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원내대표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뜨거운 이야기 듣지 않게 해달라”
한국당 “야당 겁박 중단하고 사과하라” 이해찬 대표·홍영표 원내대표 윤리위 맞제소
민주당, 나 원내대표 국회 윤리특위 제소, 88년 폐지된 국가원수 모독죄 발언 갈등 고조
블룸버그 통신 ‘문재인 대통령 유엔서 김정은 수석 대변인(top spokesman) 됐다’ 보도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열린 12일 국회 본회의장은 여야 의원들의 고성과 몸싸움으로 뒤덮였다.
개점 휴업 3개월만에 간신히 문을 연 국회가 미세먼지 관련 법안만 처리한 채 다시 대치국면이 시작되면서 산적한 민생관련 법안과 선거법 등의 처리는 다시 요원해졌다.
국민을 뒤로한 채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문재인정권의 경제정책은 위헌” “대한민국 대통령은 김정은 수석대변인” 등 위험수위를 넘나드는 발언을 이어갔다.
특히 나 원내대표가 “더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달라”고 하자, 민주당 의석에서는 “어떻게 대통령을 수석대변인이라고” “그만해” “제발 표현 좀 가려 하십시오” “취소해, 사과해” 등 항의가 일제히 터져 나왔다.
이에 나 원내대표는 “외신 보도의 내용이다. 잘못을 시인하는 용기가 필요한 때”라며 “경제와 안보라는 국가의 축이 흔들리는 동안 문재인정부는 오로지 적폐청산에만 집착했다”며 날 선 비판을 거두지 않았다.
급기야 여야 의원들 간 물리적 충돌도 발생했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와 이철희 원내수석부대표 등은 국회의장석으로 뛰어가 문희상 의장에게 강력 항의했고,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를 비롯한 한국당 의원들은 이를 제지했다.
홍 원내대표는 문 의장에게 “어디서 이따위 얘길 합니까”라고 외쳤고, 민주당 의원들은 일제히 “사과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동안 소란이 계속되자 문희상 의장은 격앙된 목소리로 나 원내대표의 연설을 저지했다.
문 의장은 “여러분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공멸의 정치이지 상생의 정치가 아니다. 아무 발언이나 막 하는 게 아니라 품격과 격조 있게 해야 한다”고 장내 수습에 나섰다.
문 의장은 “아무리 말이 안 되는 소리라도 경청해서 듣고 그 속에서 타산지석으로 배울 것은 배우고, 옳은 소리가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반성하고 들어야 한다. 이것이 민주주의다”라고 거듭 호소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13일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를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했다.
이에 맞서 자유한국당도 13일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를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했다.
이날 논란이 된 ‘김정은 수석 대변인’ 표현은 작년 9월 블룸버그 통신이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에서 김정은의 수석 대변인(top spokesman)이 됐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처음 쓴 것이다. “김정은이 유엔총회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그를 칭송하는 사실상의 대변인을 뒀다. 바로 문 대통령”이라고 한 것이다. 이 기사는 곧 국내에서도 언론이 기사화하고 화제가 됐지만 청와대는 반박하지 않았다. 민주당도 침묵했다.
하지만 나 원내대표가 이 문구를 인용하자 민주당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면서 특히 이해찬 대표는 ‘국가원수 모독죄’를 적용하겠다는 발언을 해논란을 더욱 키웠다. ‘국가원수 모독죄’는 군사정권 시절에도 없던 죄명이다. 유신 시절인 1975년 형법에 ‘국가모독죄’가 만들어졌다가 1988년에 폐지됐다.
한편 일부에서는 국회의 이날 모습을 1995년 4월 13일, 이건희 당시 삼성그룹 회장이 베이징 국빈관에서 남긴 유명한 발언인 “우리나라 정치는 4류, 행정은 3류, 기업은 2류”라는 발언에 비유해 “대한민국 정치는 아직도 여전히 4류에 머물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