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라운드는 샷 이외는 아무것도 할 게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모든 것을 캐디가 대신해 준다.”
어느 일본인이 한국에서 처음 라운드 후 털어놓은 소감이었다.
사실이다. 한국 골프장에서는 모든 플레이어가 다 황제다. 카트로 모시고 다니면서 거리를 봐 주고 채를 선택 빼주고 그린에서는 볼을 닦아 놓아주고 라이를 봐 주고…, 경기자는 샷 이외 할 게 없다.
우리나라 골프장에서는 골프장측의 필요에 의해 반강제적 의무적으로 캐디의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상당한 댓가를 지불하고 서비스 구매를 강요 받는 것이 사실이다.
명백한 불공정 거래에 해당된다. 플레이어가 손수 해야 할 의무적 행동의 상당한 부분을 경기보조원이 대신 해주고 진행속도를 높이려는 것이다.
라운드 중 플레이어가 지켜야 할 행동규범은 골프 룰, 골프 에티켓, 그리고 골프 매너 이렇게 3가지로 대별된다.
1. 골프 룰(Rules)
반드시 지켜야하는 규칙이며 위반시 벌타를 먹거나 실격까지 당할 수도 있다.
전세계 골프규칙을 관장하는 영국왕립골프협회(The R&A)와 미국골프협회(USGA)가 공동으로 발간하는 골프규칙집(Rule Book)에 플레이어가 라운드 중 의무적으로 지켜야 할 행동규범을 정해 놓고 있다.
2. 골프 에티켓(Etiquette)
다른 스포츠와 달리 골프는 심판없이 플레이 하기 때문에 상대방을 배려하고 양심적으로 스스로 규칙을 준수하는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
규정집에 에티켓까지 나오는 스포츠는 골프 밖에 없는데 ‘코스예절’(Courtesy on the Course)이라고 한다. 경기 중 안전사고 예방, 동반자 배려, 진행속도, 코스선행권과 코스보호를 위한 구체적 규정이다.
심판도 없는 골프는 플레이어 스스로가 심판이 되어 양심적으로 해결하고 처리해야 된다. 그래서 좋은 스승은 스윙기술에 앞서 에티켓과 매너부터 가르친다.
2000년에는 규칙집 제1장의 마지막에 ‘플레이어가 중대한 에티켓 위반시 경기를 실격시킬 수 있다’고 벌칙을 규정하고 10대 에티켓 항목을 게시해서 에티켓을 골프규칙의 일부로 지정했다.
라운드 에티켓을 권장사항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실은 의무적 준수규정이다. 에티켓을 계속 무시하고 다른 이에게 피해를 주면 벌타부과 플레이 금지 퇴장조치, 또는 경기 중이라면 실격 시킬 수도 있기 때문에 에티켓은 룰 못지 않게 중요하다.
캐디사용 관행이 오래도록 몸에 익은 우리나라 골퍼들의 의식 속에는 이런 의무적 행동규범들(플레이어 에티켓)이 타인의 의무 또는 골프장 측에서 알아서 할 일로 착각하고 그대로 머릿속에 고착되어 가는 것 같다.
따라서 캐디가 거의 없는 미국 유럽 명문코스에서 모처럼 플레이를 하다보면 한국 골퍼들은 황당하고 난감한 처분을 당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해외 명문골프장에서는 플레이어들의 에티켓 준수여부를 직간접적으로 면밀히 모니터링 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비회원들에게 개방된 코스라도 골프장측의 전적인 판단에 의해 선택적으로 골퍼들을 받아들인다. 이런 에티켓이 익숙하지 않은 한국인 골퍼들이 여러 차례 에티켓을 어긴다면 다음 번에 다른 한국인 골퍼들도 그 코스 예약이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3. 매너
골프 에티켓이 골프규칙집에 명시된 사항이라면 골프 매너는 골프규칙집에는 명기되어 있지는 않지만 타인에 대한 배려를 중요시하는 에티켓의 기본정신 하에 경기 중 당연히 지켜져야 할 행동규범으로 여긴다.
매너를 위반했다고 벌칙을 받지는 않지만 중대한 비매너 행동, 상대방에 피해를 입힌 매너위반의 경우도 퇴장이나 실격의 불이익까지 당할 수 있다.
