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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살인

독자기고 - 김 현 복(전남 광주 방림지구대아동안전지킴이)
전남 광주 방림지구대아동안전지킴이

지난 8월 6일 (금) 오전 11시경 아동안전지킴이 활동 중 봉선초등학교 정문 앞 고목나무 그늘 아래에서 시원한 매미 우는 소리에 잠시 쉬어가는 동안 빨간 오토바이를 타시고 등장한 노신사(89세. 김 OO)한 분이 우리조원(윤 OO) 틈에 오셨습니다.

노신사는 묻지도 않은 말씀을 스스로 혼자서 하시기를 두 아들을 두었는데 큰아들은 OO공사 지점장으로 정년퇴직하였고 둘째 아들은 순천에서 OO병원 의사로 근무한다고 자식자랑을 늘어놓으시더니만 5년 전에는 대장암 수술을 받은 후 떼어낸 암 덩어리를 아내에게 보여주었는데 그 충격으로 저녁에 주무시다 돌아가셨다고 가슴 아픈 마음을 토로 하셨습니다.

이제는 대장암은 깨끗이 나았는데 생활하다가 자신도 몸이 아프면 죽기위하여 집안에 약을 사놓았다고 흔연스럽게 속마음을 드러내셨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조용히 듣고 있던 저는 순간 낙뢰에 감전되는 듯 놀라운 충격에 자동반사적으로 노신사의 양손을 잡고 애원하며 “자살도 살인입니다 약 땡개부시오 (버리다의 방언)” 라고 흥분하여 격양된 목소리로 힘껏 말씀드리니 약간 당황하시며 “어째서 초면에 이런 호의를 베푸시오”라고 반문 하셨습니다.

그리고 일어나서 “진실한 충고 고맙소” 라고 해맑은 미소를 보이시기에 “다음에 또 만납시다” 라고 인사말을 드리자 “나도 여기 자주와요” 라고 서로 인사 후 헤어졌습니다.

집에 돌아와 씁쓸한 가슴으로 기도했습니다. 사람이 만일 온 천하를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엇이 유익하리요(마16:26a)말씀에서  한 사람의 생명이 천하보다 귀하다 하며 기도를 드렸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마음이 무거워서 일생을 남부럽지 않게 살아오신 그분이 왜? 이렇게 자신의 생명을 가볍게 여기고 인생을 마감하려고 하실까 의문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여러가지 생각들을 묵상하며 모아보았습니다
이런 분들은 몸이 아프면 자식들의 짐이 되기 싫고 또 자신도 고통 받지 않고 이생의 삶을 조용히 마감하는 편이 옳다고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며칠 후 순찰 중 다른 장소(봉선1어린이공원)에서 운동하고 계신 그분을 다시 만날 수 있었습니다.
무척 반가워서 하이파이브하며 인사를 드렸습니다. 그분도 수줍은 듯 반겨주었습니다.

그동안 안부를 묻고 다음에 또 자주 만나고 싶은 마음에서 “짜장면 좋아하시면 제가 짜장면 대접하겠습니다.” 여쭈었더니 쾌히 약속을 해주셨습니다.
며칠 후 우리는 남구 문화회관 앞(M음식점)에서 점심을 짜장면으로 식사하면서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식사 중 그분은 안면에 함박웃음을 마음껏 지으시며 저를 대뜸 동생하자고 일방적 제안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똑같은 질문을 하셨습니다. “왜? 나에게 이런 호의를 베푸는가?” 물으셨습니다.

저는 “제가 하는 일이 아니고 예수 믿는 사람이라서 그분께서 주시는 감동으로 합니다”라고 말씀드리니 식사 중 스마트폰을 꺼내서 무엇인가를 열심히 찾았습니다.

그리고 한참 후 사진 몇 장을 보여주었습니다.
1년 전 미래아동병원 앞 ‘생명샘교회’에서 세례를 받은 모습과 드럼 치는 멋진 모습의 사진을 저에게 내밀어 보이면서 개선장군처럼 호탕하게 웃으셨습니다.
그리고는 차분하게 자신의 일대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소년시절 완도 금일에서 출생 후 부친의 학대에 못 견디어 광주에 무작정 올라와 인쇄소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고 중년시절에는 일본으로 건너가 건설회사에 취업하여 노동자들의 반장을 맡아서 급료로 받은 재물을 부인에게 몽땅 맡겨서 부를 이루게 하였다고 산전수전 인생스토리를 들려주었습니다.
그 후로 또 다시 만나고 싶었지만 그 장소에는 나타나지 않으셨습니다.

수일이 지난 어느 날 순찰 중 어르신의 집 근처에 신호등 대기 중에 서있는데 노인일자리를 마치고 귀가하시는 어르신을 함께 활동 중인 조원(정 OO)이 알아보시고 그분이 지나가신다고 일러주자 만나기를 기다리고 있던 중이라 곧 바로 오토바이를 그분의 거주지 아파트 단지까지 뛰어가서 만났습니다. 그리고 근무 중 이라서 가볍게 인사만 드리고  전화번호를 받고 돌아왔습니다.

