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판매량 4.6% 늘어도 연료비 상승으로 적자
"연료비·구입전력비 상승에 영업비용 5.5조 ↑"
4분기도 연료비 상승 여파로 적자 지속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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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서울시내 한 건물에 설치된 전력량계 모습. |
한국전력이 전기 생산에 들어가는 연료비 상승 탓에 올해 들어서만 1조원 이상의 영업적자를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영업이익은 4조원 이상 증발했다.
특히 전력 판매 성수기인 3분기에 전기요금이 상승 요인에도 불구, 물가 안정 등을 감안해 동결되며 수익이 제한됐다. 국제 연료비 상승 흐름이 지속되면 4분기도 영업적자 탈출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국전력은 2021년 3분기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영업손실이 936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12일 공시했다.한전은 2개 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6조462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했다. 당기순손실은 1조259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올해 1~3분기 누계 영업손실은 전년 동기 대비 4조2824억원 감소한 1조1298억원이다. 누계 매출액은 전력 판매량 증가 등으로 2.7%(1조1794억원) 늘어난 45조564억원이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3분기 누계 영업손실 규모에 대해 "연료비 및 구입전력비 증가 등으로 영업비용이 5조4618억원 증가한 데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한전의 실적 악화는 국제 유가 등 연료비는 오르는데 3분기 전기요금이 동결되며 수익성이 제한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전은 지난해 말 전기요금 체계를 개편하며 전기 생산에 들어가는 연료 구매 비용을 3개월마다 요금에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했다.
기준 연료비(직전 1년 평균 연료비)에서 실적 연료비(직전 3개월 평균 연료비)를 비교해 연료비 변동분이 전기요금에 반영된다. 기준 연료비는 전기요금 개정월을 기준으로 최근 1년 단위로 산정한다.
다만 정부는 연료비 연동제 도입 후에도 '국민 생활 안정'을 이유로 2·3분기 전기료 인상을 유보한 바 있다.
한전 관계자는 "제조업 평균가동률 증가 등으로 전력 판매량이 4.6% 증가했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의 생활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조정요금 적용으로 전기 판매 수익은 1.9% 증가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도 손실 폭을 키웠다.
올해 1~3분기 한전 자회사 연료비는 1조8965억원 늘었고, 민간발전사 전력구입비는 2조8301억원 증가했다.
한전은 국제 연료 가격이 급증한 가운데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석탄발전 상한제약 시행과 전력 수요 증가 등으로 액화천연가스(LNG) 발전량이 늘고, 신재생에너지 의무이행(RPS) 비율이 7%에서 9%로 상향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신재생에너지 발전 설비 및 송배전 설비의 감가상각비 증가로 기타 영업비용은 7352억원가량 늘었다.
이 가운데 4분기 전기요금이 전분기 대비 킬로와트시(㎾h)당 3원 올랐지만, 연료비 증가에 따른 실적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80달러를 웃돌고 LNG 가격 상승 추이가 지속되는 등 연료비 상승세 흐름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4분기 연결 영업이익은 국제 유가와 석탄 가격 급등으로 3조원 이상의 적자가 우려된다"며 "내년 상반기까지 80달러 초중반의 유가가 유지되면 2022년 연간 6조원 이상의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한전과 발전 자회사는 올해 4조원대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정부가 국회에 낸 '2021~2025년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해 1조9515억원의 흑자를 냈지만 올해는 3조2677억원의 순손실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6개 발전 자회사의 예상 적자 규모는 7575억원에 달한다.
한전은 연료가격 상승 여파가 예상되지만 일단 비용 절감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한전 관계자는 "한전과 전력 그룹사는 연료·구입비를 제외한 단위당 전력공급비용을 3% 이내로 억제하는 등 고강도 경영효율화 노력 중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