골프문화가 좀 다른 외국 특히 유럽이나 미국에서 골프를 칠 때는 국제적인 골프매너를 꼭 익혀야 한다. 매너는 골퍼들의 마인드, 골퍼들의 인격으로 여기며 일상생활의 신사도를 골프에 응용 하면 된다.
신사숙녀들의 사교스포츠인 골프에서 플레이어의 행동기준인 골프 에티켓은 규정집 첫 장에 명문화 할 정도로 중요시 한다.
명기된 10가지 에티켓 중 대표적인 4가지를 보면,
1. 벙커는 내가 고른다
아무리 시간에 쫒기더라도 고무래로 자기의 발자국을 지우고 나와야 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 준수의무다.
우리나라에서는 벙커정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여기는 골퍼가 많아졌다. 캐디나 골프장 측에서 전적으로 대신해주기 때문이며 캐디가 없는 미국 유럽 골프장에 가서 방카정리를 안하면 큰 낭패를 당하게 된다.
2. 피치마크(Pitch mark) 복원
그린에 떨어진 볼의 충돌자국은 수리 복원한다. 자기의 볼 자국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것도 수리해 주는 아량이 있어야 한다.
한국에서는 캐디나 그린수리 일용직 ‘이모’가 있어서 골퍼들은 자기들의 의무가 아닌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예전에는 골퍼들이 반드시 휴대하고 다니던 수리도구 ‘그린 포크’도 요즘은 안 보인다. 볼자국 수리는 코스보호와 다른 플레이어들에 대한 배려이기 때문이다.
3. 디보트(Divot)자국은 안 남긴다.
페어웨이에서 샷을 했을 때 생기는 디보트 뗏장 소위 ‘양잔디 시루떡’은 제자리에 갖다 놓고 밟아주는 것이 코스보호 에티켓이다. 또는 모래를 뿌려서 패인 곳을 채워준다.
이것 역시 플레이어들의 의무이지만 우리나라에선 캐디들이 대신해 주고 있다. 요즘은 카트에 싣고 다니던 모래 주머니도 사라지고 있다. 이모나 캐디들이 별도작업으로 코스를 누비며 디보트에 모래를 채워 주기 때문이다.
4. 코스의 선행권(Priority on the course)
진행이 느리면 연쇄적으로 뒷팀에 피해를 준다. 국내에서는 티엎 순서대로 끝까지 진행이 원칙이지만 해외코스에서는 뒷조를 앞세우는 에티켓인 코스선행권을 당연하게 받아 들인다.
즉, 2구(球)로 플레이하는 조는 3구 또는 4구의 조를 선행(페스)시킬 의무를 가진다. 단 단독 1인 플레이어는 아무 권리도 없어서 어떤 류의 조에도 선행권을 양보하여야 한다.
18홀 미만 홀 수를 라운드 하는 조는 18홀 전부를 플레이하는 조를 패스시켜야 한다.앞 조와의 사이에 1홀 이상의 간격이 생긴 조는 후속조에게 선행권을 줘야 한다.
골프 매너의 핵심은 바로 신사도 정신이다. 신사적인 언어와 행동, 정중한 인사예절과 겸손 양보의 겸양의 덕을 발휘하면 된다.
2019년 룰 개정으로 페어웨이나 그린에서 샷순서는 준비된 골퍼(Ready golfer)부터 먼저 칠수 있게 됐다. 그러나 반드시 구두로 먼저 양해를 구하는 것이 매너다.
골프는 동반자와 함께 즐기는 스포츠지만 나만의 게임 나 자신과 대결하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약 5시간 18홀 라운드를 통하여 드러나는 나의 성격이나 인격등 모든 것들이 상대에게 부정적으로 인식되지 않고 다음에도 함께 치고 싶은 동반자로 초대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국내에만 있는 첫 홀 스코아 기록 관습 ‘일파만파’ ‘무파만파’와 같은 생소한 용어는 외국인들에게는 골프문화 쇼크가 된다.이는 국제적 골프룰과 골프정신에 절대적으로 반하는 한국만의 잘못된 골프문화 골프관습임을 알고 있어야 한다.
정확한 골프룰과 에티켓, 매너, 그리고 국제적 골프문화를 잘 알고 있어야 국제골프신사로 인정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