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 l 축소

박지현 '586 퇴장' 놓고 민주 내분 격화(종합)

박지현 '586 퇴장' 놓고 민주 내분 격화(종합)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공동비대위원장)이 25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국정균형과 민생안정을 위한 선대위 합동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5.25.

박지현 공동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의 '대국민 호소'를 둘러싼 더불어민주당 내분이 25일 공개적으로 폭발했다. 박지현 위원장과 윤호중 공동 상임선대위원장이 대립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보좌진협의회까지 가세하는 형국이다. 6·1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내홍이 격화하고 있다.

전날 지도부가 '개인 의견'이라고 축소한 586(50대·60년대생·80년대 학번) 세대 용퇴와 팬덤정치 극복 쇄신안을 박 위원장이 공개 석상에서 재차 정면으로 제기하자, 윤 위원장을 비롯한 86 중진들이 격분한 것이다.

6·1 지방선거를 일주일 남긴 와중에 민주당 지도부가 자중지란을 연출하면서 지난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봉숭아학당'을 연상케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박지현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정균형과 민생안정을 위한 선대위 합동회의'에서 "어제 기자회견 이후 왜 자꾸 사과하냐는 분들이 많았다"며 "당을 책임진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반성하지 않는 민주당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더 깊어지기 전에 신속하게 사과드리고 다시 한 번 기회를 달라고 호소하는 게 시급하다고 판단했다"고 포문을 열었다.

전날 윤호중 위원장이 자신의 호소문에 대해 지도부 내 사전 협의가 없었다면서 "개인 차원의 입장 발표로 안다"고 의미를 축소하자 반격에 나선 것이다.

나아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586 정치인의 용퇴를 논의해야 한다"며 "586의 사명은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이 땅에 정착시키는 것이었다. 이제 그 역할은 거의 완수했다. 아름다운 퇴장을 준비해야 한다. 같은 지역구 4선 이상 출마, 약속대로 금지해야 한다"면서 세대교체를 주장했다.

또 "우리 당은 팬덤 정치와 결별하고, 대중 정치를 회복해야 한다"며 "잘못된 내로남불을 강성 팬덤이 감쌌고, 이 때문에 국민의 심판을 받았다"면서 강성 지지층에 대한 비판도 이어갔다. 성희롱성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처럼회 최강욱 의원에 대한 '비상징계' 신속 추진도 공언했다.

박 위원장의 예상치 못한 발언에 윤호중 위원장을 비롯한 선대위 지도부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고, 일부 참석자들이 발언을 이어가는 박 위원장을 쏘아보는 모습도 포착됐다.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공동비대위원장)이 25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국정균형과 민생안정을 위한 선대위 합동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5.25


그러자 86 운동권인 김민석 총괄선대본부장이 즉각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야말로 '내로남불, 내로남덮'의 대표"라며 "내의 허물을 적게 하고 남의 허물을 크게 하는 게 내로남불이라면 민주당은 국민편에서 국민에게 계속 겸손하게 문제가 있을 때 과감히 조치했다. 적어도 국민의힘은 민주당에 대해 그런 부분을 비판할 자격이 없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내 잇딴 추문에 대한 박 위원장의 사과 행보를 놓고 강성 지지층이 '내부총질을 한다'고 비난한 것과 유사한 시각으로, 에둘러서 박 위원장의 발언에 반박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민주당은 70년 역사를 갖고 있고, 혁신에 대해선 비위에 대한 단호한 처리, 항변권의 민주적 정립, 당원의 민주적 결정 참여와 지도부의 일방적 처리가 아닌 민주적 권한 행사 등의 내용을 발전시켜 왔다"면서 "일부 팬덤의 잘못된 행태는 극복해야 하나, 권리당원의 권리 증진도 (민주당의 혁신에) 있었음을 놓쳐선 안 된다"면서 강성 지지층를 엄호했다.

또 "각종 현안이 윤리심판원에 계류됐다고 들었는데 이 부분이 절차와 당헌당규, 당사자의 소명 절차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들었다"며 "당헌당규에 맞게 신속히 처리하되 (민주당이) 지도부 일방의, 개인의 독단적 지시로 처리되는 정당은 아니다"라고 했다. 박 위원장의 최강욱 의원 징계 주장도 받아친 셈이다.

비공개 회의에서도 양측은 책상을 치고 언성을 높여가며 정면 충돌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장 밖으로 고성이 흘러나오기까지 했다.

이어 윤호중 위원장이 먼저 붉게 상기된 얼굴로 회의장을 빠르게 빠져나왔고, 뒤이어 박지현 위원장이 굳은 표정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윤호중,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공동비대위원장)이 25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국정균형과 민생안정을 위한 선대위 합동회의에 참석해 박홍근 공동선대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5.25.

윤 위원장은 기자들이 '불협화음이 있느냐'고 묻자, "그런 게 아니다. 총괄본부장의 보고 내용은 당의 선거에 대한 전략적 판단을 담고 있다"고 즉답을 피했다. 박 위원장과 나눈 대화를 묻자 "그 발언에 대한 얘긴 없었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 박지현 위원장의 주장에 대해선 "선거를 앞두고 몇 명이 논의해서 내놓을 내용은 아닌 거 같다"며 "앞으로 당의 쇄신과 혁신에 관한 내용이기 때문에 당의 논의기구가 만들어지고 거기에서 논의될 사안이라고 본다"고만 했다.

