 많다. 골프인격과 스윙기술이 함께 접목되어 있지 않은 골퍼들이다. 이들은 스윙기량 이외의 나머지 세 가지 요소는 하수에 가까울 정도여서 매너와 사교력은 결여 되어 있다.

특히 내기골프 전문가 골프도박 타짜들은 골프장을 도박장으로 여기며 항상 주변에 적을 만들어서 복수심만 이글거리는 비매너 골퍼들이다.

이들은 겸양의 덕이 부족하여 내기에서 하수에게 베푸는 핸디 아량도 몹시 인색하다. “그동안 내가 얼마나 투자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어디라고 함부로 핸디를 달라고 하느냐. 돈으로 때워라”라며 매몰차게 대한다.

항상 판돈을 쓸어담아 챙겨가는 것을 당연히 여기며 라운드 분위기를 살벌하게 이끈다. 룰에 융통성이 없고 동반자들의 룰 위반은 수시로 지적하기를 좋아한다.

이런 골퍼들은 결국 필드에서 외로운 늑대가 되어 동반자를 구하기가 어려워진다.
캐디들 조차 ‘밥맛’이라며 이승에서는 물론 저승에서도 다시 만나지 않기를 마음속으로 기도한다고 한다.
<다음 호에 (下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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