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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과 대형마트에서 안심콜·QR코드 의무화 시행 첫 날인 30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고객이 QR코드 체크인을 위해 핸드폰을 만지고 있다. |
"식당 한번 들어가려면 핸드폰으로 뭘 찍으라고 그러고, 적으라고 그러고, 백신 맞았냐 안 맞았냐 확인하라고 그러고…늙은이들은 어려워서 밥먹으러도 못가요."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익숙해진 전자출입명부(QR코드), 젊은 사람들은 쉽게 하는 절차이지만 이 첨단 방역으로 노년층 등 디지털 취약계층의 발이 묶였다.
단계적 일상회복(위드코로나) 시작으로 '백신패스'가 도입되면서 인증 방법은 더 복잡해졌고, 노년층의 디지털 소외감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정부, 경기도 등에 따르면 감염 고위험시설에 백신 접종증명서나 음성확인서를 확인한 뒤 입장을 허용하는 이른바 '백신패스'가 도입됐다.
이에 따라 방역패스 시설을 이용하려는 접종 완료자는 예방접종증명서를 질병관리청 쿠브(COOV) 앱, 접종 홈페이지 등을 통해 전예방접종증명서를 제시해야 한다.
경기도내 60대 이상 노년층의 91.66%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쳤지만, 어르신들은 전자출입명부나 백신패스 확인이 어려워 외출조차 꺼리게 된다고 하소연했다.
경기 수원시 팔달구에 사는 A(76·여)씨는 "요즘은 어딜 가도 뭘 찍으라고 하는데 스마트폰이 있어도 잘 몰라서 외출이 쉽지 않다. 요새는 그냥 애들이 데려다주면 가고, 밖에 잘 안 다닌다"라고 말했다.
전자예방접종증명을 받기 어려울 경우 주민센터에서 발급해주는 스티커를 신분증에 붙이거나 종이 접종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지만, 이마저도 모르는 어르신들이 많았다.
QR코드 사용법을 몰라 매번 애를 먹는다는 B(86)씨는 종이 접종증명서나 스티커를 갖고 있냐고 묻자 "그런 건 어디서 받는 건지 모르겠다. 맨날 그런걸 들고 다녀야 하나, 안 나가고 말지"라고 말했다.
C(71·여)씨는 "스마트폰 있긴 한데 뭐 누르면 된다고 배웠는데도 매번 잊어버린다. 주민센터 가면 증명서 준다는데 갈 시간이 없어서 식당 들어갈 때마다 미안하지만 직원들한테 도움을 청한다"라고 말했다.
스마트폰이 없는 D(80·여)씨는 만약에 상황에 대비해 주민센터에서 스티커를 발급 받았지만, 쓸 일은 거의 없다. 그는 "스티커 보여주면 된다고 받긴 했는데 두고 나갈 때도 있고, 요새는 이래저래 안 나가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식당 등 인증을 해야하는 업체에서도 노인 손님이 올 때마다 출입명부를 작성하고 백신접종 확인을 하는 것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팔달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E씨는 "국밥집이라 노인 손님이 많았는데 코로나19 전보다 훨씬 줄었다. 오시는 노인 손님 대부분 스마트폰이 없고, 있어도 방법을 몰라서 알려드리느라 입장하는 시간이 훨씬 많이 걸린다"라고 하소연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출입명부의 경우 앱 확인이 안되면 수기 작성이 가능하고, 코로나19 접종확인은 보건소·의료기관에서 종이서류를 발급받거나 주민센터에서 확인스티커를 발급 받으시도록 안내하고 있다. 시·군을 통해 각 기관에 안내하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비대면 사회로 접어들면서 각 복지관에서도 스마트폰 활용교육을 한다. 경기도에서도 어르신복지서포터즈를 통해 필요한 경우 경로당으로 직접 방문해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해 힘쓰고 있다"라고도 했다.
한편, 유흥시설, 목욕장업 등 뿐 아니라 의료기관·요양시설의 입원·면회, 중증장애인·치매시설, 경로당·노인복지관·문화센터에서도 '백신접종' 인증이 필요하다. 또 식당·카페에서 4명 이상이 모이려면 마찬가지로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