기자들이 재차 86 용퇴론에 대한 입장을 물었지만 윤 위원장은 침묵한 채 차량에 탑승했다.

이어 박 위원장에게도 '안에서 고성이 들렸다' '586 용퇴론에 대해 말해달라'는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박 위원장은 "(다음 일정인) 춘천으로 급하게 가야 한다", "죄송하다"며 말을 아꼈다.

박 위원장은 그러면서도 윤 위원장이 자신의 주장을 '개인 생각'이라고 한 데 대해선 "우리당이 적어도 '민주당'이라면 이런 다양한 의견 모아서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지도부와 협의한 내용이 분명히 중요하지만. 무엇이 맞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좀 더 윤호중 위원장님이 숙고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뼈있는 말을 했다.

내부 분위기는 박 위원장의 발언을 문제삼는 의견이 대다수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신현영 선대위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박 위원장의 발언은 우리당의 혁신을 위한 개인 의견이었다"며 "민주당에 자숙과 성찰의 시간은 매우 필요하지만 그 이전에 당 내에서의 충분한 토론으로 공감대가 이뤄진 이후에 진정성있게 국민에게 말씀드리는 게 더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박 위원장 주장을 '돌출 발언'으로 규정한 셈이다.

586 용퇴론에 대해서도 "일률적인 용퇴가 우리 당의 인적 쇄신과 개혁의 방식에서 성공적 결과를 담보하는지는 충분히 논의한 이후에 국민에게 말씀드려야하는 부분"이라고 선을 그었고, 최강욱 의원에 대한 신속한 징계 요구 역시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모든 게 빠른 게 좋은 것은 아니다"라고 유보적 입장을 드러냈다.

박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으로서 낸 의견이 아니냐는 지적에는 "우리 당에서 지도자로서의 메시지나 개인 차원의 메시지는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위원장으로서의 메시지는 당내에서 충분히 공감하고, 또 우리가 풀뿌리 민주주의를 하는 당이기 때문에 충분한 논의와 숙의를 통해 메시지가 나가야 한다"고 했다.

박 위원장이 당내에서 고립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는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선 당내 공감대가 충분히 이뤄진 후에 리더십을 발휘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비공개 때 고성이 흘러나온 데 대해선 "우리 당에서의 여러 논의와 국민에게 드리는 메시지에 있어서 좀 더 우리가 진정성 있게 통일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에 대한 속상함이었지 않나"라고만 했다.

회의에 참석한 윤호중 위원장, 박홍근 원내대표, 김민석 본부장, 전직 장관인 전해철·한정애·권칠승 의원 등은 모두 86 그룹 대표 중진들로, 박 위원장이 지목한 '586 용퇴' 대상이기도 하다.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공동비대위원장)이 25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국정균형과 민생안정을 위한 선대위 합동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5.25.

당내 갈등이 폭발한 가운데 박 위원장은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박 위원장은 이날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 "어느 당의 대표가 자신의 기자회견문을 당내 합의를 거쳐 작성하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그는 "저는 기자회견 전 윤호중 선대위원장께 같이 기자회견하자고 했고, 선거 전략 총괄하고 있는 김민석 총괄본부장에게 취지와 내용을 전하고 상의를 드렸다. 어떤 절차를 거쳐야 했던건 지 모르겠다"며 윤호중 위원장을 비롯한 86 중진들을 향한 불만을 서슴없이 드러냈다. 

이어 "저는 국민의 목소리, 청년의 목소리로 민주당을 바꾸기 위해 비대위원장직을 받아들였다"며 "진정한 지도자는 소수 팬덤이 아니라, 침묵하는 다수 대중의 마음을 읽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국민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많은 국민들이 민주당이 과연 희망이 있는 당인지 지켜보고 계신다"며 "우리는 지엽적인 문제로 트집 잡을 것이 아니라 혁신의 비전을 보여드려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는 "어떤 난관에도 당 쇄신과 정치개혁을 위해 흔들림 없이 가겠다"며 "좀 시끄러울지라도 달라질 민주당을 위한 진통이라 생각하고 널리 양해해 달라"고 덧붙였다.

이동윤 더불어민주당보좌진협의회(민보협) 회장 역시 박 위원장 옹호에 나섰다. 

이 회장은 이날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 "민보협 회장이 아닌, 더불어민주당 권리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개인'적인 생각을 글로 옮긴다"면서 "지금 상황에서 지방선거를 이길 대안은 있는지,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그리고 본인들은 과연 '사과'라도 하셨느냐"며 박 위원장을 비난한 당내 일부 의원들을 비판했다. 

이어 "당이 중앙위원회 투표를 통해 공동비상대책위원장으로 인준한 비대위원장의 공식적인 기자회견을 단지 "개인 차원의 입장 발표"일 뿐이라고 일축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대선 패배 이후 반성과 쇄신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런데 과연 그렇게 했느냐"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각자의 선거현장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을 우리 민주당 후보들을 위해서라도 제대로 반성하고 올바로 쇄신해야 한다"며 "사과할 건 늦지 않게 사과하고, 바로잡을 건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민주당은 잘못을 제대로 끊어내는 모습,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고 이를 통해 함께 나아가는 모습, 국민과 함께 하는 모습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 글쓴날 : [2022-05-26 09:46:34.0]

    Copyrights ⓒ 노년신문 & oldagenews.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전화면맨위로

확대 l 축소