그 후로 종종 전화로 안부전화를 드리면 어르신은 아주 다정한 목소리로 저의 이름을 부르시며 “현복이 동생 오늘은 노인 일자리 나왔네”라고 특유의 호탕한 웃음으로 반기십니다. 그러면 저는 “어르신 참 잘하십니다. 최고입니다 오늘도 행복하세요” 라고 적극적으로 응원합니다.

저와는 19년 연상이기에 형님이라는 말이 좀처럼 나오지 않아서 늘 어르신이라 호칭합니다.
안부전화를 드리면 어르신은 “오늘은 다리 힘 기르려고 운동 나왔네” 하십니다.

또 “현복이 동생 오늘은 월요일이라서 노래교실에 와서 노래를 목청껏 부르네” 하시며 ‘진성의 안동역’을 구성진 목소리로 들려주십니다.

또 다음 주에는 ‘송대관의 차표 한 장’을 아주 흥겹게 들려주십니다.
또 어떤 날은 “금산에 와서 인삼을 50만원어치나 샀네”
또 어느 날에는 “나 지금 물리치료 받고 있네” 하시면서 “전화 넣어주어서 고맙네” 라는 말씀을 꼭 빼놓지 않으십니다.

저는 통화할 때마다 어르신의 음성에서 따뜻한 정감을 느낍니다.  
그리고 점점 기쁘게 살아가려는 노년의 모습이 무척이나 좋아보였습니다.

그 후로 주께서 조원(정 OO)의 이름을 통하여 ‘존 번연의 천로역정’을 다시 읽게 하시고 타살은 육신만 죽이지만 자살은 육신과 영혼을 함께 죽이는 더 큰 살인이라는 것을 알게 하셨습니다.

그래서 언젠가는 약을 버리셨는지 확인해 보아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4개월이 지난 12월7일(화) 순찰 중 봉선근린공원 정자에서 친구분 하고 정답게 막걸리 나누고 계신모습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무척이나 반가워서 기쁜 마음으로 인사드리고 말씀카드를 드린 후 천국복음을 전했습니다.
어르신은 친동생처럼 자리를 따로 마련하여 감사하는 마음으로 말씀을 들으셨습니다.

다음날 안부 전화를 드렸더니 오늘 또 그곳에서 만나자는 의외의 약속을 해주셔서 너무나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 시간을 기다렸습니다.

순찰 중 지킴이 활동을 성실히 수행하면서 휴식 시간에 도착하니 어김없이 정자에 앉아계셨습니다.
더욱 반가운 마음으로 마주앉아서 말씀카드를 드리고 복음을 전했습니다.

어르신은 말씀을 아주 쉽게 이해하고 온 마음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순간 이때다 하고 주변 사람들이 듣지 않도록 귓속말로 “약 땡개부렀지요?” 라고 물으니 “아니, 지금도 있어” 라는 답변에 “미국사람은 총을 가지고 있어서 화나면 총을 쏘지요? 응, 그래, 그러면 약을 가지고 계시면 화나면 어째요?” 라고 물으니 오른손을 들어서 약 드신 동작을 하시면서 “털어 넣어 불지 오늘은 땡개부께” 하시며 기다렸다는 듯이 아주 기분 좋은 모습으로 박수를 치시고 몸을 좌우로 율동하시며 노래교실에서 부르시듯 공원에 모인 사람들이 다 들리도록 매우 흥겹게 앵콜 곡 ‘차표 한 장’까지 멋지게 부르셨습니다.

그리고 약속된 휴식시간이 되어서 아쉽지만 자리를 먼저 떠났습니다.
다음날에도 같은 장소에서 정겨운 모습으로 다시 만났습니다. 오늘은 약을 버리셨다는 말씀을 들을 수 있겠구나 하는 긴장된 마음으로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다른 친구 한 분이 나타나서 6.25때 참전이야기 꽃을 피우느라 시간을 다 보내고 다음을 기약하는 마음으로 헤어졌습니다.

하루가 지난 후 용기를 내어서 안부전화를 드리며 “약 땡겨 부렀지요?” 라고 물었습니다.
어르신은 지체없이 “응, 이틀 전에 쓰레기통에 약 땡겨부렀어 집안의 채소 쓰레기 다 모아서 쓰레기통에 갔다버렸어” 라고 하셨습니다.

듣는 순간 아~ 감동된 축복의 마음이 밀려와서 “잘하셨습니다. 잘하셨습니다. 이제는 예수님 손잡고 천국가세요” 라고 온 천하를 얻은 마음으로 골방에서 주님께 감사기도를 드렸습니다.

며칠 후 정중히 어르신께 안부전화 드리니 “월요일이라 노래교실에 왔네” 라고 행복한 마음을 담고 계셨습니다.

내년에는 90세 되신 어르신께 남은 세월도 날마다 주님과 함께 사망에서 생명으로 옮긴 천상의 평안한 날들 지내시다가 천국 소망이루시기를 비오며
방림지구대로 배치해주셔서 귀한 분들과 기쁨으로 선행할 수 있게 하신 하나님께 진심으로 영광을 드리며 협력해주신 조원님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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