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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미래 먹거리 찾아 아무도 안가본 길을 가다

삼성 20조 美 텍사스 테일러시에 반도체 공장 투자 확정 … 이재용 시대 개막
지난 22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구글 본사에서 만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순다르 피차이(Sundar Pichai) 구글 CEO. 

미국 출장 중인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시스템(비메모리) 반도체 비전 2030’달성을 위한 큰 획을 그었다. 이 부회장의 이번 미국 출장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뉴 삼성’과 ‘미래’였다. 

삼성전자가 미국에 건설하는 제2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부지로 텍사스주 테일러시가 확정됐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지난 8월13일 가석방 출소 이후 103일 만의 결정이다.

삼성전자는 24일 "당사는 신규 파운드리 라인 투자와 관련해 미국 테일러시 등과 협의를 완료했다"고 공시했다.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23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 주지사 관저에서 그렉 애벗(Greg Abbott) 텍사스 주지사, 존 코닌(John Cornyn) 상원의원 등 관계자들이 참가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갖고 선정 사실을 발표했다.
 
 테일러시에 세워지는 신규 라인은 2022년 상반기에 착공해 2024년 하반기 목표로 가동될 예정이다. 건설·설비 등 예상 투자 규모는 170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 중 역대 최대 규모이다.

삼성전자는 "금번 투자를 통해 반도체 생산 역량을 확대해 첨단 및 핵심 시스템 반도체 수요 증가에 대응하고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에 기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2022년 상반기 착공 후 2024년 하반기 양산 예정이며 건설·설비 등 투자 비용으로 총 170억 달러(약 20조원)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의 역대 해외 투자 중 최고 금액이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미국 투자를 확정하면서 업계 1위 TSMC와의 선두 경쟁이 달아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시장 1위 달성을 위해 투자 규모를 171조원으로 확대하겠다는 내용의 초대형 투자·고용계획을 지난 2019년 발표한 이래 추격전을 벌이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는 점유율 55%로 1위, 삼성전자는 17%로 2위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인 평택 2라인 가동에 들어간 데 이어, 이번 미국 출장길에 신규 파운드리 투자도 확정 짓는다. 삼성전자가 올해 5월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2공장 설립을 발표한지 6개월여 만이다.

TSMC도 이에 질세라 120억달러(약 14조원)를 투자, 미국 애리조나주에 신규 파운드리 공장 설립에 나섰다. 올해 '반도체 제국' 인텔도 파운드리 시장 진출을 선언하며 부활을 꿈꾸고 있다. 인텔은 미국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애리조나와 뉴멕시코 등에 200억달러(약 24조원)을 들여 공장을 짓고 있다. 

삼성전자는 테일러 공장에 첨단 공정 시설을 가동하며 선두 추격의 고삐를 당긴다.

테일러시는 삼성전자가 1공장을 운영 중인 텍사스주 오스틴 공장에서 40㎞ 떨어진 곳으로, 기존 오스틴 공장 대비 약 4배 넓어 향후 첨단 공정 시설을 추가하는 데도 유리하다.

이번 신규 라인에는 첨단 파운드리 공정이 적용될 예정으로 5G, HPC(High Performance Computing), AI(인공지능) 등 다양한 분야의 첨단 시스템 반도체가 생산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AI, 5G, 메타버스 관련 반도체 분야를 선도하는 전 세계의 시스템 반도체 고객에게 첨단 미세 공정 서비스를 보다 원활하게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기남 부회장은 "올해는 삼성전자 반도체가 미국에 진출한 지 25주년이 되는 해다. 이번 테일러시 신규 반도체 라인 투자 확정은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초석이 될 것"이라며 "신규 라인을 통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는 물론, 일자리 창출, 인재양성 등 지역사회의 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대형 투자 결정을 계기로 이재용 부회장의 '뉴 삼성'을 향한 리더십은 한층 더 강화될 전망이다.

이 부회장은 최근 미국 출장 중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반도체와 세트 연구소인 DS부문 미주총괄(DSA·Device Solutions Americas)과 삼성 리서치 아메리카(SRA) 등의 연구원 등과 만난 자리에서 "추격이나 뒤따라오는 기업과의 '격차 벌리기'만으로는 이 거대한 전환기를 헤쳐나갈 수 없다"며 "아무도 가보지 않은 미래를 개척해 새로운 삼성을 만들어 가자"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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